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를 떠나보낸 뒤, 나는 1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멍한 시간을 보냈다.
사진 작업도 멈췄다.
눈을 뜨면 TV를 켜두고 멍하니 앉아 있고, 외출도 하지 않았다.
하루가 흘러가는지, 내가 흘러가고 있는지도 분간하지 못한 채 그렇게 지냈다.
어느 날, 아는 동생이 소포 하나를 보내왔다.
‘하늘나라에서 반려견이 보낸 신호’라는, 펫로스 증후군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해 쓴 책이었다.
나를 걱정해 주는 마음이 고마웠지만, 책 속의 위로와 내 마음은 쉽게 만나 지지 않았다.
글은 따뜻했지만, 나는 아직 차가운 곳에 서 있었다.
생각 끝에 , 딸이 키우다 우리 집으로 데려온 열두 살 밀키,
그리고 남편과 함께 제주살이를 시작했다.
바닷가 가까운 숙소를 구했다.
나는 날마다 해안가에 서서 돌고래를 기다렸다.
비가 오나, 바람이 세차게 부나, 그 자리에 서서 망망대해를 바라보았다.
돌고래는 어느 순간에라도 나타나줄 거라는 희망이 있었기에.
돌아오지 못하고, 다시는 안아줄 수 없는 나의 아가 로리를 대신해서 나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어쩌면 돌고래를 기다린 것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라도 나타나 줄 로리를 기다린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이어가며 1년 2개월이 지났다.
< 딸아이가 만든 로리 아트돌 >
엄마의 슬픔을 위로해 주려고 딸이 만들어준 , 로리를 닮은 아트돌 인형을 안고 제주 5일장을 돌아다녔다.
남편은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 봐 인형을 차 안에 두고 내리길 원했다.
하지만 나는 내려놓을 수 없었다.
시장 구경을 좋아하던 로리,
제주 여행에서 마당 있는 집을 얻어 풀밭을 신나게 뛰어다니던 로리.
“로리야, 이거 뭐니? 로리가 좋아하는 빵이네. 맛있겠지?”
다행히 사람들은 진짜 강아지라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설마 나이 든 여자가 인형을 안고 중얼거린다고 여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젯밤, 로리 이야기를 써보려고 지난 사진 파일을 열었다.
한 장 한 장 넘기다 가슴이 내려앉아 차마 글을 잇지 못한 채 노트북을 덮었다.
아픈 기억에서 따뜻한 기억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한가 보다.
로리는 떠난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함께 있는 거라고,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말한다.
내가 사랑했던 시간, 로리와의 시간을 담아둔 영상을 틀어놓고 모니터 화면을 천천히 쓰다듬는다.
“로리야, 잘 잤어? 으쌰.”
그 인사는 여전히 현재형이다.
로리야,
엄마는 이제 덜 울어보려고 해.
브런치에 너의 이야기도 쓰고, 다음 주부터는 다시 사진 작업 강의도 들으며 살아보려고 한단다.
로리는 엄마가 울면 입에 물고 있던 인형을 엄마 앞에 툭 내려놓던 아이였지.
엄마, 그만 울라고. 조금만 더 씩씩하게 살아보라고.
오늘은 울지 않고 웃을게.
사랑해 ~ 나의 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