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둔 날
이사업체가 방문 견적을 보러 오기로 한 날이었다. 집을 어느 정도 정리해야 했기에 나는 빨래를 개고 있었고, 아이에게는 거실 정리와 세탁기 돌리기, 자기 방 정리를 부탁했다. 주방 정리와 식기세척기 돌리기, 분리수거까지 마친 후 마지막으로 빨래를 개고 있는데, 아이가 건조된 세탁물을 가져와 내가 개고 있던 빨래 위에 툭 내려놓았다.
아이는 도와주려던 마음이었다고 했지만, 그 순간 나에게는 정리한 것을 다시 흐트러뜨리고, 일을 던지는 것 같은 느낌이 먼저 올라왔다. 화가 났다. 그 화가 곧바로 말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래서 잠시 멈추었다.
“엄마가 지금 빨래를 개고 있는데 이렇게 하면 흐트러져서 화가 나. 도와주고 싶었으면 여기다 놓아도 되는지, 더 개도 되는지 물어봤으면 좋겠어.”
아이의 표정이 굳었다. 자기는 던진 게 아니라며 억울한 표정으로 따져 물었다. "언제 던졌냐"고 되묻는 말에 내 안의 화가 다시 치솟았다. 그 순간 알았다. 지금 이 상태로는 아무 말도 더 하면 안 되겠다는 걸.
그래서 평소와 다르게 말했다.
“엄마 지금 화가 나 있어. 이 상태로 계속 얘기하면 서로 상처가 될 것 같아. 잠깐 떨어져 있는 게 맞는 것 같아. 이건 엄마가 정리할게. 너는 가서 세탁기 돌리고 네 방 정리부터 해. 그리고 엄마가 왜 화가 났을지, 어떤 마음이었을지 생각해봐.”
아이를 분리했고, 나는 다시 빨래를 개었다. 완벽한 대응은 아니었다. 목소리가 완전히 부드럽지도 않았고 상황을 매끄럽게 정리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분명히 달랐다. 화를 쏟아내지 않았고, 아이에게 감정을 던지지 않았으며, 멈추는 선택을 했다.
예전의 나는 화가 나면 끝까지 설명하려 했고, 이해시키려 했고, 결국 둘 다 지쳤다. 오늘의 나는 화를 느끼는 나 자신을 먼저 돌봤다. 여유가 없을때면 감정이 빨리 올라오고 완벽하게 조절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화를 참는 것보다 중요한 건 화가 난 상태로 아이와 마주하지 않는 것이라는 걸.
오늘은 그렇게, 멀어지지 않기 위해 잠시 떨어져 있기로 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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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로드에서도 연재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