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을 밟고 지나가는 아이에게 빨래를 시켰다

존중 대신 경험을, 잔소리 대신 책임을

by 부엄쓰c


침대와 베란다는 연결되어 있다. 아이에게는 그게 가장 빠른 길이었다. 빨래를 널거나 옷을 가져올 때마다, 아이는 자주 침대 위를 밟고 베란다로 건너갔다. 문제는 늘 같았다. 씻지도 않은 발로, 하루 종일 바닥을 밟았던 그 발로 매번 침구 위를 지나간다는 것.

수없이 말했다. 하지 말라고, 더럽다고, 다시 빨아야 한다고. 그러나 내 말은 공기처럼 흩어졌다. 아이는 귀찮음을 이겼고, 나는 설명을 졌다.


고민 끝에 믿을 만한 분께 받은 조언이 생각났다. 사실 내내 그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불 빨래를 시켜보세요."


주말, 욕실 욕조에 아이 침대 매트와 내 침대 매트를 함께 넣었다. 물에 젖은 이불은 예상보다 훨씬 무거웠다. 아이가 맨발로 밟자 회색빛 물이 천천히 올라왔다. 처음엔 재미있어하던 아이가 곧 힘들어 숨을 내쉬었다. 세탁기를 돌리면 안 되냐고 묻자 나는 답했다.


"안 돼. 네가 밟고 다닌 거잖아."


진짜 힘든 건 탈수였다. 젖은 이불을 끌고 세탁기까지 옮기는 길에서 아이는 처음으로 '귀찮음의 무게'를 제대로 느낀 표정이었다. 아이는 세탁기가 헹굼과 탈수를 하는 동안 잠이 들어 결국 그날 이불을 널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등교 시간이 먼저 찾아왔다. 세탁기에서 탈수가 끝난 이불을 보며 널어줄까 말까 망설이다가, 하루 종일 그대로 방치될 이불을 생각하니 이번엔 내가 도와주기로 했다. 1단계는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이불 빨래가 얼마나 힘든지, 그 책임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아는 것. 이후 아이는 침대를 밟고 지나가지 않았다. 대신 소파였다. 매트와 담요가 깔린 소파 위를 밟고, 손을 씻고 수건으로 닦지 않은 채 모든 걸 묻히고 다녔다.


이번 주말, 소파 매트와 담요도 빨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는 반발하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런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 반복된다는 것, 그리고 결국 책임을 지게 되면 이 행동의 끝이 어디로 가는지. 설명보다 결과를, 잔소리보다 피드백을 선택하는 이유는 아이를 통제하지 않기 위해서다. 기준은 말이 아니라 경험으로 남을 때 비로소 아이 안에서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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