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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처드킴 Jun 09. 2022

헬로우 자원봉사

국제자원봉사에 도전하다

남산의 청년들

 2012년 어느 따뜻한 봄날이다서울시 한가운데 위치한 남산의 중턱에 국제 유스호스텔이 하나 있다들려오는 말로는 이 건물이 군사정권시절 *안기부로 쓰였는데창고로 방치되어 오다가서울시 정책에 의거하여  새롭게 리모델링을 통하여 대한민국 청소년의 국제적인 장소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예전에는 남산의 부장실이 있었다는 이곳은 이제 청소년을 위한 휴게공간이 되었다이곳 건물 6층 휴게실에 두 명의 남자가 앉아 있다하얀색 와이셔츠와 파란색 넥타이를 찬 직원으로 보이는 듯한 남자가 20대 초반의 청년에게 말했다. “예산을 확정했으니이번 여름에 외국친구들을 불러서 한바탕 놀아보는거야” 

직원은 신나게 얘기했지만, 20대 초반의 청년은 약간 뚱한 눈치다청년이 물었다

어떻게 해외에 있는 친구들을 불러오지요?” 

라고 물어보자직원은 다시 말했다

그걸 지금부터 의논하려고 너를 부른 거야.” 

그리고 추가로 말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예산을 확보했다는 것이니우선 주변 친구들을 좀 규합해 보게나.” 

 몇 주 뒤 이들은 다시 빈손으로 만났다모든 일의 처음이 그렇듯이이들의 일도 그다지 순탄하게만 진행되진 않았다캠프를 기획하고 구성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다어쨌듯 열심히 설득하고그리고 유럽의 이성친구들을 사귈 수도 있다는 허황된 뻥을 쳐가면서 그해 여름의 프로젝트를 준비하였고마침내 이들은 2012년 여름에 전라남도 영광에서 2주일동안 10개국의 청년들과 영광어린이들이 함께 벌이는 글로벌 자원봉사 캠프를 기획하고 운영하는데 성공하였다     

어서와! 한국 농촌은 처음이지?

 이 글로벌 자원봉사캠프에 참가한 사람들을 살펴보면, 전라남도 영광에서는 영국의 유스호스텔 연맹 본부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직원이 한국의 글로벌자원봉사를 몸소 체험하기 위해 왔기도 했었고, 또한 한국에서 거주중인 아일랜드 청년을 데리고 갔었으니, 이들이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은 꽤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설득능력에 최고봉인 20대 초반의 남자의 K라고 불리워졌다. K는  온라인 게임을 너무 좋아하는 관계로 고등학교 별명은 게임중독자였다. 직원은 리처드킴이라고 불리우는 한국인으로 이곳 유스호스텔 국제팀장이다. 킴은 한가지 특이한 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곳 유스호스텔이 첫 직장이긴 하지만, 지난 3년간은 이곳에서 일하지 않고 다른 여러곳에서 일을 했었다는 것이다. 즉, 퇴사를 했다가 이곳에 재입사한 경우인데, 항상 양복 안주머니에 사표를 들고 다닌다고 해서, 별명이 사표맨이기도 했다. 또한 캠프를 하다보니, 이들과 함께 하겠다는 청년 또한 생겼으니, T라고 불리웠다. T는 외국어영역에서는 나름 한 획을 그은 청년으로, 미국 원어민조차도 그의 장황한 외국어 앞에서는 듣기만 하다가 말할 기회를 놓쳐서 울고 갔다고 한다. 이렇게 세 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이듬해 필리핀 마닐라에서 UN이 후원하는 글로벌 심포지엄에 참가하여 대한민국에 공부=>취업=>결혼 공식으로만 달리는 모범 청년외에,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자기들만의 길을 가는 약간은 바보스러운 한국 청년들이 있다는 것을 해외 50여개국에 알렸다. 그리고 캠프가 끝난 뒤, 승진 및 적당한 신분상승이 유스호스텔 내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유스호스텔 위기와 깻잎머리 J의 합류

2013년 가을쯤 날씨가 쌀쌀해졌을 때리처드킴이 몇몇 청년들에게 급하게 연락을 돌리어 남산아래의 삼겹살집에서 소주를 먹었다킴이 말하기를 

유스호스텔에 큰 난리가 났어서울시로부터 수탁운영법인이 바뀌게 되었는데아마 나도 짤릴 거 같아” 

이 말을 들은 청년들은 내심 

뭐야그럼 난 이곳만 믿고 있었는데나중에 어디로 취직해야 되지?” 

같은 사건을 들으면서도 동상이몽의 생각이었다다시 킴이 말했다

어쨌든최선을 다해보겠지만마음에 준비들을 하고 있게” 

하지만 이 이후 요행히도 하늘이 도우셨는지킴을 비롯한 청년들은 서울시로부터 수탁운영이 불발된 계약을 다시 재입찰에서 따내는데 성공하였다,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것이다

이렇게 위기를 넘기고 나서, 이들은 다시 한바탕 국제 자원봉사캠프 만들기에 들어가는데, 그러면서 만나게 된 사람이 깻잎머리를 한 경희대 유스호스텔 회장 출신의 여자청년 J이다. 이 여학생의 특기는 사람이 말을 하면 먼 산을 응시하는 것에 있는데, 이건 대체 우리 말을 듣는 것인지 아닌 것인지 헛갈리어 ‘우리가 허당을 만났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해 익산의 캠프에서 아이돌 노래에 춤까지 준비한 이 J 덕분에 국제캠프는 한층 더 격이 있는 행사로 소문이 났다. 

이렇게 킴에 K,T,J까지 더해져서 이들은 내친김에 한국청년들을 몇십명을 끌어들여서 이번에는 직접 우리가 기획하여 홍콩에 가보기로 했다. 뭐, 홍콩이 버스타고 가는 곳은 아니지만, 버스타고 전라도에 가서 국제캠프를 하는 것이나, 비행기타고 홍콩까지 가는 것이나 별차이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여 청년들을 끌어들여 날라가게 되었는데, 이것이 생각만큼 쉽지많은 않았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킴은

 “홍콩으로 날아가는 이 비행기의 비상구로 뛰어내리고 싶어!”

라는 말도 남겼다고 한다이렇게 경영권방어=>새로운 인물 규합=>홍콩 국제캠프 개최 등 씽씽 달리던 이들은 다시 큰 위기를 만나게 되었는데그건은 바로 잘 나가던 리처드 킴의 사표설이었다어느날 남산밑의 소주집에서 킴은 청년들에게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회사를 나가야겠어” 

워낙 사표를 동네 치킨집에서 전단지 주듯이 냈던 사표맨이라 청년들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그러나 

이제 더 이상 입사를 하지 않겠어

라는 킴의 말에 청년들은 약간 놀랐다술에 취한 킴은 우리만의 조직이 있어야 한다고 라디오처럼 짧고 반복적으로 계속 말했다.     

좀 어설프긴 해도, 일단 시작은 성공하였다.

*안기부 :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 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 국가 기밀에 속하는 문서·자재·시설 및 지역에 대한 보안 업무, 형법 중 내란의 죄, 외환의 죄, 군형법 중 반란의 죄, 암호부정사용죄, 군사기밀보호법에 규정된 죄,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에 대한 수사, 안기부의 직무와 관련된 범죄에 대한 수사, 정보 및 보안 업무의 기획·조정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대한민국의 중앙행정기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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