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의 무거운 이자

점점 더 커지는 거짓말과 흔들리는 믿음

by 부엄쓰c


며칠 후, 민수는 영어 학원 숙제를 미처 하지 못한 채 학원에 갈 시간이 됐다. 숙제를 안 해가면 크게 혼날 게 뻔했고, 믿고 아껴주는 선생님을 실망시키고 싶지도 않았다. 결국 민수는 학교에서 청소 당번이었다고 엄마와 선생님께 거짓말하고, 숙제를 급하게 마친 뒤 학원에 늦게 도착했다.


학원에 도착하자 선생님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민수에게 물었다.


“민수야, 오늘 늦었네? 무슨 일 있었어?”


순간 민수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병을 손에 꽉 쥐자, 거짓말이 너무나 쉽게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죄송해요, 선생님. 학교에서 청소 당번이었는데 일이 많아서 늦었어요.”


선생님은 믿어주는 표정으로 민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구나. 다음부터는 미리 말해줘, 민수야. 걱정했잖아.”



선생님의 따뜻한 말에 민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동시에 마음 한구석에서 죄책감과 불안이 점점 더 커져갔다.


집에 돌아온 민수의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민수를 믿고 아껴주는 선생님을 속였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게다가 병 안의 빛마저 흐려지고 있었다.


민수는 다급하게 다시 거짓말 은행을 찾아가 은행원 아저씨에게 물었다.


“아저씨, 병의 빛이 왜 이렇게 빨리 사라지죠?”


은행원 아저씨는 부드러운 미소로 민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병의 빛이 빨리 사라지는 건 민수군이 빌린 편리함이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는 뜻이에요. 민수군이 거짓말을 하면 할수록, 빛은 더 빨리 사라져요. 그 빛은 민수군이 주변 사람들에게 받은 ‘믿음’이거든요. 거짓말을 하면, 믿음이 점점 사라지고 결국 소중한 사람들이 민수군의 말을 믿기 어렵게 될 수 있어요.”


민수는 잠시 망설였지만, 당장의 불편함을 참을 자신이 없었다.


“한 병만 더 빌릴게요.”


은행원 아저씨는 기다렸다는 듯이 세 번째 병을 내밀었다. 병 안의 빛은 더 밝고 달콤했지만, 민수의 마음속 불안과 죄책감은 더 무겁고 어둡게 가라앉았다.


민수는 세 번째 병을 품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마음은 전에 없이 무겁고 쓸쓸했다. 병의 빛은 여전히 밝고 달콤했지만, 그 빛은 민수를 전혀 위로해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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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자 민수는 엄마의 눈빛이 달라진 걸 느꼈다. 병 속의 밝고 달콤했던 빛은 서서히 차갑고 무거워졌다. 결국 민수의 거짓말들이 그를 따라잡은 것이다.


그날 저녁, 엄마는 조용히 민수의 방에 들어왔다. 엄마의 표정은 평소보다 훨씬 더 어두워 보였다.


“민수야, 오늘 학교 청소 당번이라고 했었지? 그런데 학원 가기 전에 숙제하고 있던 거 엄마는 다 알고 있어. 왜 솔직히 말하지 않았어?”


순간 민수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병 속의 달콤한 빛은 민수의 손에서 점점 차갑고 무겁게 변해갔다. 민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엄마는 진지하게 말했다.


“민수야, 엄마는 네가 실수하거나 잘못을 해도 괜찮아. 하지만 거짓말은 안 돼. 거짓말을 하게 되면 엄마는 너를 믿기 어려워지게 될 거야. 너무 무섭거나 힘들 땐 엄마에게 솔직히 도움을 요청해야 엄마가 널 도와줄 수 있단다.”


엄마의 말은 조용하고 차분했지만, 민수에겐 그 어떤 꾸중보다도 아프게 느껴졌다. 민수는 병을 더욱 꽉 쥐었지만, 빛은 점점 더 빠르게 사라졌다.



다음 날부터 민수는 아무도 자신을 꾸짖거나 외면하지 않는데도 마음이 불편했다. 친구들과 웃으면서도 마음속 죄책감은 커져갔고, 선생님이 따뜻한 미소를 지을 때마다 민수의 가슴은 더 아파왔다.


‘엄마 말대로, 모두가 내가 하는 말을 이제는 그대로 믿지 않으면 어쩌지? 내가 자초한 일이지만 정말 슬픈 일이구나…’


결국 민수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거짓말 은행을 다시 찾았다. 은행원 아저씨는 슬픈 미소로 민수를 맞이했다.


“민수군, 이제 편리함을 더 이상 빌릴 수 없어요. 병이 너무 무겁고 빛은 차가워졌지요.”


민수는 두려운 마음으로 물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해요?”


“민수군, 거짓말로 잃은 건 결국 사람들이 너에게 주었던 믿음이었어요. 한 번 잃어버린 믿음은 쉽게 돌아오지 않아요. 그 믿음을 다시 얻으려면, 처음의 편리함보다 훨씬 더 많은 용기와 정직함이 필요하답니다.”


민수는 깊은 후회 속에서 자신이 얼마나 큰 것을 잃었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병 안의 찬란했던 빛은 이제 민수의 마음을 전혀 비추지 못한 채 그저 차갑게 사라지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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