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

by 잭Jack


종이 수첩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백스페이스가 없는 종이에 반듯하게 글을 쓰기가 아직은 부담스럽다. 날마다 떠오른 짧은 생각들을 적어본다.



트래킹

이번 다이어리의 목표는 매일 쓰기 말고 끝까지 쓰기다. 자리를 잡고 쓰는 글 말고 그날 떠오는 영감을 잡고 풀어내보고 싶었다. 주로 한 단어에 꽂히면 내 것이 될 때까지 입에 달고 사는 편인데 지금 난 '트래킹'에 꽂혔다.



소비 중독에서 벗어나기

가계부를 쓰며 쓸데없는 소비가 정말 많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컨디션이 무너지면 신체적/정신적으로 회복하는 데에 정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것도 새삼 체감했다.



억지로 하는 거 말고

성실함과 꾸준함이라는 진부한 수식어가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루하고 힘든 과정 속에서도 성취할 목표를 향해 방방 뛰며 달리고 싶다. 결과를 냈다는 성취감 외에도, 과정 속에서 배우는 것들에서 행복을 느끼며 능동적으로 뛰고 싶다.



온화한 사람

우아한 사람이 되고 싶은 줄 알았는데 내게 꼭 맞는 옷은 아닌 것 같다. 상냥하고 온화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의도를 상대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말투와 친절한 미소로 웃으며 인사할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싶다.



터널

안개가 가득한 날, 버스를 타고 터널을 지났다.

꽉 막힌 터널에서 나온 순간, 푸릇한 가로수와 벽돌 선물이 아름다워 보여 갑자기 들떴다. 터널 밖에는 다른 세상이 기다리고 있었구나. 어쩌면 들어갈 때와 비슷했는데 깜깜한 터널을 지나고 나니 달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살다 보면 많은 터널을 지나게 된다. '이 길 말고 다른 길로 갈 걸' 후회하뒤돌아 나가고 싶지만 터널은 일방통행이다. 하지만 이 터널을 지나지 않으면 산길을 돌아가야 하고, 산길은 더 험할지도 모른다. 밖엔 세찬 비가 내리고 있을지도 모르고, 도 모르는 새 터널 속에서 비를 피했을지도 모른다.


이 길이 유독 길고 깜깜하다고 느꼈다는 건 이미 깊숙이 들어왔다는 의미기도 하다. 다시 빛을 향해 달리면 끝을 보일 것이다. 간혹 굽이굽이 빛이 보이지 않는 곳이라도 터널 끝은 항상 열려있다.


언젠가 내가 어둠을 지날 때에 이 생각이 떠올랐으면 한다. 밖의 세상을 기대하면서 열심히 달릴 수 있길 바라본다.



부끄러움

다들 내게 부끄러움이 없다고 하지만, 사실 누워서 이불킥을 하지 않는 날이 더 적다. 일을 벌이고, 오버하고, 나대고, 사고 치는 게 일상이라 해보지 않은 일을 할 수 있다고 허풍을 떨었다 고생하기 일쑤고, 생각보다 커진 판에 후회한 적도 많다.


그럼에도 언제든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해 보는 쪽을 선택하겠다. 부끄러움은 잠깐이고, 경험은 남으니까.


성장했던 순간들을 돌이켜보면, 늘 부끄러움이 함께했다. 스스로의 못난 면을 마주했을 때, 누군가를 질투했을 때, 해본 적 없는 일에 허풍을 떨었을 때, 나답지 않게 행동했을 때.


그릇에 물이 철철 넘쳐봐야 새 그릇을 사러 간다. 내 모든 것을 쏟아내 봐야 능력의 한계를 알게 된다. 능력의 한계를 찍어봐야 성장할 욕구가 생긴다.


시작은 기행(奇行)이라도, 모아보면 기행(紀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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