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했던 2월을 지나고 불안과 권태를 오가는 시계추는 다시 권태를 향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개강을 했네요. 매주 미루고 싶지 않은 약속도 생겼습니다. 불안이 떠난 자리가 허한 지금이야말로 권태를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조만간 다시 불안을 찾아 머리를 굴리기 시작할테니 오늘은 이 권태로움을 누려보겠습니다.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사는 법
해야만하는 일은 없다. 모든 것은 기회다.
나는 자꾸만 간절히 얻은 것들을 성가셔 한다. 간신히 들어온 회사를 도살장 보듯 하고 간절히 바랐던 연인의 부름과 물음에 그의 속마음을 의심한다. 세상에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은 거의 없다. 내가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시킬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주어진 모든 일을 과제가 아닌 기회로 생각하면 싫을 일이 별로 없다. 내가 선택한 일도 나를 선택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니 나를 찾는구나. 내가 기꺼이 멋지게 해줄게. 나와 시간을 보내고 싶구나. 내게 더 나은 모습이 있다고 믿어주는구나. 내가 네게 소중한 사람이구나.
그러니까 세상에 짜증 날 일은 하나도 없다. 성가셔 할 사람도 아무도 없다. 만약 지옥같이 하기 싫은 일이 있다면 하지 않으면 된다. 몸이 거부하는 일은 내 일이 아니니까. 모두가 나를 믿고 기대해 준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껴야겠다.
그러니 여러분이 선택한 일들로 가득한 아주 활기 찬 월요일 보내시기 바랍니다.
말을 조심해야 해
한마디의 불경한 언사가 갑작스레 주체의 입술에 떠올라 무례하게도 연인의 경건함을 깨뜨리고 만다. 그는 자신의 입을 빌려 말하는 마귀에 들린 것이다. 그 입에서는 동화에서처럼 더이상 꽃이 아닌 두꺼비가 나온다. 이미지의 소름끼치는 역류 ㅣ사랑의 단상
말은 참 무서워요. 날선 말은 그의 귀에 닿기 전 내 목구멍에 먼저 생채기를 냅니다. 오히려 그는 제가 그런 의도가 없었을 것이라며 홧김에 한 말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하지만 나는 어째서 그런 말을 했는지 알고 있잖아요. 못난 말을 뱉었을 때의 부끄러움.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않고 싶어요. 그래서 제가 점점 말을 줄이나 봐요. 이러다 한 마디도 겨우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홉살 인생
현실에 만족한 사람은 인생에 대해 아무런 질문도 던지지 않는다. 아쉬운 게 없으니까. 나는 현실에 그리 만족해 하는 편이 아니어서, '인생이란 무엇인가' 하는 식의 촌스러운 질문을 늘 머릿속에 담고 산다.
청소년 권장도서였던 아홉살 인생을 스물 여섯 살이 되어 다시 읽었어요. 어린 시절의 일들을 엮어 어른의 시선에서 다시 쓴 아홉살의 인생. 아홉살 인생도 열아홉, 스물아홉의 인생만큼 복잡한 것입니다. 저는 아홉살에 명랑하고 요상한 정신이 없는 아이였어요. 맘마미아와 사운드오브뮤직을 보며 엄마와 소파에 누워있던 아홉살. 엄마와 언니와 아빠를 기다리던 아홉살. 엄마와 노래를 흥얼거리던 아홉살. 열아홉에는 모든 게 많이 바뀌었지만 그때의 행복이 빈 자리에 또 다른 행복이 채워져 있습니다. 제 스물아홉은 또 어떨까요?
아무튼. 이런 이야기를 하려던 것은 아닙니다. '질문'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습니다. 저도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지 촌스러운 질문이 참 많은 사람입니다. 카카오톡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에는 언젠가 답을 찾아야 할 질문들이 가득합니다. 제 요상한 취미 중 하나는 자기소개서 쓰기입니다. 아직도 성격의 장단점을 제대로 말할 수 없는 주제에 욕심이 많습니다. 저도 언젠가 스스로에 대해 확신에 찬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이 마저도 물음이니 저는 아직 멀었나 봅니다.
행복하세요!
행복하세요. 감사했어요. 매듭을 짓는 말은 슬프다. 손으로 적은 행복하세요는 더 슬픈 말이야. 안녕이라고 인사하는 것과 같으니까. 사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아쉬워해주세요. 그리고 좀 나중에 행복하세요. 안녕 안녕.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좋아
그냥 네가 너무 좋아. 나도 정말 잘 해 볼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너는 정말 최고최고야.
우리는 어떤 면에서는 사람을 꿰뚫어보는 일을 중단하고자 하는 순간적인 의지 때문에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닐까? 냉소주의와 사랑이 스펙트럼의 양극단에 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가끔 사랑에 빠지는 것은 습관화되다시피 한 맥빠지는 냉소주의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게 된 사람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최초의 꿈틀거림은 필연적으로 무지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ㅣ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