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되면 아이가 중학교엘 입학한다.
그런 덕분에 이번 주는 바빴다. 중학생에 어울리는 헤어컷을 시켰고, 키가 커진 만큼 머리도 커졌으니 그에 맞게 안경도 새로 맞췄다(시력은 한두 단계 낮아졌는데, 그 때문에 아내가 많이 속상해 했다. 나도 눈이 침침해졌는데, 듣는 척도 않한다. 죽은 내 엄마가 보고 싶다).
초등학생 때부터 그토록 갖고 싶어하던 샤프도 사줬고, 학교에서 입을 생활복(교복 대신 입는 옷)도 정부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았는데, 딱 하나 장만하지 못한 게 아이의 '책가방'이었다. 아이가 갖고 싶어하는 게 따로 있었는데, 무신사를 통해 주문했더니 배송되어야 할 날짜에 '품절'이라며 적립금 얼마를 '틱' 던져주고 결제를 취소해 버렸다. '이놈들, 너희가 배가 불렀구나! 내게 욕을 먹으면 폭삭 망하든, 사망하든 하던데 몇 년 만에 너희가 리스트에 오르나보다' 생각했다. 두고 볼 작정이다.
제품은 '잔스포츠 라이트백팩' 인데, 훨씬 더 보기 좋고 멋진 브랜드도 많은데 굳이 이걸 찾아서 사고 보니 예쁘고 보기 좋았다. 막 중학생이 된 아이들에게 잘 어울리겠다 싶었다. 내가 얼른 고르라고 하는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장 점원도 이 제품이 중학생들한테 가장인기라고 했다.
아이는 갖고픈 것을 못 가질까 초조해하고, 그런 아이를 보는 아내의 성화가 심해서 좀처럼 가지 않는 백화점을 들려서 샀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주차장을 향하는데, '네스프레소 매장'이 보여 커피도 살겸 새로운 커피 종류가 있으면 시음도 할 겸 매장을 들렸다.
마침 한정판 커피가 출시되었는데, <카페 플로리안> 인 것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네스프레소의 설명으로는 '이탈리아의 아이코닉한도시 베네치아에서 1720년부터 시작되어 300년이 넘은 유서 깊은 카페'라는데, 지난 해 11월 이탈리아 여행 때 이곳을 다녀온 곳이 아니었던가.
시음을 기다리면서 커피향을 맡아봤는데, 독특할 만큼 깊고 진한 향기가 내게 훅~ 하고 들어오면서 마치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소재가 된 마들렌 맛처럼 내 몸과 마음이 지난 11월의 아이코닉한 도시 베네치아로 순간이동을 한 것 같았다.
이른 아침부터 내달린 베네치아로의 유람선은 그 자체로 특별한 경험이었다. 소란스러운 이태리 도시들을 등지고 모처럼 고요한 바다로의 여정은,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자유감을 주었다. 유람선이 출발한 지 10분이 지났을 까 바다 위에 떠 있는 수상도시들이 눈 앞에 펼쳐지는데, 이건 '영상'으로 본 경험과는 너무나도 다른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 왔다.
베네치아 섬은 옆에 바다가 보이지 않았다면 여느 도시와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곳곳에 다리가 있고 차가 다녀야 할 도로 대신 골목골목 바닷길에 곤돌라가 보이니, 순간순간 멀쩡하게 뜨고 있는 내 눈을 의심했다. 또 하나, 푸른 하늘이었다가 갑자기 안개가 자욱해지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새파란 하늘을 보이는 변덕스러운 날씨와 수시로 코끝을 찡하게 하는 비릿한 바다내음은, 내게 '여기가 베네치아야~' 라고 말하는 듯 했다.
보도로 베네치아 시내 안쪽을 관광하고, 곤돌라를 타고 베네치아 외곽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슬슬 피곤해지기 시작하고 촐촐해진다. 이 때 찾아야 할 곳이 바로 <카페 플로리안>이다. 줄을 한참 서서 들어가야 할 만큼 유명하고, 그 덕분에 가격도 왠만한 식당의 디너 가격인 곳. 커피를 사랑하는 내가 꼭 들려야 할 곳이었다.
<카페 플로리안>을 들어간 순간 300년전 시대로 되돌아가는 경험을 한다. 훌륭한 경험을 위해 멋지게 성장을 하고 온 푸른 눈의 남녀들, 그리고 순백의 재킷을 걸치고 절도 있게 서브를 하는 웨이터와 직원들, 깊고 진한 맛의 커피와 훌륭한 케익들을 맛보다 보면 시간과 공간을 잊게 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오늘 네스프레소 <카페 플로리안>을 마시며 그 날의 경험이 다시 소환된 것이다.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열 줄 100피스를 장만했다. 최소 100일은 매일 <카페 플로리안>을 들리겠구나 생각했다.
네스프레소 오리지널 캡슐로 에스프레소 용으로 출시되었는데, 시음을 할 때 커피 40밀리에 뜨거운 물 40밀리를 더 추가해줬다. 차라리 더블 에스프레소에 설탕 티스푼 하나 였다면, 더 훌륭했을텐데 하고 아쉬웠다.
그래서 집에 오자마다 원 없이 다시 한 잔 진하게 들이켰다.
이탈리아를 여행한다면 베네치아는 꼭 들려야 할 곳이다. 또한 베네치아를 간다면 '카페 플로리안'을 꼭 들려야 한다. 그 때까지 네스프레소 <카페 플로리안>으로 300년된 이탈리아 원조 커피 맛을 보기를.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