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밥을 사주겠다고 하면 보통은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은 내가 살게."
그 다정한 선언에 웃으며 고맙다고 말하지만,
사실 내 마음 한구석이 완전히 가볍지만은 않을 때가 있다.
고마움의 뒤편으로 언젠가 이 친절을 되갚아야 할 것 같은,
아주 작고 투명한 부채감이 그림자처럼 따라붙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각자 계산하는 방식이 자연스럽다.
누가 더 냈는지, 누가 덜 받았는지
마음속으로 복잡한 산수를 할 필요가 없으니까.
생각해 보면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저울 하나가 놓여 있는 듯하다.
한쪽은 끊임없이 베풀기만 하고 다른 한쪽은 받기만 한다면,
그 저울은 결국 어느 한쪽으로 속절없이 기울고 만다.
우리는 돈뿐만 아니라 마음에서도
본능적으로 그 수평을 맞추려 애쓴다.
내가 온 마음을 내어주었는데
상대의 진심이 돌아오지 않을 때 느껴지는 그 묘한 서운함은,
아마도 무너진 균형에서 오는 신호일 것이다.
어쩌면 인간은 물질적인 비용뿐 아니라,
마음의 영역에서도 '더치페이'를 간절히 원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얻어먹고 돌아오는 길보다,
조용히 한 끼를 대접하고 돌아오는 길에
오히려 마음이 더 편안해짐을 느낀다.
그건 내가 더 넉넉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받은 마음의 무게를 가늠하며 숙제를 안고 돌아오는 것보다,
나눌 수 있는 순간에 기꺼이 나누어 버리는 쪽이
내 마음에는 훨씬 가볍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람 사이의 진정한 관계란,
서로의 저울이 너무 가라앉지 않도록
조금씩 마음을 덜어내며
그 기분 좋은 수평을 맞춰가는 과정이 아닐까.
마음의 빚을 남기기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눌 수 있는 오늘이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