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이 내 것이 아니게 된 순간, 창작자의 권리에 눈뜨다
나는 처음부터 글을 쓰려던 사람은 아니었다. 그저 버티기 위해 글을 썼다. 너무 많은 감정이 내 마음에 고여 있었고, 그것을 품고 있자니 아팠으며, 흘려보내자니 두려웠다. 그렇게 나는 나를 살리기 위해 매일 글을 썼다.
글을 쓴다는 것은 마음을 정제해 다른 이에게 건네는 행위다. 처음에는 내 마음을 붙잡기 위해 썼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기록이란, 감정을 잘 흘려보내는 일이라는 것을. 그렇게 용기를 내어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내 글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닿았다는 댓글을 받을 때마다 그 흘려보낸 감정이 다시 내게로 돌아오는 듯한 기쁨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회사에서 내가 며칠 밤을 새워 작성한 자료가 누군가에 의해 출처도 없이 다른 보고서에 담겨 있음을 발견했다. 처음엔 착각인 줄 알았다. 그러나 분명히 내가 쓰고 고민했던 문장들이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내 노력이, 내 마음이 도둑맞은 기분이었다. 그날 나는 집으로 돌아와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감은 깨졌고, 한동안 마음도 가라앉고 기운조차 없었다.
비슷한 경험이 몇 번 더 반복되었고, 나는 그때 처음으로 ‘창작자의 권리’라는 개념을 몸으로 느꼈다. 공동의 자산인 회사 자료마저 출처가 흐려지면 이렇게나 속상한데, 하물며 나의 내밀한 감정이 담긴 글이라면 어떨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저작권을 존중하는 태도를 스스로 더 철저히 실천하게 되었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이미지라도 꼭 창작자의 링크를 표기하는 습관을 갖게 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작은 행동일지 모르지만, 나와 같은 마음을 느낄 또 다른 창작자를 존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흔히들 말한다. 창작이란 ‘내 안의 무언가를 손에서 놓는 일’이라고. 나는 그 말에 깊이 공감한다. 내 손끝에서 떠난 내 글은 다시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없고, 누군가의 마음속에 자리 잡아 새로운 이야기가 되어 흘러갈 것이다. 그렇기에, 창작자가 가진 저작권은 감정을 흘려보낸 사람에게 돌아가는 아주 작지만 너무나도 당연한 권리다. 그것은 단지 법적인 보호가 아니라, 창작자의 마음과 삶에 대한 존중이다.
저작권은 창작자와 독자 사이에 존재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아름다운 약속이다. 우리가 누군가의 마음을 존중하고 소중히 여길 때, 내 감정 역시 같은 방식으로 존중받을 것이다.
오늘도 나는 내 안의 감정을 흘려보낸다. 내 손끝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어디서 어떻게 살아갈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흘려보낸 마음이 모두의 것이 되더라도, 그 감정이 시작된 나의 이름은 결코 흐려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
이것이 내가 가진 단 하나의 저작권이자, 내 글을 읽어준 당신에게 부탁하고 싶은 작은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