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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처드킴 Jun 09. 2022

봉사활동의 ‘꽃’ 캠프리더

복불복 캠프리더와 함께 첫날의 일정표 구성하기

자원봉사자

 자원봉사여행 캠프를 기획을 하려면 크게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앞서 설명하였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한국인 자원봉사자이다. 통상적으로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은 10명 정도로 구성된다. 이들은 캠프 당일에 도착하여 5명 정도의 외국인과 같이 팀을 이루게 된다. 약 2주동안 외국인과 같이 지낸다는 것은 때로는 훌륭한 통역사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는 뜻이다. 어학능력이 부족해도 상관없다. 식사를 할 때 한국음식에 대한 설명을 해줄 수 있고, 자원봉사 장소에 도착하여 봉사활동에 대한 설명도 해줄 수 있고, 자유시간에 같이 놀러갈때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등으로 외국인 친구들에게 추가적인 웃음을 줄 수 있다. 이렇듯 한국 자원봉사자는 꼭 필요한 존재이다. 그리고 이들 자원봉사자들의 중심에 ‘꽃’이라고 불리우는 캠프리더가 있다.          


캠프리더

 국제자원봉사를 처음 시작할때에는 캠프리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다. 우리는 자원봉사자로부터 출발하였고, 이듬해에는 신규로 들어오는 봉사자들에게 간단한 안내를 하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누구도 우리의 가르침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것이 설립을 한 사람에 대한 예우일까? 어쨌든 캠프리더의 필요성은 없었다. 그러나 몇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선배 자원봉사자들은 취직도 하고, 공부를 하러 가기도 하고, 여름휴가를 즐기러 가야 되기도 해야 되는 둥, 여러 가지 이유로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리하여 우리는 캠프리더를 뽑을 생각을 했는데, 캠프리더 운영을 고려해보니 선발이 된 후, 교육을 받고 캠프를 지휘해야 되는 약 6개월정도의 상당한 시간을 활동해야만 하는 일종의 *중기봉사단 같은 개념이 탄생하더라는 것이다. 완벽한 캠프리더를 찾기란 쉽지 않다. 만약 누군가가 완벽한 캠프리더라면 그는 이미 이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을 직원일 것이다. 캠프리더는 인솔, 갈등조정, 어학, 회계등 몇가지의 능력중에 한가지만 가지고 있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캠프리더를 두명이나 세명으로 구성하여도 되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로 성남캠프에서 걸출한 캠프리더를 발굴하게 되었으니, 그가 바로 지역주민 J이다.

“아니 이런 훌륭한 사람이 성남에 살고 있었는데 우리는 왜 몰랐을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비록 훗날 보고서 형태로 작성하게 된 편지이지만, 여기서 조심스레 J의 현장에서 쓴 내용을 공개해 본다.     


농촌에서 보내온 J의 편지

광활한 옥수수밭, 그러나 모두 따야 된다는 생각에 일동 묵념!

안녕하세요. 화천 국제캠프 농활대장 J입니다.

오늘은 트럭 뒷자리를 타고 옥수수밭으로 향합니다.

이제 어느덧 집에 있는 승용차처럼 익숙해진 우리 트럭 뒷자리입니다.

저 눈앞으로 펼쳐진 드넓은 옥수수밭... 멀리서 보면 장관이지만, 우리가 모두 완수해야 될 일이라는 생각에 잠시 엄숙한 묵념의 시간을 가집니다.

오전8시,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손수 따야 되는 옥수수입니다. 즉, 한 개 한 개 옥수수를 따고 다음 작물을 심어야 하기 때문에 낫으로 옥수수를 잘라냅니다.

땀이 어디서부터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덥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습니다. 

중간에 새참은 필수!

봉사 단원들은 다시 허기진 배를 달래고 계속합니다.

군대에서 일병이 시간이 제일 빨리 간다고 하지요?

계속해서 정신없이 하다 보니, 어느새 한 옥수수 밭을 다 끝냈습니다.

그런데 외국인 참가자가 낫을 사용하다가 발을 약간 다쳤습니다.

이런 비상상황에는 우선 머릿속이 하얘져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데, 우선 코디네이터님께 전화를 하고 병원으로 향합니다.

오늘도 무사히 보내기를 기도했건만, 역시 봉사활동간에는 기도도 통하지 않나 봅니다.

제발 아무 일 없이 끝날 수 있기를..

