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배우는 약속과 자신을 지키는 마음

기다림의 온도

by 부엄쓰c


아이는 몇 주 전부터 설레며 약속을 준비했다. 서로 모르는 친한 친구 둘을 초대해 함께 놀고 싶다는 예쁜 소망이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차가운 겨울 바람 속에서 조금씩 흔들렸다.


약속 당일, 한 친구가 숙제를 이유로 늦게 나오지 못했다. 아이와 다른 친구는 친구의 집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추위를 견디다 결국 추위를 피해 다른 친구 집으로 잠시 피신했다 다시 약속 장소로 돌아왔다. 기다림이 길어지자, 다른 친구는 결국 견디지 못하고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남겨진 아이는 혼자서 당황하고 속상해하며 전화를 걸어왔다.


"엄마, 둘 다 약속을 안 지켰어. 어떻게 해야 해? 친구가 이제 온다고 해서 조금 더 기다릴까 하는데…"


나는 천천히 숨을 고르고 차분히 말했다.


"그 친구가 그렇게 늦었는데도 네가 더 기다리고 싶은 이유는 뭘까? 네가 정한 4시까지는 엄마도 네 결정을 믿고 기다려줄 거야. 하지만 그 이후엔 너 자신을 지켜야 하는 거야."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결국 친구를 기다렸다. 조금 뒤 친구가 달려왔고, 숙제가 밀려 늦었다는 진심 어린 사과를 듣자 아이의 마음도 풀렸다. 아이는 친구의 미안한 얼굴에서 진심을 읽었고, 친구의 책임감을 이해하고 용서했다.


아이가 약속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혹시 아이의 마음이 더 추워질까 걱정되어 마중을 나갔다. 아이는 상황이 뜻대로 되진 않았지만, 스스로 무언가를 해냈다는 자신감이 묻어나는 표정이었다. 나를 발견한 아이는 아주 반가워하며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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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고 맛있는 저녁을 준비하려고 차를 몰며 조심스럽게 아이의 마음을 살폈다.


"오늘 어땠어?"


아이는 창밖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렇게 서로 모르는 친구들을 모아서 만나는 건 너무 복잡한 것 같아. 앞으로는 안 하는 게 좋겠어."


나는 말없이 아이의 말을 기다렸다. 아이는 잠시 침묵하다 다시 말을 이었다.


"친구가 늦게 나왔지만 진심으로 사과를 해서 이제 괜찮아. 근데 친구 부모님이 우리를 추운데 오랫동안 기다리게 했다는 게 이해가 안돼."


나는 아이의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와 나는 친구 부모님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이들이 추위 속에 오랜 시간 기다렸음에도 왜 빨리 나오게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명확한 이유가 필요했다. 아이는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나는 아이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 그 친구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처음엔 마음이 복잡하고 불편했지만, 친구 부모님의 당황한 목소리와 진심 어린 사과를 듣자 나도 차츰 마음이 열렸다.


"정말 미안해요. 아이들이 밖에서 기다리는 걸 전혀 몰랐어요. 아이들이 괜찮아요? 다른 친구한테도 사과를 해야겠네요. 이사가기 전에 우리 집에서 두 친구를 꼭 초대해서 다시 만날 자리를 마련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진심 어린 사과에 마음이 풀렸다. 처음의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녹아내리듯, 내가 용기를 낸 것이 옳은 결정이었음을 알았다.


전화를 마친 아이는 내 품에 폭 안기며 환하게 웃었다.


"엄마는 100점 만점에 300점이야! 우리가 이렇게 사이가 좋은 건 이야기를 많이 해서 그런 거야."


나는 아이의 작은 몸을 꼭 안았다. 그 포옹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배웠다. 약속과 기다림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고 존중받는 법을, 상대를 이해하고 진심으로 소통하는 법을.


그렇게 우리 둘은 서로의 온기 속에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작가의 말] 밀리로드에서도 연재중입니다. 밀어주기 부탁드려요 ^^

https://short.millie.co.kr/k7nx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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