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집이 어질러져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예상하고, 기다리고, 여유를 두는 연습

by 부엄쓰c


하루 일과 중 무엇부터 다르게 해볼 수 있을까 생각하며, 어제보다 나아질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니 조금 설레기까지 했다. 우선 집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다르게 시작할 수 있을까.


퇴근길, 집 안의 풍경이 그려졌다. 책가방과 실내화 주머니는 소파 위에 던져져 있을 테고, 방 안에는 옷들이 여기저기 벗어져 있을 것이다. 식탁은 아마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겠지. 이 장면은 매일 반복됐고, 나는 늘 화를 내거나 아이를 재촉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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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생각을 조금 바꿔봤다. 집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을 거라는 기대를 내려놓고, 어질러져 있을 거라는 마음의 준비를 했다. 오늘 당장 해결하려 하지 말고, 나 스스로에게 시간을 조금 더 넉넉히 주자고 결심했다.


집에 들어서자 역시 예상 그대로였다. 가방과 주머니는 제자리를 벗어나 있었고, 옷들도 여전히 어지러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급해지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말투가 부드러워졌다.


“밥 먹고 있었어? 잘했어. 갈비탕 맛있어? 엄마도 같이 먹자.”


그렇게 말하고 나니 나 스스로도 마음이 편안했다. 아이 역시 편안한 얼굴로 식사를 마쳤고, 나는 천천히 여유를 갖고 정리하자고 말했다.


잠들기 직전, 아이가 문득 말했다.


“엄마, 오늘 왜 이렇게 친절해요?”


그 말은 특정 순간의 친절 때문이 아니라, 하루 내내 내가 조금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서두르지 않고, 기다리고, 말투가 부드러웠던 하루의 공기가 아이에게도 전해졌나 보다.


어제 내가 한 건 거창한 다짐이나 완벽한 변화가 아니라, 그저 작은 기대를 내려놓고 나에게 여유를 준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 작고 단순한 선택이 하루의 끝을 완전히 바꾸었다.


싱글맘은 처음이라서 아직 서툴지만, 이렇게 하루에 하나씩 다른 선택을 해보는 일은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다.


어제는 그렇게, 조금 다르게 살아본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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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싱글맘은 처음이라서〉밀리의 서재에서도 연재를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응원과 밀어주기를 부탁드려요. https://short.millie.co.kr/iycwp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