J 올림          


첫날 일정짜기

백지 상태로 캠프리더와 캠프 일정에 대하여 상의를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일정을 만들어서도 안된다. 60%정도의 초안 작성 후 캠프리더와의 미팅이 딱 좋다고 생각한다. 먼저 J와 함께 논골캠프의 첫날 일정에 대하여 논의해 보았다. 만나는 카페는 캠프가 개최되는 논골 바로 옆의 장소로 정하였다.(아직 캠프리더와 함께 논골에 들어가지는 않은 상태) 모든 것이 그렇듯, 캠프의 첫날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첫날 많은 일정을 넣고 싶다. 그러나 외국인 친구들은 한국까지 오는데 비행기도 타야하고, 버스도 타야하고, 산 넘고 물 건너 오는데 육체적으로 피로하다.     

미팅포인트에서 모셔온 뒤 2시간정도 자유시간을 주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러나 J는 강하게 반발했다. 참가자들은 킴처럼 나이 먹은 사람들이 아닌 외국청년들이라는 것이다. 하루정도 교통편으로 움직였다고 해서 힘들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래 그 말도 맞는 것 같다. 그렇게 해보기로 하자.     

딱딱한 프리젠테이션으로 강의실에서 소개를 하기보다 동네투어가 어떨까?”

 다시 J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프리젠테이션으로 논골을 소개하고 싶다고 한다. 첫날부터 참가자들을 느슨하게 풀어줘서는 안된다고 한다. 의외로 J가 고지식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논골소개 프리젠테이션 정도만 나에게 부탁하고, 아이스브레이킹 등은 직접 진행을 한다고 한다. 그래 내가 옛날 방식만 고집하고 있는지도 모르지. 그렇게 해보기로 하자.     

첫날 저녁은 스파게티 어때?”

 킴은 스파게티 요리사다. 약간 과장하자면 눈을 감고도 토마토 스파게티 정도는 요리할 수 있다. 그러나 J는 고기를 대접하고 싶다고 한다. 킴은 국제자원봉사 활동영역에서는 채식주의자가 많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이번에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런데 캠프라는 것이 항상 우리의 의도대로만 되지는 않는다. 이날 저녁은 논골에서 특별히 막걸리를 준비하셨기 때문이다. 술과 운전 그리고 수영을 금기시하는 킴이지만 호스트가 친히 준비해주시는 첫날 만찬과 막걸리까지 물리칠 수는 없었다.

봉사활동은 지역아동센터에서 미술봉사와 교육봉사야

 J는 봉사활동내용에 대하여는 훌륭하다고 했다. 그러나 자유시간의 활용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했다. 내가 남한산성을 그토록 강조했건만 J는 남한산성을 자유시간에 투어할 생각이 없는 듯 했다.

그동안의 봉사활동경력이 너무 화려하여 바로 뽑게 된 J이다. J와 논골 캠프를 논하게 되면서 많은 부분을 그와 부딪치게 되었지만, 캠프 후에는 다시 한번 그의 능력에 감탄하였다. 앞서 설명했듯 캠프리더는 몇 가지의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 정말 좋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필요한 능력은 갈등조정 및 해결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약 100년전 국제자원봉사가 독일, 프랑스에서 세계대전 전후에 실시된 것으로도 확인이 된다. 기획능력만 갖추고 있는 캠프리더는 곤란하다. 비아냥거리는 것은 아니지만 종종 US출신의 분들이 캠프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캠프의 ‘꽃’ 캠프리더는 복불복이라고 생각한다. 지원서는 우수하였으나 캠프 진행이 잘 안되는 경우도 있었고, 교육과정에서는 별볼일 없었으나 훌륭하게 캠프를 완수하는 리더도 보았다.        

   

캠퍼간 우편함도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중기봉사단 : 약 2주간의 단기 봉사단과 다르게 중기봉사단은 6개월정도로 운영한다. 이론상으로는 외국인도 가능하나 현재로써는 한국 청년들만 운영해본 적이 있다. 자원봉사리더에 관한 사전교육을 받고 현장의 자원봉사활동에 투입된다. 캠프리더 인증서외에 소정의 활동비도 지급된다. 자원봉사자에서 직원으로 가기 위한 디딤돌 단계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언젠간 우리나라도 이런 인턴십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예시로 연간일정표를 짧게나마 붙여본다.

3월 : 모집 및 선발

4월 : 1차 소집 및 교육 (제너럴 인포싯 발송)

5월 : 현장 답사 (세부 인포싯 발송)

6월 : 2차 소집 및 세부 스케줄 완성

7월 : 캠프 시작

8월 : 캠프 후 선배리더와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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