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대신 믿음으로 채운 하루
싱글맘이라 혼자서 짊어지는 심리적 부담이 있다. 모든 책임이 내 어깨 위에 올려져 있다는 생각에 가끔 불안이 찾아온다. 진심과 노력을 아이가 알아주지 않을 때면 서운함은 더 깊어졌고, 마음은 쉽게 조급해졌다. 그래서 더 자주 아이를 재촉하고 다그쳤다. 돌이켜보면 그렇게라도 아이에게 내 마음이 닿길 바랐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그런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기로 했다. 집에 들어가기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한다. 어질러진 풍경을 미리 떠올리며, 조급해지지 않으려 연습하는 것이다. 어제도 큰 기대 없이 현관문을 열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집 안은 평소와 완전히 달랐다. 늘 소파 위에 던져져 있던 가방과 실내화 주머니, 방 안에 벗어져 있던 옷가지들까지 모두 제자리를 찾고 있었다. 아이는 이미 샤워를 마친 상태였고, 아침에 급하게 널고 나간 빨래까지 가지런히 정리해 놓았다. 상상했던 ‘최악의 풍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이는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내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으쓱 올라간 어깨에서는 뿌듯함이 느껴졌다. 밝아진 얼굴을 마주하며 웃음 섞인 칭찬을 건넸다.
“오늘은 어떻게 이렇게 잘했어? 어제 엄마가 여유 있게 말해줘서 그런 거야, 아니면 다른 부탁이 있는 거야?”
가볍게 물으니 아이는 잠시 망설이다 주말 이야기를 꺼냈다. 각자 따로 친했던 두 친구를 이번 주말 처음으로 함께 만나기로 했는데, 그 자리에서 뭔가 사주고 싶은 마음에 용돈을 하루 정도 일찍 받고 싶다고 했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중요한 기준 하나를 꼭 전하고 싶었다.
“친구들과 잘 지내려는 네 마음은 정말 멋진 거야. 하지만 돈으로 관계를 시작할 필요는 없어. 꼭 뭔가를 사줘야만 이어지는 관계라면 좋은 관계가 아니야. 함께 웃고 이야기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 충분해.”
아이는 그 말을 이해한 듯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아이에게 갈비탕을 권했지만, 아이는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엄마, 오늘은 갈비탕이 좀 질려요. 아까 라면도 먹었고요. 그냥 엄마가 회사에서 싸온 밥 먹으면 안 돼요?”
평소라면 다시 권했겠지만 이번엔 다르게 했다.‘지금 꼭 먹지 않아도 괜찮아.’ 스스로를 먼저 다독이며 부드럽게 말했다.
“그래, 숙제 마저 하고 있어. 금방 갈게.”
집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숙제를 하고 있었다. 집안일도 깔끔하게 마무리되었고,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신나게 풀어놓았다. 준비한 밥을 아이는 맛있게 먹었고, 식탁 위에는 따뜻한 온기가 흘렀다. 식사를 마친 아이는 마지막으로 식기세척기까지 돌려주었다. 간식비를 초과한 부분은 집안일을 도운 것으로 대신 채워주기로 했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다시 한번 길을 안내했다.
“집안일을 도와주면 그만큼 용돈을 더 받을 수도 있어. 네가 더 받고 싶은 게 있다면, 이렇게 조금씩 집안일을 돕는 방법도 있지.”
돌아보니 오늘 하루는 아이를 억지로 끌고 가는 대신, 아이의 선택을 믿고 여유 있게 기다려준 하루였다. 조급함을 내려놓자 아이는 스스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건 내 통제가 아니라, 이렇게 믿고 기다려주는 여유였는지도 모르겠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10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편안한 이야기를 나눴다.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잠을 청하는 순간에도, 하루 동안 우리가 나눈 온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오늘은 그렇게, 아이를 믿어보기로 한 하루였다.
#싱글맘은처음이라서 #조급함을내려놓기 #통제대신신뢰 #기다림의여유 #아이의선택존중 #관계를배우는중 #엄마의작은변화 #매일새로운습관 #성장하는하루 #서로를믿는육아 #부드러운엄마되기
[작가의 말] 밀리의 서재에서도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마음이 닿는다면 따뜻한 밀어주기로 함께해 주세요 ^^
https://short.millie.co.kr/ga22d6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