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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N잡러 리즈 Dec 04. 2023

학원 강사의 하루는 꽤 고되다

학원 강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 나는 여전히 학부모이자 학원 강사지만 그 시선과 태도는 엄연히 다르다.


"선생님이 자주 우리 아이에 대해 말해줬으면 좋겠다."


어쩌면 모든 학부모들의 공통 사항이 아닐까 싶다. 내가 돈을 주면서 보내지만, 학원에 궁금한 점을 그때그때 묻기에는 사뭇 부담스럽다. 그래서 선생님이 알아서 전화 또는 연락을 줘서 말씀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학원 강사로 일해보니 스케줄은 가히 살인적이다. 55분 수업, 5분 쉬는 시간. 이 시간표대로 5시간을 연속으로 수업에 들어간다. 쉬는 시간이 5분이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사실 쉬는 시간으로서의 기능은 전혀 없다. 


수업이 끝날 때쯤 되면 다음 시간 아이들은 이미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 수업이 끝나는 동시에 교실로 들어오며 자리를 잡는다. 즉 쉬는 시간 5분은 아이들의 이동 시간라고 봐도 무관하다. 


'5분만 좀 조용히 쉬자.'


수업에 에너지를 쏟고 나면, 잠깐이라도 쉬고 싶은 마음은이 간절해진다. 하지만, 교실에 들어오면서 반가운 얼굴로 이야기를 재잘재잘 하는 아이들에게 '쉬고 싶으니 말 걸지 마라.'고 말할 선생님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결국, 이렇게 아이들의 이동과 수다로 5분의 쉬는 시간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렇다면 수업 이외의 시간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쁘다, 그것도 아주 많이.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아이들이 했던 내용에 대한 피드백과 더불어 인쇄, 복사, 자료 준비, 교무일지 작성, 학원 홈페이지 관리, 원장님 보고 등 기타 업무가 수두룩하게 쌓여 있다.


거기에 학부모 상담까지 하려면 가끔은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심정이다. 아이들에게 관심은 많지만, 학부모님께 하나하나 전달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좋게 상담을 받아주시는 어머님들이 대다수지만, 어딜 가든 늘 진상은 있기 마련이다.


"OO가 앞 학원 때문에 수업 시간에 10분 늦게 도착해요. 10분 더 수업해 주세요, 선생님."

"우리 애가 예민해서요. 다른 아이들이랑 따로 수업했으면 좋겠어요."

"왜 우리 애가 이 성적밖에 안 나왔죠? 학원 테스트가 잘못된 거 아니어요?"


이런 말을 들으면 열심히 수업을 하다가도 힘이 쭉 빠진다. 가끔은 피로함을 넘어서 일의 회의감마저 든다. 그럼에도 이 일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건 아이들의 성장에 대한 뿌듯함과 좋은 어머님들과의 만남이다.


"선생님, 잘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을 만난 게 저희 OO의 복이네요."


"선생님, 수업 너무 재밌어요!"

"선생님, 너무 좋아요!"


이 말 한마디가 사람을 춤추게 하고 열정적으로 움직이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말 한 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는 속담은 생각할수록 명언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힘들다. 수업을 마치고 나면 목부터 어깨까지 안 아픈 데가 없을 정도다. 무엇보다 아이마다 다 다르기에 육아처럼 교육도 정답이 없다. 어디까지나 큰 틀만 존재할 뿐이다. 그 안에서 얼마만큼 수업에 녹여낼 수 있느냐는 어디까지나 강사의 몫이다. 


그래서 선생님이 된 지금도 다시 학생이 되어서 배우고 또 공부한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려면 강사가 먼저 더 배우고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아마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이라는 단어는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고 잘하도록 응원하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오늘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파김치가 되어서 퇴근을 한다. 그럼에도 작게 미소지을 수 있는 건 내일은 한 뼘 더 성장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과 보람 때문일 것이다. =)



* 이 글을 보시는 학부모님들께,

어머님들의 따뜻한 격려, 응원의 말 한 마디가 선생님을 춤추게 하고 힘내게 합니다. 학교 / 학원 선생님과 상담하실 때, 부디 격려와 응원의 말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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