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돕는 일은 늘 선한 것이라 믿었다.
조금만 앞서 알려주면 그가 더 수월하게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을 때,
나는 주저 없이 손을 내밀곤 했다.
내가 먼저 지나온 길을 비춰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다정함이라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비로소 알게 되었다.
도움이라는 행위 속에는 주는 이의 선의뿐만 아니라,
받는 이의 자존심도 함께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에게는 나의 사소한 조언조차
스스로의 부족함을 확인받는 순간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난 뒤부터 나는 도움을 건네는 방식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다면,
이제는 묵묵히 뒤를 따르며 기다리는 쪽을 택한다.
상대가 먼저 고개를 돌려 물어오는 그 찰나의 순간에
손을 내밀기로 한 것이다.
도움은 주는 사람의 마음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받는 사람이 기꺼운 마음으로 그 손을 잡을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온기는 온전히 전달된다.
그래서 요즘 나는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이 울컥 차오를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이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즉각적인 해답일까,
아니면 자신의 힘으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존감을 지킬 시간일까.’
서두르지 않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상대의 보폭에 맞춰 조금 늦게 손을 내미는 것이,
때로는 가장 커다란 다정함이 될 수 있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