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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보이 richboy Nov 30. 2023

학원 늘리는 대신 거실에서 TV를 먼저 치워라!

<어머니 사교육을 줄이셔야 합니다> 책리뷰


매년 반복되는 개미지옥, 사교육


자녀 한 명당 평균 사교육 비용이 평균 백만 원 정도 된다고 한다. 사실, 백만 원이라는 금액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백만 원 이하의 비용을 사교육비로 지출하면 '그 정도로 되겠어?' 하고 우려하고, 그 이상을 사교육비로 지출하면 '그 만큼 쓰는 걸 보니 여유로운가 보네, 부러워~' 하는 마음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자녀가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다. 


'다른 집도 이만큼 쓴다는데...그래야 하는갑다' 하고 덜 먹고 덜 쓰면서 돈을 내다가도 '애들 교육에 이 정도를?이거 정말 미친 거 아냐?' 하는 생각에 불쑥 화딱지가 나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소위 '인서울 명문대' 들어가기가 결코 만만치 않아서다. 서울 소재의 4년제 종합대학 43 곳에 이르는 인서울 명문대는 서울에 소재하고 있으면서 입학 성적 기준, 상위 10위권 안팎의 대학들인데, 인서울 명문대의 입학 정원은 전체 수험생의 약 7% 수준이라고 한다.  



부모의 불안으로 증폭되는 자녀의 사교육



부모들이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 사교육 시키는 이유는 '내 아이가 상위 7%에 들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내 아이의 공부 머리가 7%에 들까 말까 인데, 혼자서는 도저히 공부를 하지 않으니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도저히 불안해서 안 될 것 같은 마음에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 


게다가 소위 돼지엄마라 불리는 정보통 들이 "자기야~ 이 과목은 이 학원에, 저 과목은 저 선생님한테 보내야 해." 훈수를 둘 때 마다 사교육비는 끝을 모르고 올라가게 된다.


EBS 영어강사이면서 교육전문가인 정승익은 책 <어머니, 사교육을 줄이셔야 합니다>에서 '아이에게 먼저 공부할 의지를 갖게 하라'고 지적한다. 공부할 의지가 없는 아이에게 사교육을 퍼붓는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기보다는 도리어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덧붙인다. 





당신의 자녀는 인서울 대학에 못갈 확률이 더 높다!


 저자가 밝히는 불편한 진실을 본문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비겁한 이야기 같지만 현실적으로 우리 자녀가 바늘구멍 같은 인서울의 구멍을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습니다. 인서울 명문대 정원이 7% 수준이라면, 우리 아이가 나머지 93%에 속할 확률이 10배는 더 넘습니다. (중략) 

그렇다면 부모는 어떻게 자녀를 교육해야 할까요? 부모가 생각하기에 보다 더 본질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교육을 해야 할 것입니다. 부모가 생각하는 원칙과 본질을 지켜 '과정'에 집중해야 합니다. '결과'는 어쩌지 못해도 '과정'맘은 부모가 뜻대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초중고 12년의 과정 동안 부모와 자녀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겁니다." (22~23쪽)


우리가 익히 잘 알다시피 인서울 대학을 가지 못한다고 해서 '실패한 삶'이 아니고, 모두가 바라는 '부자'가 되지 못하는 게 아니다. 모든 것이 확률, 즉 성공하고, 부자가 되고, 그래서 행복하게 될 확률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되는 것 뿐이다. 반대로 '인서울' 아니라 'SKY'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대도, 성공하란 법도 없고, 부자가 된다 보장도 없다. 또 그런 자녀가 행복할 거란 보장도 없다. 모두 확률적으로 미루어짐작할 뿐이다.


이런 확률적 가능성을 두고 부모들은 '불안'을 이유로, '투자'라는 명목 아래 아이에게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고 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덜 먹고 덜 써서 사교육에 투자하면 아이가 잘 될거라 희망고문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는 잘 안다. 학원에 보낸 백 명 중에 한 명은 SKY를 갈 테고, 예닐곱명은 인서울 명문대를 갈테고, 나머지는 그 아이들의 입학을 돕느라 학원 전기세를 내며 들러리를 선다는 걸. 


내 자식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부모다. 


유전자부터 성격까지 내 아이의 습관 하나 하나를 따져보면 엄마 아니면 아빠에게서 비롯된 거다. 한편 뿌듯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유전적으로 아이의 지능마저도 부모 지능의 평균 수준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아이가 책을 잘 읽지 않거나 공부를 잘 안하려 하는 것이나. 


게임을 죽어라고 좋아하는 것이나, 친구라면 사족을 못 쓰는 것은 알고 보면 죄다 부모에게서 나왔다(부모의 학창시절을 툭 터놓고 이야기해 보면 내 아이의 행동에 대한 원인은 몇 분 걸리지 않고 나온다). 한마디로 공부 잘 하지 않는 내 아이가 '돌연변이'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 아이의 모든 책임을 부모로 돌리라거나, 느닷없이 고해성사를 하자는 말이 아니다. 


우선 생각부터 본질에 접근해야 답을 찾기가 쉬워진다. 


공부를 잘 했던 부모라면 자녀에게 공부 머리라는 유전자는 물론 '공부 잘 하는 법'에 대해서도 물려주기가 확률적으로 쉽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부모는 둘 모두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의 말대로 공부도 잘 하지 않고, 공부할 의지가 없는 아이에게 피같은 돈을 들여 사교육을 퍼붓는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기보다는 도리어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이 책 중반에 있는 '사교육 줄이는 법- 부모 실천편'을 펼쳐서 읽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이 책의 핵심 내용이기도 하다). 


