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면 더 높이 더 멀리” 갈 수 있습니다.
“산악인 자격증이 있나요?”
먼저 ‘산’이라는 단어에 대해 기술하기 전에 엄홍길 대장님을 비롯하여 무수하게 많은 산악인분들에게 양해의 말씀을 구한다. 다만 여기서 킴이 이야기하는 ‘산’에 관한 몇 가지는 전문 산악인으로써의 지식이 아니고 그냥 일반인보다 조금 더 아는 상식 수준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 2010년대 초반 엄대장님을 처음 뵈었을 때는 ‘산악인’이 무엇이냐고 물었다면 그냥 등산을 좋아하시는 사람이라고 간단하게 답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보고자한다. 누가 언제부터 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14좌’라는 것이 있다. 여기서 ‘좌’는 우리가 흔히 아는 버스의 좌석도 아니고, 주식의 계좌도 아니다. 그것은 봉우리의 이름이다. 히말라야 산맥에는 8000미터 이상의 고봉이 14개 존재한다. 누가 처음에 이 룰을 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14개의 봉우리를 포함하여 제법 높은 봉우리---예를 들면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는 약 6천미터에 불과하지만 이곳을 오른 것도 등정으로 인정한다.--- 어쨌든 고봉의 봉우리를 한 개라도 올라봤다면 그 사람을 ‘산악인’이라고 말한다. 앞서 말했듯이 누가 처음에 그렇게 정했는지는 모른다. 다만 킴도 예전에 엄대장님과 일을 함께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혹시 킴도 산악인이세요?”라고 물어보면
“아, 저는 그냥 산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라고 대답을 하였다. 킴은 그냥 산을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다.
엄대장님은 14좌에 2좌를 더하여 세계최초 16좌 완등을 하였다.
“학교를 지어주시면 교육봉사를 하겠습니다.”
엄대장님이 ‘16좌’를 완등한 후 그곳의 사람들에게 보답하기 위하여 학교를 지어주겠다고 했을 때 정애경 선생님께서 제안을 하였다고 한다. 시원한 성격이신 엄대장님은 매우 흔쾌히 허락을 하시었다고 한다. 정애경 선생님은 서울 국제고등학교에서 근무하시는 선생님으로 사실 '정대장님'이라는 호칭은 우리가 별명으로 붙여 드린 것으로 위에서 언급한 고봉을 오른 산악인은 아니다. 국제자원봉사를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하셨지만 이제는 전문가의 영역으로 들어가신 선생님이시다. 훗날 법인까지 차리신 것을 보면 정선생님의 성격과 활동과 역량이 대단하심을 알 수 있다. 이분의 열정이 엄대장님 못지않다는 생각이 들어 정대장님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학교 짓는 것은 하드웨어를 제공하는 것이니, 당신이 제공한 하드웨어에 우리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얼마나 신박하고도 당찬 제안인가?
자, 이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이 슬슬 궁금해질때가 되었다. 과연 오늘 킴이 이곳 안나푸르나 아래의 학교에 와 있는 학교는 몇 번째 학교일까?
안나푸르나 가는길.. 따또바니 학교
14좌중 높이는 열 번째이지만 아름답기로는 첫 번째로 손꼽히는 안나푸르나 봉우리를 가기위해서는 반드시 포카라를 거쳐야 한다. 카트만두부터 포카라까지는 버스로 약 8시간정도 소요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산 아래 다다르면 작은 마을 비레탄티가 위치하고 있다. 이 비레탄티에서도 북쪽에 따도바니 학교가 있다. 이 학교의 학생수는 약 330명 정도이고 10학년까지 있다. 교무실, 도서실, 화장실 등을 갖추고 있으나 이미 노후화된 시설이고 부끄럽게도 이미 일본에서 지어준 건물도 2개나 된다. 처음 건축 당시 시멘트 같이 튼튼하게 지어지지 않고, 돌로만 쌓아서 만들었기 때문에 건물이 매우 불안적인 상태였다고 한다. 네팔은 지진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안전이 매우 우려되는 상태이기도 하다. 이곳에 한국의 코이카와 힘을 보태, 엄대장님은 노후된 건물을 철거하고 신축을 지원하였다. 위생적인 물탱크를 설치하여 급수를 지원하고 쾌적하고 활용성이 높은 도서실을 지원하였다. 이렇게 하여 2011년부터 추진되어 약 1년여만에 학교를 새롭게 지어주게 되었다.
“그래서 몇 번째 학교냐구요?”
깜빡 잊을뻔 했다. 이렇게 해서 새롭게 지어진 따또바니 학교는 엄대장님의 4번째 학교이다.
“이제 봉사활동 하셔야죠”
한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정대장님의 선그라스이다. 선그라스를 낀 모습은 흡사 엄대장님이 산아래에서 서 있는 모습과 매우 닮아 있다. 행동하는 교사가 세상을 바꾼다라고 생각하신 정대장님은 네팔에서 엄대장님과 함께 출발을 하였으나, 이후 몽골과 라오스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었다. 그리고 기어이 교육개발협력 NGO를 설립하시고 명예퇴직을 신청하셨다. 자신의 젊은 시절을 모두 교육활동에 바쳤지만 현실에 실망하고 돌아서는 우리 교사들을 보고 응원하는 마음이 크셨다고 한다. 후배들에게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열어주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눈을 떴으면 하는 바램이 있으셨다고 한다.
“학교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하게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해요.”
이번 따또바니 국제교육자원활동에 초청에 선뜻 응하게 된 킴도 이런 대장님에게 매우 큰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봉사활동보다 교사지원이 우선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수 있다. 하지만 킴은 작은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조금 더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후원금 내겠습니다.” 사장님 같이 시간이 없으신 분들은 후원하면 된다.
“봉사활동 참여하겠습니다.” 달려온 삶을 전환하고 새롭게 꿈을 꾸고 싶으면 네팔 항공 티켓을 끊으시면 된다.
“마음으로 돕겠습니다.” SNS에서 관련 활동을 보았을 때 ‘좋아요’를 눌러주고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개인 홍보대사 역할도 좋다.
함께 하여 즐거운 봉사활동이다. 그리고 함께 하기에 우리는 더 큰 꿈을 꿀수 있다.
따또바니 학교가 완공되었을 때 언론에서 엄대장님이 말씀하셨다.
“함께 하면 더 높이, 더 멀리 갈수 있습니다.”
정말 멋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