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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샷뜨아 Mar 24. 2023

봄이 움트다

겨우내 앙상하게 말라있던 나뭇가지에서 여린 줄기가 뻗어 나왔다. 

거친 나뭇가지 사이로 바람에 흩날리는 것이 새로 생겨난 나뭇가지인지 잎인지 헤아릴 수 없어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여리고 보드라울 것 같은 그것은 언제부터 나왔는지 한 뼘 넘게 뻗어 있다. 잎처럼 푸르지도 않고 나뭇가지처럼 빳빳하지도 않아 어중간하여 낯설다. 

한 몸 같았던 기다란 패딩점퍼를 벗어던지면서 봄이 왔음을 느꼈다. 확인이 필요하듯 시선 닿는 곳에 꽃이 피지는 않았는지 봄을 찾고 있었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지. 앙상한 나뭇가지 다음에는 꽃이 피지. 하지만 계절의 변화가 단락 나누듯 경계가 분명하진 않을 것이다. 한해를 4분기로 나누는 것에 길들여져 변화과정을 제대로 느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꽃이 너무도 아름다워 넋 놓고 있는 동안, 꽃을 틔우기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가지들과 줄기들을 보지 못했다. 투박하고 서툴고 멋스럽지 않아 보이는 줄기에 유독 시선이 닿는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많이 나오고, 더 많이 뻗어 있다. 어느새 비어 있던 나뭇가지 사이를 채우며 원래 그랬던 것처럼 나무의 모습을 갖추어 간다.  


얼굴의 기미 걱정을 할 정도로 따가워진 햇빛과 따뜻한 바람, 이따금 촉촉이 적셔주는 비 덕분에 땅 속의 흐름도 빨라져 나무들이 기운을 차리는 것 같다. 물기 없이 메말라 있던 나무가 촉촉해지는 모습이 돋보인다. 여린 줄기가 통통해지고 당당해졌다. 사춘기 소녀의 뾰루지처럼 몽글몽글한 것이 맺힌다. 때를 기다리듯 점점 부풀어 오르며 크기가 커진다. 그 사이 여린 잎이 발을 쭉 내밀어 봄 빛이 얼마큼 따뜻한지 확인하려는 듯 수줍게 자리를 잡는다. 그제야 꽃 봉오리가 '까꿍' 모습을 드러낸다. 조금씩 커져 가는 꽃 봉오리, 해를 잘 받는 쪽에 자리한 꽃 봉오리는 암술 수술을 드러내며 다른 꽃들보다 먼저 환하게 웃는다. 


내 사진첩


나이가 들면서 꽃이 좋아진다고들 하는데 나는 그 어디쯤 왔나 보다. 가족을 꾸리고 아이들을 키우느라 하늘을 바라볼 시간이 없었고,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키가 커진 아이들 덕분에 내 시선의 각도는 커지고 주변이 보이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하여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얼마나 관심이 없었는지 새삼 깨닫는다.

벚꽃길이 가장 길고 예쁜, 벚꽃이 가장 먼저 핀다는 경상도 진해에서는 이번 주말부터 벚꽃 축제를 한다는 소식이다. 몇 주안에 우리 마을도 벚꽃이 흐드러질 것이다. 올해는 꽃 감상을 하기 전에 봄이 움트는 과정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감상의 기회를 준 자연에게 그저 고맙다. 


대문사진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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