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치보이 richboy Nov 18. 2023

늙지 않고 오래 살고 싶다면 원시인처럼 살아라?

<늙지 않는 비밀> 책리뷰


백세까지 사는 사람은 어떻게 살까?



바야흐로 오늘날은 백세시대, 환갑이 우스워진 시대가 됐다. 40대가 아직 청년으로 불리고, '인생은 60부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젊어서는 돈이 없고, 늙어서는 시간이 없다'는 말은 정말 옛말이다. 요즘은 늙으면 돈도 많고, 시간도 많다. 그래서일까? 안티에이징 산업이 미래의 주요먹거리 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한편 요즘 언뜻 외모로는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정기적으로 관리받고, 시술받고, 코칭받아서다. 확실한 건 어려보이는 사람은 한참 어려보이고, 나이들어 보이는 사람은 많이 늙어보인다는 것. 잘만 관리하면 이제 노화 쯤은 더 이상 생체시계를 따르지 않고 세월을 거슬러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의미겠다.  


문제는 특정한 피부 크림이나 영양 보조제가 노화를 늦추고 수명을 늘려준다는 식의 터무니없는 주장들이 요즘 퍼지는 빈대의 종족수만큼 늘어난다는 것. 만약 그런 것들이 약효를 발휘한다고 치면 그 약품들의 부작용으로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등의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우리의 노화에 대한 관심은 거죽을 팽팽하게 펴는 것을 넘어 우리 세포의 DNA로까지 접근하더니 유전적 핵심인 염색체까지 살펴 노화를 주제로 노벨의학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소개하는 책 <늙지 않는 비밀>은 노벨상 수상자이자 저자인 엘리자베스 블랙번이 쓴 책이다. 건강과 행복한 삶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꾼 인류 역사상 최고의 발견이라고 칭찬받는 '텔로미어'를 소개한 책, 원제는 '텔로미어 이펙트 The Telomere Effect' 다. 





노화의 열쇠, 텔로미어 


우선 이 책에서 소개하는 텔로미어의 정의를 살펴보자.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에 붙어 있는 비암호와(단백질을 만드는 등의 유전암호를 지니지 않은 영역) DNA 조각으로서 특정 염기서열이 반복되어 나타난다는 점이 특징이다. 텔로미어는 세포 분열이 일어날 때마다 짧아진다. 그래서 텔로미어가 얼마나 빨리 닳아 없어지는지를 보면, 세포가 얼마나 빨리 노화되는지 그리고 언제 죽을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본문 25~26쪽)


저자는 염색체의 끝, 텔로미어가 길어질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그 결과 노화가 촉진되거나 느려질 수 있고, 어떤 측면에서는 되돌릴 수도 있는 역동적인 과정이라고 밝혔다. 






난, 의사가 아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 역시 의사가 아닐 확률이 높다(혹 당신이 의사라면 이정도의 핫이슈는 이미 알고 있으리라. 아니라면 게으른 의사일테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책에서 '염색체 끝에 달린 텔로미어라는 일종의 묶음이 길어지느냐, 짧아지느냐에 따라 노화가 늦고 빨라진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찾아냈고, 그걸로 노벨의학상을 받을 만큼 신뢰할 만 하다' 정도로 이해하기로 했다. 내 관심사는 'So What?'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려 오래 살아볼까?


내가 이 책을 통해 알고 싶은 것은 '내가 어떻게 하면 노화의 주인공인 이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릴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텔로미어의 존재보다 이 녀석의 길이가 늘리고 줄일 수 있다는 점, 이 점이 중요하다.이것이 없었다면 과연 노벨의학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 


미친듯이 본문을 찾아봤더니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살아가는 양태(꼬라지라고도 부른다)를 보면, 텔로미어를 늘리기 보다는 줄이며 살고 있다는 것, 한마디로 지금대로 쭈욱 살면, 폭싹 늙어 일찍 죽고, 싹 다 바꾸면 탱탱하고 건강하게 오래 살다 죽을 것이라는 것이다. 본문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텔로미어는 조직을 재생하는 능력이 어떻게 고갈되는지를 설명해준다(세포 복제 노화라고 한다). 물론 세포는 다양한 방식으로 기능을 상실하고 일찍 죽기도 하며, 인간의 노화에 기여하는 많은 요인을 지닌다. 하지만 '텔로미어의 마모'야말로 노화 과정을 촉발하고 기여하는 근본적인 요인임이 분명하다. 더욱 놀라운 점은 우리가 그 마모를 늦추거나 더 나아가 역전시키는 것도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본문 15쪽)


이 쯤되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러니까~ 그 신발끈 같은 거(텔로미어 라고도 부른다)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106 페이지부터 311페이지에 이르는 '텔로미어를 길게 만드는 비법'를 줄여보면 다음과 같은데,

헐~ 하고 허무하다고 하더라도 참고 읽어보시라.


