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처드킴 Jun 04. 2022

비석치기는 히말라야에서 유행 중

“우리는 후대에까지 자원봉사여행을 계속 이어지게 할 의무가 있다.”

 오늘은 봉사활동이 있는 날이다. 통상적으로 이곳 히말라야 지역으로 봉사활동을 오게 되면 봉사활동 후에 산악 트래킹을 하게 된다. 물론 산악 트래킹이 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약 3주간의 봉사활동 기간 중 산악트래킹은 2-3일 정도이고, 2주 정도는 온전히 봉사활동에 전념하여야 한다. 구글에서 ‘자원봉사여행’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여 보았더니 H일보의 부정적인 기사가 눈에 띄었다. 이런 문제를 접할수록 더욱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봉사활동 중 여행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져서는 곤란하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봉사활동 주제에 대하여 말하자면 요즘은 히말라야의 자연보호도 신경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네팔은 아직도 경제적으로 열악한 국가이다. 현지에서는 교육에 관한 봉사활동을 선호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도 당연히 필요에 따라 봉사활동 주제를 우선순위로 정하게 된다.     


“여기 교무실이 어디죠?”

이번에 킴이 따라온 봉사단은 교사들로 이루어져 있는 교육봉사단이다. 선생님들이어서 그런지 ‘따또바니’ 학교에서 교무실부터 찾는다. 그러나 이렇게 열악한 곳에 교무실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어쩔 수 없이 짓다만 학교 옥상에서 교무회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킴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교무회의에 참석해 보는 영광을 안았다. 그것도 학교 옥상에서 말이다. 임시 교무회의에서 수학, 과학, 영어 등 학교에서 하루종일 일어나는 수업에 대하여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논의를 한다. 임시교무회의가 끝난 다음 우리의 의견을 학교측에 전달했다. 수학 등 복잡한 수업을 가르칠수도 있지만, 통역 등의 문제로 인하여 오늘은 과학과 체육등의 수업에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      

등교시 필수, 집합

 수업 진행을 할 때에는 크게 두 번의 교수법으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는 현지 네팔 교사가 먼저 기존에 운영하듯이 수업을 한다. 그 수업이 이루어지고 나면 두 번째로 우리 한국 교사가 한국어로 수업을 진행한다. 물론 네팔어와 한국어에 대한 통역사 배치는 필수이다. 특히 한국 선생님들은 준비해간 수업 교보재(보조자료)를 꺼냈을 때, 현지 아이들에게서 반응이 높다. 글을 보고 계시는 분들 중 이런 의구심이 드실 수 있다.


“보다 효율적인 봉사활동은 한국에서 교보재를 보내주는 것 아닐까?”

앞서 H일보의 부정적인 기사에 대하여도 한번 언급하였지만, 봉사활동이 진행되고 있는 현지 상황은 이곳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매우 다르게 ‘복잡한 경우의 수’가 있다. 물론 기자로써 날카로운 지적 몇 가지는 매우 좋은 것이었다. 그러나 적어도 이곳에서 수업 교보재는 이번 자원봉사활동 선생님들이 오지 않으면 아이들은 접할 수 없다. 즉, 이번 선생님들은 자원봉사자이자 기부자이다. 수업 준비물인 ‘교보재’의 제공자이다. 이들이 이곳으로 봉사활동을 오지 않으면 교보재는 없다. 그것이 바로 이곳 히말라야에서 마주한 현실이다.     


“자, 이제는 만든 과학 지렛대를 가지고 나가 볼까요?”

‘와’ 하는 함성소리와 함께 학생들이 교실 밖으로 달려간다. 한국이나 네팔이나 교실 안은 답답하고 교실 밖에서 수업 하는 것이 마냥 즐거운 모양이다. 킴도 같이 따라 나왔다. 운동장으로 나오면 이곳이 히말라야 지역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주변이 온통 눈덮인 히말라야 설산 뿐이다.     

“이쪽으로 와서 만든 지렛대를 가지고 줄을 서세요.”

선생님의 말을 너무 착하게 잘 듣는 학생들이다. 킴도 어렸을 때 선생님 말을 저렇게 잘 들은적이 있었다. 선생님이 고무줄을 당겨보라고 하는 순간, 아이들은 본인들이 직접 만든 종이 지렛대를 날려보며, 과학의 원리를 이해했다.      


‘비석치기는 히말라야에서 유행 중’

이번에는 체육 시간이 진행되고 있는 곳으로 눈을 돌려 보았다. 작년 유행하였던 ‘오징어 게임’ 같은 놀이를 해봤으면 좋으련만, 지금은 전통놀이인 ‘비석치기’가 한창이다. 혹시 비석치기가 무엇인지 모르시는 분이 있으실지도 몰라 짧게 소개해본다.


첫째 납작한 돌을 한명당 한 개씩 골라서 편을 만든다.

둘째 수비는 목표 지점에 돌을 세워놓고, 공격은 출발선에서 신체 일부에 돌을 올려놓는다.

셋째 모든 과정을 통과하면 승리한다.

넷째 상대방을 웃겨서 실수를 유발시켜도 무방하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정말 매우 좋아한다. 킴도 선생님들도 예전의 기억으로 돌아가 비석치기를 같이 한다. 인기가 점점 높아져 이제는 줄을 서야 할 지경이다.

“교보재가 없으면 돌로 하시면 됩니다.”

비석치기를 가르쳐 주신 한국선생님의 한마디 말씀이다. 이번에는 선생님들이 교보재인 비석치기의 돌을 한국에서 공수해오셨다. 아마도 우리 봉사활동이 끝나고 저 교보재를 모두 잃어버리게 되면, 이곳 현지의 돌로 응용을 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전통 놀이가 이곳에서도 계속해서 이어졌으면 좋겠다.     


“크레파스를 들어보세요.”

 약간 과장하자면 한국에서는 돌보다도 흔한 크레파스이지만 이곳에서 크레파스는 오로지 한국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만이 잠깐 만져볼 수 있는 귀한 교보재이다. 물론 그 크레파스도 우선 스케치 밑그림을 통과한 학생만이 칠할 수 있다. 이번 미술시간에는 왠 어린아이도 함께 하고 있다. 물어보니, 동생이 혼자 집에서 있어서 업고 왔다고 한다. 동생과 함께 하는 미술시간이라니 더욱 즐거운 듯 싶다.     

H일보 기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자원봉사여행에서 두 가지를 조심하자고 했다. 첫 번째인 보육원에 대한 이슈는 이곳은 적어도 공립학교 이므로 전혀 문제가 없을 듯 싶다. 두 번째인 “특권층을 위한 휴가라는 비난이 있다.”는 말에 조금은 가슴이 아파온다.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휴가를 가고 있고 그중의 일부가 조금 더 건강한 여행을 해보고자 자원봉사여행을 택하는 것인데 이것이 비난받아야 하는 것일까? 이들이 기부하는 소액의 기부금과 교보재는 이곳 현지에서는 매우 소중한 것이다. 조금 부족한 부분이나 지적이 있다면 수정 보완해 나가면 된다. 몇 가지의 안 좋은 사례 때문에 순수하게 운영되는 활동마저 없어져서는 안 된다.

우리는 후대에까지 자원봉사여행을 계속 이어지게 할 의무가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