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받아주지 않아도, 사랑은 줄어들지 않는다

사랑과 기준 사이에서 균형을 배우는 중

by 부엄쓰c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건 마음을 복잡하게 만든다. 모든 책임이 내게 있다는 압박감은 사소한 선택 하나도 무겁게 느껴지게 한다. 내 마음은 아이를 충분히 존중하고 싶으면서도 명확한 기준을 유지하고 싶은 두 방향 사이에서 자주 흔들렸다. 때로는 그 균형을 내가 제대로 유지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의심스러웠다.


그날은 평소보다 퇴근이 늦었다. 아침엔 아이가 일찍 학교에 갔고, 회사에 일이 밀려 늦은 밤까지 자리를 지켜야 했다. 최근 들어 아이와 의견을 주고받기 시작하면서, 아침 메뉴조차 일방적으로 정하지 않는다. 아이는 씨리얼을 먹겠다고 했고, 대신 다음 날 아침은 밥을 먹기로 약속했다. 아이는 그렇게 스스로 아침을 챙기고 일찍 학교에 가 숙제를 하겠다고 말했다.


하루가 그렇게 지나갔다. 저녁은 주말에 끓여둔 갈비탕을 먹으라고 했다. 아이가 원해서 미리 준비한 음식이었고, 매번 원하는 걸 맞춰줄 수는 없었다. 식사는 때론 즐겁지 않을 수도 있고, 원하지 않는 음식도 받아들여야 하는 법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저녁 식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늦은 밤 10시 반, 집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여전히 밥을 먹지 않고 책을 보고 있었다. 가방과 실내화 주머니, 옷가지들은 잘 정리해 두었지만, 샤워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화를 내거나 목소리를 높일 이유는 없었지만, 분명히 짚어야 할 문제였다. 잠깐 마음속에서 망설임이 일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는 게 맞지만, 밥을 거르면서까지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차분히 말했다.


“지금 시간이 열 시 반이야. 점심 이후로 지금까지 밥을 안 먹는 건 건강에 좋지 않아. 먹기 싫은 건 알지만, 그래도 먹어야 할 때가 있는 거야. 이렇게 반복되면 안 되니까 밥을 제대로 먹는 게 용돈의 기준이야. 이번 주 용돈은 없는 걸로 하자.”


아이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갈비탕 먹기 싫단 말이에요.”


그 순간에도 마음이 흔들렸다.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내가 제대로 균형을 지키고 있는지 잠깐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흔들릴 때마다 더 명확하게 돌아가야 할 기준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싫다고 이렇게 늦게까지 굶는 건 아니야. 네가 원하는 게 항상 제때 나올 수는 없어. 그건 안 되는 거야. 알겠지?”


“네…”


그 정도면 충분했다. 아이도 알아야 한다. 어디까지는 선택의 영역이고, 어디부터는 반드시 지켜야 할 영역인지.

결국 아이는 조용히 밥을 먹었다. 피곤했는지 내가 잠시 쉬는 사이 그대로 잠이 들었다. 씻지 않은 모습이 마음에 걸렸지만, 이미 깊이 잠든 아이를 다시 깨워 씻기는 어렵다는 걸 알았다. 대신 조용히 깨워서 방에 들어가 편히 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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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은 하루였다. 아침도, 저녁도, 계획도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마음속에선 늘 갈등했다.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분명한 기준을 유지하는 일이 여전히 쉽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든 걸 다 받아주지 않아도 사랑은 흔들리거나 줄어들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흔들리면서도 균형을 배우고 있었다. 존중하되 끌려가지 않고, 기준을 세우되 강요하지 않는 법을 말이다. 이 모든 것이 불안하지만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조금씩 인정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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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이 기록을 밀리로드에서도 이어가고 있어요. 밀어주기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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