"스트레스 받지 말고, 술 담배 커피 하지 말고, 과격한 운동이 아닌 인터벌 런닝 같은 적당한 운동을 일주일에 세 번 정도 하고, 잠은 너무 늦지 않은 일정한 시간에 자고, 최소 7시간 이상 잘 것이며, 배둘레햄은 안되고, 과일과 채소처럼 섬유질, 항산화물질, 플라브노이드가 더 많이 든 식품을 골라서 먹으라."


어떤가? 


나는 이 대목을 끝까지 읽고 책을 '홱~ '하고 내던졌다. '내가 이 뻔한 사실을 알자고 지금까지 읽었나?' 하는 생각에 배신감이 들어서 말이다. 하지만 몇 분 생각하고 다시 공손히 책을 집어들었다. 


맨발 걷기, 간헐적 단식 등 작금에 유행중인 건강법과 텔로미어를 길게 늘리는 방법이 묘하게 겹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뭐냐고? 바로 "자연으로 돌아라가 Back to the Nature!" 였다. 한마디로 '원시인처럼 살라'는 말이다.


원시인처럼 살면 오래 산다?


제 아무리 최첨단의 AI 시대를 살고 있다 해도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은 '원시인처럼' 사는 길이다. 예를 들어 보자. 우선 맨발 걷기만 해도 그렇다. 맨발 걷기 애호가들은 인간은 원래 맨발로 걸어서 건강했는데, 신발을 신고난 이후 땅과 소통하던 자기장이 차단되어 건강을 잃었다는 식으로 주장한다. 그래서 콘크리트나 아스팔트가 아닌 흙이 깔린 땅을 맨발로 걸으면 옛날의 건강한 몸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신발이 없던 그 옛날로 돌아가서 걸어라'는 말이다.


'간헐적 단식'은 어떨까? 간헐적 단식 예찬론자들 역시 '인간은 원래 배불리 살지 않았다'라고 말하며 우리의 선조, 즉 원시인처럼 살라고 말한다. 경작을 하지 않고 음식을 자연으로부터 채취해서 살던 우리의 선조들의 식생활은 동물의 그것과 크게 다름 없었다. 배가 고프면 먹을 것을 구했고, 잘 찾아서 배불리 먹으면 다음에 배가 고플 때 까지 먹지 않았다. 만약 다시 배가 고파지면 음식을 찾을 때 까지 쫄쫄 굶어야 했다. 한마디로 '삼시 세 끼를 찾아 먹지 않았다'는 말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텔로미어의 길이를 길게 하는 방법 역시 그 옛날 원시인처럼 살면 저절로 길어진다는 식이다.자연광에 맞춰 수면을 취하고 (밤이 되면 일찍 자고), 채소와 과일에 중점을 둔 식사를 하고(거친 자연식을 많이 먹고), 스트레스를 줄이고(별 생각없이 살거나, 빨리 해소시키고), 운동은 많이 하면(원시인처럼 뛰고 걷기를 반복해서 살면) 텔로미어의 길이는 길어진다는 주장이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대목이 있을 것이다. 

'아니, 다들 원시인처럼 살면 건강해지고, 오래 산다고 하는데...

실제로 원시인의 수명은 현대인의 절반도 되지 않았잖아?'


우리가 주목할 건 피지컬, 즉 인간의 몸뚱이만을 놓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원시인은 우리보다 훨씬 많은 각종 사고와 위험과 질병, 생활 습관 등에 노출되어 수명이 짧지 않았을까?


과학과 의학이 발달되어 각종 사고와 위험 그리고 질병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현대인이 옛날의 선조처럼 맨발걷기와 간헐적 단식, 그리고 텔로미어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면 그만큼 건강하고 느리게 늙으면서 오래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주장 끝에 꼭 이렇게 퉁을 놓는 사람이 있다.

'먹을 것 안 먹고, 술 담배 피하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뭔 재미로 살아?' 


그럼 이렇게 이야기하겠다.

'어떻게 살지는 당신 맘대로 하시고요!'


노벨상이 수상되고, 이런 책이 주목을 받는 건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사람'들의 관심이 많다는 뜻이다. 거지도 QR코드로 적선을 받는 세상(중국을 실제 그렇다더라)이다. 돈 없는 것 빼고 모두 있는 세상, 충분히 누리며 살려면 아프지 않고, 늙지 않고, 최대한 오래 사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건강을 바라는 독자라면 일독을 권한다. 책에서 아주 아주 구체적이고 소상하게 느리게 늙으면서, 건강하게 사는 법을 알려주고 있으니 두고 두고 읽을 일이다. 잘 챙겨서 읽고 건강하게 사시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스마트폰에 당신과 아이의 두뇌가 녹아내리고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