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책 잘 읽는 방법(19)
저는 가급적이면 아이가 읽을 책은 구입하기를 권해요.
아이가 책 읽기를 좋아하는 방법 중 하나는 '이 책은 내 책'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건데요,
언제 어디서든 원하면 서재에서 다시 꺼내어 읽을 수 있어야 '내 책'이 되니까요.
아이에게 '내 책'을 만들어주려면 아이가 직접 서점에 가서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고르고, 값을 치르는 모든 과정을 경험하는 것도 중요해요.
이 과정은 아이에게는 책 읽기 과정에 속하게 되니까요. 산더미처럼 책이 쌓인 서점에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고르고, 소중한 돈을 내서 들여 내 것으로 만들고, 분위기 좋은 곳에서 책을 읽는 이 모든 ‘도서구입과정’은 내 아이가 독서가가 되는 데 더없이 소중한 경험이 돼요. 그래서 중고서점을 가거나 당근마켓을 이용하더라도 아이가 '내 책'을 갖게 하기를 권해요.
아이에게 '내 책'이 생기면 장점이 있어요.
책을 읽으면서 표시를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초등 고학년이 되어 독서록 쓰기를 본격적으로 하다 보면 인상적인 구절이나, 주제, 모르는 단어들에 표시를 해야 해요. 이 과정에서 밑줄을 치고, 페이지를 접고, 포스트잇을 붙이거나, 여백에 내 생각을 적는 게 필요한데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인풋 즉, 읽기밖에 할 수 없어요.
마지막으로 책을 구입하면 아이만의 서재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내가 읽은 책이 한 권 한 권 쌓여가는 경험은 놀라워요. 언제든 ‘내가 지난달 이렇게 많이 읽었구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고, 이번 달에 읽을 책을 가늠할 수 있어요. 책꽂이에 꽂힌 책들은 ‘내가 읽고 싶었던 책, 내가 읽은 책’들이기 때문에 책 제목만 봐도 그 책의 내용이 머릿속에 떠올라요. 언제든 필요하면 꺼내어 펼쳐서 다시 읽을 수 있는 내 책, 한마디로 아이의 서재는 언제든 확인하고 활용할 수 있는 자신만의 지식공간이 될 거예요.
아무리 내 책 갖기가 좋다고 하지만 고물가 시대에 책값이 만만찮아요.
게다가 아이들 책은 사주고 돌아서면 다 읽었다고 할 만큼 얇아요. 그래서 아이가 원하는 대로 사주기가 힘든 게 사실이에요. 제가 슬기로운 아이들 책 구매 요령을 알려 드릴게요.
먼저 서점에 가면 아이가 원하는 책을 열 권 정도 고르라고 하세요.
그러면 아이는 서점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면서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신나게 고를 거예요. 열 권을 고르고 나면, 이 중에서 다시 다섯 권을 고르라고 하세요. 다섯 권으로 줄어들면 또다시 읽고 싶은 순서대로 금메달 책, 은메달 책, 동메달 책, 세 권을 최종적으로 선택하라고 하세요.
선택되지 못한 나머지 책은 사진을 찍어 다음에 책을 살 후보로 남겨두면 돼요.
이렇게 아이가 읽고 싶은 순서대로 순위를 매겨 책을 고르고 나면 그 책들은 완독률이 높아져요. 서점에 있는 여느 책이 아니라 '내가 신중하게 고른 책'이라는 의미가 더해졌으니까요.
책은 아이가 '지금 읽고 싶은 책'을 고르게 하라고 말했지만,
학교에서 제공하는 추천도서나 부모가 꼭 읽히고 싶은 책이 있게 마련이에요.
그런 책들은 정말 좋죠. 대개 그 시기에 아이가 읽으면 정말 좋은 책, 내용도 충실한 책인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런 책을 아이에게 안겨주면 좀처럼 읽으려 하지 않죠.
여기에도 방법이 있어요.
부모가 아이에게 읽히고 싶은 도서 서 너권의 목록을 주고 아이가 직접 책을 찾도록 하는 거죠. 키오스크에서 책이 있는 서재를 검색하고 찾다 보면 어느새 그 책은 아이에게 '내가 읽고 싶은 책'이 되어 버려요. 이 책 중에서도 한두 권만 선택하게 하면 아이는 '내 책'이라 여기고 잘 읽을 거예요.
여기서 중요한 건 '자기가 읽을 책을 스스로 찾는다'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