이 책은 아이의 성적을 잘 올리는 방법을 이야기한 책이 아니다. 


내 아이가 공부를 잘 하게 하려면 '무작정 학원을 보내 사교육'을 시킬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아이를 거실에서 공부하게 하라'는 내용이 담긴 '거실에서 공부하는 부모' 였다.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나중에 아이들이 공부 습관이 없어서 헤맬 대 이를 바로 잡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점입니다. 공부 습관이 없는 아이를 다시 책상에 앉히기 위해서 들여야 하는 노력보다 부모가 거실에서 공부하는 수고로움이 훨씬 더 적습니다. 

습관은 만들어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한 번 만들어지면뇌에 각인이 되기 때문에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좋은 습관은 더더욱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저녁이며 어김없이 거실에서 TV를 보는 습관이 만들어지면, 이 아이는 과연 공부를 본격적으로 해야 할 나이가 되었을 때 스스로 방에 들어가서 고부를 집중해서 할 수 있을까요? 저녁 시간이면 즐기던 여유로움과 재미를 포기하고 힘든 공부를 할 수 있을까요? 그 과정이 너무 힘들지 않을까요?" (151 쪽)


'수고한 당신, 쉬어라!'는 어느 광고 말처럼, 열심히 일하고 집에 돌아온 부모는 거실 쇼파에 누워 TV를 보는 것은 유일한 낙이자 최고의 즐거움이다. 문제는 자녀도 "나도! 나도!" 한다는 것. 


저자는 '공부에 필요한 3요소로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 공부를 하고자 하는 동기, 공부를 쉽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꼽았다. 여기서 부모가 자녀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고, 그건 거실에서 TV를 치우는 일인 셈이다. 


"거실 공부는 여기서 다시 한 번 활약하게 됩니다. 거실에 TV 없이 공부를 하는 환경이라면 공부에 적합한 환경이 마련된 것입니다.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것 외에는 다른 것을 할 수 없는 환경인 것이지요. 공부하는 부모가 옆에 있으면 아이도 공부를 하고자 하는 동기를 가질 수 있습니다. 공부를 하거나 독서를 하는 부모는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저녁 내내 하는 부모보다 훨씬 더 아이의 공부에 대한 동기를 이끌어낼 겁니다. 그리고 다 같이 독서하고 공부하는 환경이면 공부는 수월하게 할 수 있습니다. 능력 면에서도 문제가 없습니다." (155 쪽)


저자의 말대로라면 옆집 공부 잘 하는 아이는 모르긴 몰라도 '얼마 짜리 좋은 학원'을 보내서가 아니라, TV가 없는 거실에서 부모와 함께 공부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의심해 볼 문제다. 아울러 아이가 공부를 잘 하기를 바라면서, 부모는 거실에서 극장만한 스크린 앞에서 낄낄대고 있다면 이러한 어불성설은 자녀에게 어찌 설명해야 할지도 스스로 고민해 볼 문제다. 저자가 우려하는 건 그런 환경에서 아이가 갖는, 하지만 차마 내뱉지 못하는 불만의 목소리였다.


"아이가 집에 왔는데 부모는 거실에서 대형 TV로 재밌는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습니다. 아이도 옆에 안자서 같이 보고 싶겠죠. 그런데 부모는 자녀에게 방에 들어가서 숙제를 하라고 명령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씩씩대면서 방으로 들어갑니다. 

그렇게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책상에 앉았는데 도무지 공부를 하고 싶은 '동기'가 안 생깁니다. 거실에서 들려오는 TV 소리에 신경이 쓰이고, 부모님이 원망스럽습니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으니 에너지 소모가 심합니다. '능력'이라는 것도 행동이 얼마나 수월하게 일어나는지를 따지는 것인데, 이런 상황이라면 공부라는 행동은 시작조차 하기 너무 힘듭니다. 그렇게 아이는 방에서 제대로 된 공부를 안 하게 되는 것입니다." (156 쪽)


저자는 이런 식으로 '부모에게 잔소리'를 한다. 읽다 보면 뜨끔해지고, 고개를 주억거리게 한다. 교육 전문가가 살핀 부모의 바람과 아이의 현실에 대한 적나라한 평가인데, 마치 '이런 환경도 제대로 만들어주지 않고 무슨, 학원만 보내면 장땡인가?' 라며 부모를 나무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저자의 잔소리가 꽤 유익한지 부모 독자들의 리뷰가 수십 개이고, 팔리기도 많이 팔렸다. 나 역시 끝까지 읽고 한 달 뒤 한 번 더 읽은 것을 보면, '점수올리는 법이 아닌 공부 환경'을 먼저 힘쓰게 하는 저자의 본질적인 접근은 꽤 유효한 선택이었다. 



아이가 공부 잘 하기를 바란다면 먼저 읽어볼 책!


꼭 필요한 사교육비는 능력이 된다면 쓸 일이다. 하지만 먼저 생각할 일은 정작 학원에 앉아서 할 당사자는 부모인 내가 아니라, 아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 점에서 아이가 필요해서 요청한 학원이라면 사교육비가 아깝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는 엄마와 아이가 상의해서 선택한 학원이라야 한다. 나머지는 내 아이가 학원 같은 환경이 마련된 우리 집에서 스스로 공부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정답이다. 그 구체적인 방법은 부모가 이 책을 읽으면서 고민해야 할 문제다. "행복한 가정은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 고 톨스토이가 말한 것처럼 모든 가정의 아이는 저마다 다른 해결책이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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