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책 읽기, 아무리 싸도 전자책은 안 돼요

내 아이, 책 잘 읽는 방법(20)

by 리치보이 richboy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면 전자책보다 종이책 읽기를 권해요.

전자책을 오래 보고 있으면 눈이 피곤해져서 오랜 시간 동안 읽을 수 없다는 건

짐작하고도 남는 이유일 거예요.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가 있어요.


전자책 읽기는 기본적으로 종이책의 그것과는 읽는 달리 방식이 달라요.

온라인에서 뉴스를 보거나 SNS 피드 읽기를 즐기는 부모라면 잘 알 거예요.

종이책은 한 줄씩 좌에서 우로 읽어 내려가요.

그러다 잠시 딴생각을 했거나, 이해가 잘 되지 않으면 몇 줄 위로 다시 올라가서 찾아 읽지요.

하지만 전자책은 몇 줄씩 듬성듬성 읽는 경향이 있어요. 온라인 글을 즐긴다면 잘 아실 거예요.



people-2564425_1280.jpg 이미지 - 픽사베이


독서의 뇌과학을 다룬 책 <다시, 책으로>를 쓴 뇌과학자 메리언 울프는 이러한 전자책 읽기 방식을 ‘F자 읽기 혹은 Z자 읽기’라고 불렀어요. 글을 읽으며 페이지에 눈이 머무는 모양을 이야기한 건데요, F자 읽기는 처음 몇 줄을 대충 읽다가 중간을 건너뛰고 마지막 몇 줄을 읽어서 방식이 F자 읽기라고 했어요. Z자 읽기는 글 첫 부분 몇 줄을 읽다가 지그재그 방식으로 대각선을 타고 시선을 내려오면서 느낌적으로 읽다가 마지막 결론에 멈춰 몇 줄을 주의 깊게 읽는다고 했어요.


이러한 전자책의 F자 읽기와 Z자 읽기는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정보를 접하는 데는 유리해요.

어른들이 헤드라인을 살피며 뉴스를 보거나,

짧은 정보들을 훑어보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거죠.


하지만 이러한 전자책 읽기는 아이들의 독서습관에는 치명적이에요.

아이가 전자책 읽기와 같은 얕고 빠른 읽기에 익숙해지면

종이책으로 읽을 때는 깊이 읽기가 어려워져요.

그래서 전자책에 적응된 아이는 종이책을 펼치고도 대충 전체적인 내용만 파악하려고 하죠.


그리고 전자책으로 글을 읽으면 자꾸만 빨리 읽고 싶어 져요.

전자책은 빨리 읽어서 끝에 다다르려는 욕구를 생기게 해서 읽는 독자를 재촉하는 편이에요.

전자책을 읽을 때 F자 혹은 Z자로 읽는 것도 그 때문인데요,

스크린에서 내용이 긴 글을 만나면 ‘스압’ 즉 ‘스크롤의 압박’이라고 부르는데, 이게 좋은 예가 될 거예요.


우리가 모니터나 스크린을 볼 때 갖는 심리와 행동이

‘정보를 빨리 읽고 해치우기’에 익숙하기 때문이에요.

빨리 읽으면서 정보를 습득할 수 있으니 이런 점은 전자책의 장점이 되겠죠.

하지만 이렇게 읽는 방식은 종이책을 만나도 같은 방식으로 책을 대충 훑어보게 만들어요.

푹 빠져서 몰입하면서 읽게 하는 종이책의 장점이 없어진다는 뜻이죠.



people-316506_1280.jpg 이미지 - 픽사베이


이 점을 이해한다면 내 아이의 책 읽기 시작은 종이책이어야 해요.

종이책 읽기에 익숙해지면 전자책으로 읽기도 가능하지만,

전자책을 먼저 읽는다면 종이책 읽기는 힘든 일이 되기 때문이에요.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밀크티나 아이스크림 홈런 등 다양한 온라인 학습지를 보면

학습 프로그램 속에 수천 권의 책이 담겨 있다고, 그걸 무료로 읽을 수 있다고 혜택처럼 말하고 있어요.

어른인 부모가 들으면 '놀라운 혜택'으로 들리죠.

하지만 이런 이유들로 저는 아이들의 책 읽기는 종이책으로 읽기를 권해요.

아이에게 처음 든 습관은 무섭도록 중요하니까요.


리치보이 - <행복한 부자 학교 아드 푸투룸 1, 2>의 저자,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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