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중간 점검; 뾰족한 고민

by 잭Jack

여름방학을 마치며, 올해를 4개월 남기고 써보는 2025년 중간점검.


월간 키워드

1월; 롱블랙, 신년사 자료 제작, 독감, 승무원, 일기

2월; 연애, 독서, 권태

3월; 네일, 프랑스 자수, Let them

4월; 이직 제안, 휴가, 수술

5월; 한남동, 소개팅

6월; F1, 뺑스위스, 주말 출근

7월; 재회와 이별, 홈트

8월; 키보드, 이직 준비, 기사 시험, 릴스


올해의 책

명상록


연애

올해 초, 괜찮은 사람을 만나 3개월 정도 연애를 했다. 그 당시 무슨 용기가 났었는지 모르겠고, 몸 상태도 너무 안 좋았지만 그냥 무조건 만나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부터 머리를 말고 속눈썹을 붙이고 열심히 꾸민 보람이 있는 멋진 상대였다.


서로를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관계가 있다. 누구 하나 이상한 게 아니라 그냥 안 맞는 관계. 나는 그에게 피곤한 사람이 되고, 그는 내게 이상한 사람이 된다. 그냥 안 만나면 그만인데 자꾸만 상대가 변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서로를 들들 볶고 괴롭히며 끝내 미움만 남긴다. 그는 분명 그 자체로 괜찮은 사람이다. 나도 나 자체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의심해 본 적이 없다. 다만 우린 맞지 않았고 서로 바뀔 의지도 없었기에 헤어졌다.


연애를 하며 온갖 책을 읽고 지피티에게 상담도 많이 했다. 그리고 결국 알았다. 나는 그와 있을 때 행복했던 적이 없다. 데이트에서 즐거웠던 기억은 첫 만남에서 그쳤다. 약속이 잡히면 이틀 전부터 배가 아프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만남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날씨와 일을 핑계로 데이트를 계속 미뤘다.


나는 대화가 잘 되고, 일상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상대를 원한다. 그리고 연인으로서 지켜야 할 당연한 예의의 기준이 비슷하길 바란다. 노력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관계에 임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관계가 끝에 다다를 때면 늘 같은 걱정이 든다. 내가 다시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까? 이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이 또 있을까? 첫 연애부터 지금까지 늘 따라다니는 질문이다. 첫 연애를 하던 내게 돌아가 대답할 수 있다면 당연히 그렇다고 이야기하겠다. 다음 연애를 하는 나 역시 내게 그렇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나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테니, 내 옆에도 지금보다 나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소개팅

올해 11명을 소개받아 8명을 만났다. 3명은 연락만으로 안 맞는 게 확실해 만나지 않았다. 컨설턴트, 영어강사, 직장인, 로스쿨생부터 한국어를 거의 할 줄 모르는 교포까지 일상에서 만날 일이 거의 없는 사람들과 두어 시간씩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좋은 선배들이 소개해주신 분들이라 모두 매너도 좋고 외적으로도, 직업적으로도 흠잡을 부분이 없었다. 평소 내 취향을 너무 잘 아는 분들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신기했던 건 세상에 잘생겼는데 키도 크고 직업도 좋고 재미도 있는 남자가 많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자기 관리를 정말 열심히 한다는 것도 대단해 보였다. 그렇게 했기에 지금 저 상태를 유지하는지도 모르겠다. 모쪼록 좋은 경험이었다. 소개팅에는 많은 에너지와 리스크가 필요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개팅 시장에는 괜찮은 솔로 남녀가 너무 많다. 내 주변의 솔로인 선배들만 봐도 개개인으로 보았을 때는 흠잡을 곳이 없다. 그런데 괜찮은 남녀는 각자 바라는 게 너무 많다. 여자들은 생각보다 남자의 외모를 많이 보고, 남자는 말할 것도 없이 최우선으로 외모를 보지만 기타 다른 조건도 많이 따진다.


최근 영화 ‘Meterialists’를 보며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다. 우리는 소개팅에서 나와 정말 잘 맞는 운명의 상대를 만날 수도 있고, 다리를 꼬고 팔짱을 낀 채로 면접관처럼 앉아있는 남자를 만날 수도 있다. 함께 미래를 그리는 남자를 만날 수도, 가볍게 즐기러 나온 남자를 만날 수도 있다. 나를 정말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났음에도 끝없이 그를 테스트 하고, 진심이 아닌 남자에게 속아 한참을 낭비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기간을 어쩌면 평생을 함께할 단 한 명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보는 것이다. 영화 감상평도 재미있다. “본인이 가진 바에 비해 더 나은 사람을 바라는 욕심은 언제 사라지는지" 나 역시 이 욕심을 버릴 수 없을 것 같아 추천을 눌렀다.



진로

현 직장에서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불안함을 느낀다. 처음에는 정규직 전환 여부에 대해서만 생각했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현재 내 업무에 내가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직을 준비하면서 내 진로의 방향성을 다시 되돌아보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손가락만 빨며 다리를 달달 떨고 있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에 열심히 머리를 굴려본다.


3년 동안은 기획업무에 빠져 살았다. 시스템을 만들고, 기획안을 작성하고, 설득하고, 실행하고, 실적을 집계하는 모든 과정이 즐거웠다. 행사도 교육도 캠페인도 내 손을 거쳐 진행되는 일들에 성취감을 느꼈다. 인사 평가도 항상 잘 받았고, 이 업무에 내 적성이 맞다는 주변의 평가를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설부서였기에 할 수 있던 많은 프로젝트들이 자리를 잡고 나자 스스로 무얼 해야 할지 길을 잃었다. 진짜 문제를 찾아 해결해 본 적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생각해 봤다. 기획안이나 보고서 같은 자료 제작, PT, 글쓰기, 교육/행사 기획이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다. 페이퍼 업무도 좋지만 필드에서 내 기획이 실제로 작동하는 걸 확인하는 게 더 즐겁다. 커뮤니케이션과 페이퍼 업무가 적절히 믹스된 일을 하고 싶다. 일단은 마케팅과 탄소/컨설팅으로 진로를 그려보고 있다. 고민이 많다는 것은 선택지가 많다는 뜻이다. 내가 갈 수 있는 길은 너무나 많다.





올해 내 고민은 크게 두 가지였다. 연애와 커리어. 작년에는 뾰족한 걱정거리가 없어 흐릿한 고민들을 굳이 굳이 찾아냈던 것도 같다. 그에 비해 올해는 시급한 과제들이 많이 던져졌다. 차근차근 치워나가다 보니 오히려 마음은 편안하다. 힘들 때마다 일기를 꾸준히 쓴 것도 도움이 됐다. 충동적으로 드는 감정들을 정리하고 진짜 내 마음을 들여다 보려고 노력했다.


오랜만에 자격증 공부를 하며 머리를 쥐어 뜯어보고 해봐야지 생각만 했던 일들을 실행해보고 있다. 언제나처럼 감사한 점은 곁에 좋은 선배들이 있다는 것이다. 넘치게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 운과 인복이다. 올해 내 멘토가 되어준 선배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


백스페이스의 스태빌이 거슬리지만, 오타를 낸 내 잘못이다 생각하고 글을 마무리 지어야겠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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