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처드킴 Jun 08. 2022

네팔 벼룩시장에서의 오픈런

물건을 통한 사람 사이의 스토리 만들기

당근이세요?”

 가끔 당근거래를 하곤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재미난 일이 있었다. 약속시간에 맞추어 거래를 하러 갔는데, 킴이 생각했던 물건이 아닌 큰 오디오를 들고 나오셨다. 약간 불안한 마음에 ‘당근’이시냐고 물어봤는데 맞다고 한다. 그래서 킴이 휴대폰으로 이야기했던 물건은 작은 기념품이었다고 말하자, 이분이 아니라고 우긴다. 그리고 킴에게 빨리 들고 오신 오디오를 사라고 다그치신다.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그때 우리 주변에 ‘쭈뼛쭈뼛’ 또 서 계시는 분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 장소에서 당근 거래가 동시에 2건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일상에서 자주 일어나지 않은 법한 재밌는 경우가 또 있었다.     


이거 정말 좋은 물건을 드리는 겁니다식사 같이 하실래요?”

라고 당근 거래 후에 식사 제안을 받은 적도 있다. 

“제가 밥을 방금 먹고 나왔거든요.” 라고 서둘러서 마무리하였다.

후에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황당하다고 난리였지만, 막상 제안을 받았던 킴은 매우 재밌는 상황이었다. 아파트, 빌딩, 콘크리트로 뒤덮인 삭막한 도시 공간에서 살아가면서 들을 수 없는 그 얼마나 유쾌한 제안인가?

 사실 예전에도 중고거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당근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이 코로나를 만나서 사람들에게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근은 ‘당신의 근처에 가까이’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살아가면서 외로움을 느낀다. 가끔 당근거래를 하면서 위로를 받는 내 모습이 처량하기까지 하다.     


안녕하세요! 우리는 홍콩 대학생입니다!!!

버리기엔 아까운 물건 가지고 나오세요

 다른 지역에서도 정기적으로 열리겠지만, 우리 성남시 논골마을에서도 벼룩시장이 열린다. 참가 신청 문자를 보낸 뒤, 약속한 토요일이 되면 남한산성 입구역 민방위 안전체험관 앞마당으로 와서 돗자리를 펴고 들고 나온 물건을 판매하면 된다. 성남 시민이면 누구나 신청접수를 할 수 있다. 실제로 파는 물건은 대단한 게 아닐 수도 있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팔찌를 팔기도 하고, 네일아트를 하기도 한다. 어떤 어린이는 자신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가지고 나와 물건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팔기도 한다. 이렇게 판매를 하면서 소소한 웃음이 작은 활력을 준다. 또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이웃과 나누면서 아이들에게는 경제적인 관념까지 가르쳐줄 수 있다.     


쟤네들 외국인같은데한국어 노래를 부르는 거야?”

 길놀이, 풍물놀이, 댄스, 포크송등 다양한 공연도 준비되어 있고 이 공연에서 무엇보다 재밌는 것은 가수들만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들도 직접 신청하여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떠나리 글로벌 청년들도 예전에 물건을 판매하고 행사 중간에 노래를 신청하여 부른적이 있다. 지역주민들은 신기하고 놀란 눈빛으로 박수를 치면서 서로 즐긴다. 무엇보다도 옆집에 누가 사는 지도 몰랐던 각박한 환경에 미소를 머금게 하는 소통의 공간이 열렸다는데에 의미가 있다. 행사 후 쓰레기 줍기를 신청하면, 청소년 자원봉사 신청도 인정된다. 동네 아이들도 자연스레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현수막도 팔라고 하신다. 집의 바람을 막는데 유용하다고 한다.

따또바니 오픈런

킴도 올해 상반기에 불었던 띠부띠부씰 열풍에 힘입어 오픈런을 한번 한 적이 있다. 이러한 오픈런은 네팔의 현지 마을의 벼룩시장에서도 가끔 일어난다. 이 벼룩시장에서 판매되는 물건은 모두 한국에서 공수해간 귀한 물품들이다. 일부는 기부 받은 물건도 있고, 저렴한 가격에 구매해서 가져가는 물건도 있다. 그리고 이런 물건들을 현지에서 전달할 때, 일부를 학교에 기부하기도 하지만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벼룩시장을 열고서 판매를 하기도 한다. 현지 사람들은 눈치가 빠르다. 우리 봉사단이 도착하면 언제 벼룩시장이 열릴지부터 궁금해 한다.     


우선은 입구에서 줄을 서게 해야 합니다.”

 벼룩시장 준비시간에 우리 정대장님이 하신 말씀이다. 한국이나 네팔이나 사람의 규칙은 동일하다. 아침 일찍부터 벼룩시장에 참가하려고 새벽에 집을 나선 주민이 있다. 당연히 이 주민은 맨 앞줄에 서게 되었다. 다만 이분의 눈썰미까지 좋은지는 의문이다. 좋은 물건을 득템하기 위해서는 맨 줄에서 있어야 하고, 빠르게 모든 물건을 스캔해야 하며, 먼지 집어야 한다. 여기까지 완수하여야 웃을 수 있고 새벽부터 집을 나선 보람이 있다. 대장님의 의견에 따라 현수막을 뒤집어서 펼쳐놓고 물건을 가지런히 놓는다. 물론 현수막 사이에 널찍이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개라도 물품을 더 넣었으면 좋겠어요.”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짐을 꾸릴 때 정대장님이 하셨던 말씀이다. 물건을 챙길때는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현지 벼룩시장에서 주민들이 울고 웃는 모습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 한 개라도 더 가져오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텅텅 비워온 배낭안을 꽉꽉 채워 항공사 기준에 부합하는 일인당 20킬로까지 맞추게 하고, 무게까지 달아 확인하셨던 대장님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문화교류란"

 상이한 문화의 직접적, 간접적인 접촉의 총체적인 모습을 문화교류라고 정의한다고 한다. 이러한 문화의 만남은 생활주변에서 지역간에, 계층간에, 부문간에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교류는 국제자원봉사 활동간에도 일어난다. 벼룩시장을 통해 그 행동은 더욱 극렬하게 일어나고 참가자의 감정 또한 극적으로 변한다.     


교장선생님을 믿지 못해서 벼룩시장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네팔 현지의 벼룩시장에서 판매하였던 물품의 수익을 현지 초등학교에 기부하면서 정대장님이 하셨던 말씀이다. 단순히 현금으로 전달하는 간단한 방법을 택하지 아닌 것은 

“한국에서 가져온 물품을 현지 지역주민에게 화폐로 교환하게 하면서, 사람과 사람사이, 한국과 네팔사이에 끊임없는 이야기거리를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국제자원봉사를 활성화 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화교류라는 거창한 단어를 쓰지 않아도 좋다. 다만, 당신의 가까이에서 거래를 하면서 생긴 스토리, 벼룩시장에서 만들어진 스토리, 국제자원봉사에서의 이야깃거리가 삭막한 공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작은 행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일 뿐이다.

펜팔은 시공간을 넘어서 이어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네팔인연 엄대장님 정대장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