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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처드킴 Jun 09. 2022

“안녕! 이 벽화 기억나니?”

과거와 현재, 외국과 한국을 연결하는 힘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봉사 몇가지를 생각해보았다. 벽화봉사, 수확봉사(과일따기), 도시락배달봉사등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약간 주관적인 해석일지도 모르겠지만, 봉사활동을 준비해 주는 호스트의 손이 많이 갈수록 봉사활동 참가자들의 선호도는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킴과 캠프리더가 주문한 것도 있었고, 논골이라는 터전에서 흔퀘히 수락하기도 하여, 이번 봉사활동에는 벽화봉사가 포함되었다.

벽화봉사라고 하면, 일반인은 이렇게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내가 그리고 싶은 곳에 벽화를 그릴거야     

그렇지만 현실은 벽화가 필요한 곳에 그려야만 한다. 우리가 돈을 주고 사는 물건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필요한 곳을 찾아 해결해주는 것이 봉사활동이니깐 말이다.     


그럼 내가 원하는 그림이라도 그려야지

미대생이면 모르겠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 킴이 미술에 대하여 전혀 문외한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것이 아주 간단한 벽화라고 할지라도, 통상적으로 스케치를 한 뒤 색칠을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스케치가 늦어지면 봉사활동시간도 늦어지고, 스케치를 망치면 봉사활동도 망치게 된다. 그리고 결과물인 벽화를 보시게 되는 지역주민들의 눈높이 또한 낮지 않다.

물론 아주 유능한 미술 전문 봉사단이 오시게 되면, 위의 모든 것을 기획하면서 실제 벽화봉사활동을 진행하게 되겠지만, 이번에 우리가 초대한 논골 봉사자들도 홍콩 등 외국대학에서 평범한 과목을 공부하고 있는 일반 학생들이다.

우리는 우선 *논골대로를 탐방하였다. 이 논골대로와 골목길을 도서관 선생님과 함께 구석구석 돌아다녀 보았다. 그리고 평범한 대학생들과 어린이들이 봉사활동을 할 수 있을만하고, 논골에서도 필요한 벽화봉사활동 구역 몇 개를 찾아내었다. 첫 번째는 도서관 의자, 두 번째는 지역아동센터 벽, 세 번째는 논골 길거리 무인도서관, 네 번째는 법원근처 벽 등이다.       

킴은 항상 복잡해. 그냥 칠하면 되는거 아니었어?

자, 이제 본격적인 벽화봉사활동을 시작하자.

우선은 깨끗하게 청소를 해야 한다. 벽화를 바르는 곳은 대부분 오랜 시간 방치해온 곳이 많기 때문에 먼지를 털어내야 하고 다음으로 물청소를 해야 한다. 아주 깨끗하게 청소를 해야 나중에 페인트를 발랐을 때 그 색깔이 아름답게 나오기 때문에 꼼꼼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물청소까지 하고 나서 마르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오늘 벽화일정은 여기까지라고 한다. 지도해 주시는 분께서 ‘Tomorrow’라고 짧게 말하신다.

다음날이 되어, 이제는 본격적으로 붓을 잡아본다.

어제 청소 작업이후 벽화를 준비해주시는 예술가 선생님(?)께서 테두리를 그려 놓으셨는데, 테두리 안쪽에 “어떤 색깔을 칠해야 되는지?”까지 메모해 놓으셨다. 생각해보니 스케치만큼 중요한 게 색깔이 아닌가 싶다. 역시 벽화봉사에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우주의 기원까지 연구할수 있을것 같은 색깔의 조합!!

한시간정도 붓칠을 하고서 약간의 쉬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쉬는 시간에는 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준비해 보았다. 간단한 ‘바’류로 해서 전체 봉사자들에게 돌리는데, 일전에 어떤 캠프리더는 “참가자들의 질문을 막기에 아주 좋은 것이 아이스크림을 먹이는 것이야”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스크림을 물고 질문이 들어온다.

“킴은 벽화봉사 몇 번 해봤어?”

‘처음이야’라고 웃으면서 대답해주고 싶지만, 모두 킴을 쳐다보는 눈빛이 사뭇 진지해서 약간 과장해서 뻥이라도 쳐야 될 분위기다.

“스리랑카 등 외국에서는 많이 해봤는데, 한국에서는 저도 처음입니다.”

제법 적절한 대답이 된 것 같다. 모두들 속으로 생각하는 게

“역시 킴은 국제자원봉사 전문가야”

라고 생각하는 눈치다.     

이렇게 몇일을 봉사하고 나서, 벽화봉사가 완성되었다.    

 

짠! 우리들이 칠한 테이블이에요~

벽화봉사의 장점은 특히 봉사활동 후에 만족도가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인증샷으로도 표현된다. 봉사활동 참가자들은 본인이 그린 벽화 앞에서 무수히 많은 인증샷을 찍었다. 또한 이튿날 다른 봉사활동을 위하여 길을 걸어갈때도 우리가 칠해놓은 벽을 보면서 뿌듯해 하곤 한다. 이런 관심도는 2주간 진행되는 봉사활동 기간 내내 이어진다.

그러나 캠프가 끝나고 참가자들이 집으로 돌아가도 여전히 벽화를 보면서 참가자들을 생각하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자원봉사자들이 알고 있을까? 

기다리는 사람들은 바로 마을 주민과 어린이들이다. 이들은 언젠가 다시 벽화봉사활동을 하러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다린다. 우리는 이러한 동네상황을 적극적으로 봉사활동 참가자들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무전기이자, 선배와 후배를 연결하는 모임이고, 외국과 한국을 연결하는 국제자원봉사활동으로 봉사활동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게 만드는 힘이다.

오늘도 킴은 아침 일찍 편의점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리고 예전에 진행하였던 벽화봉사 사진 한 장을 꺼내어서 잠재적인 외국봉사자들에게 편지를 쓴다. 

“굿모닝 샘,  무인도서관 벽화 기억나니? 그때는 예뻤는데, 이제는 많이 색깔이 바래졌어!!”

*논골(대)로

논골에는 논골대로가 있는데 이것은 남한산성입구역 4번출구 법원부터 논골 도서관을 지나 성보경영고등학교까지 이어지는 길을 말한다. 행정구역상 단대동에 속하는 이곳을 언제부터 논골로이라고 부르게 되었는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이곳 주민들은 이 길을 논골로라고 부른다. 논골 대로의 한가운데 위치한 도서관에 편의점이 하나 있다. 아침 일찍 이 편의점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한잔 하면 기분이 아주 좋아진다. 논골 주민들의 출근 모습 등의 일상적인 것들을 관찰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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