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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보이 richboy Dec 14. 2023

대치동 아이들은 무슨 책을, 어떻게 읽을까?

<<대치동 독서법>> 북리뷰



점점 더해지는 수능 입시과열


최근 몇 년새 교육계에서는 '의대 입시'가 화두다. 이어지는 저성장과 불황의 여파로 대학졸업생의 취업이 점점 불확실해지자 '대학무용론'이 대두되고 이어 '공무원 시험 열풍'이 불더니, 쥐꼬리만한 월급, 점점 줄어드는 연금 등의 이유로 그마저도 시들해지더니, 결국 '의사 자격증'이라는 전문직으로 쏠린 것이다.


억대에 이르는 높은 급여와 높은 사회적 대우, 정년없는 최고의 자영업직으로 각광받는 '의사'직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최고의 학군지로 불리는 대치동의 구성원이 주로 전문직이거나 중소기업의 간부들인 것을 보면, '대를 이어 의사, 변호사, 대표' 식으로 자신의 지위를 그대로 물려주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거다. 여튼, 학군지의 경향성은 전국으로 퍼져 너도 나도 '의사 자식'을 꿈꾸더니 급기야 '의사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정부의 방침으로까지 이어졌다.


부족한 의사인력을 확충한다는 데야 누가 뭐라겠는가. 작금의 학원 열풍이 더해지는 사교육비로 이어지는 것이 걱정이다. 지난 해 전국의 사교육비가 26조였다고 한다. 불황이 더해진 올해는 과연 얼마일지 궁금하다. 확실한 건 지난 해 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전망이다.


올해 입시는 킬러 문항이 없어진 덕분에 문제가 더욱 쉬울 줄 알았거늘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거의 루틴화 되었던 문제 유형이 확 뒤집어진 바람에 문제 전체가 대체로 어렵게 느껴진 때문이다. 거의 1분 여 마다 1문제를 풀어야 하는 입시생이 '헉~' 하는 순간 주춤하게 되고 두 세 문제에서 막히면, 소위 '맨붕'이 온다. 그러면 그 시험은 최소한 모의고사 때 성적보다 떨어진다.  설상가상으로 수능 첫 시험인 '국어'에서 맨붕이 왔다면, 나머지 시험과목도 소위 '조졌다'고 봐야 한다.


"국어 점수는 집을 팔아도 안 나온다."

"의대에 가려면 수학을 잘해야 하지만, 명문의대와 일반의대는 국어 실력으로 갈린다."

"합격은 수학, 대학은 국어가 정한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그래서 말인데, 소위 학군지인 대치동 아이들은 어떻게 국어공부를 할까? 

더 깊게 들어가서 '얘네들은 독서를 어떻게 할까' 정말 궁금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대치동 아이들을 책을 어떻게 읽힐까?


내가 쓴 첫 책의 제목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는 틀림없는 말이었다. 내가 <<대치동 독서법>>을 읽은 이유는 그 의문 때문이었다. 지방 사는 초등생을 둔 아빠라면 당연히 같은 의문을 가질 법한데, 친절하게도 내 질문에 딱 맞는 대답을 해준 책을 발견한 것이다.  독서교육 전문기업 (주)한우리열린교육에서 대치동의 강남지역지부를 총괄한 저자 박노성과 명문대 입학을 위한 국어 논술 학원의 원장 여성오가 함께 공저한 책이다. 





왜 1등과 2등이 국어 때문에 갈릴까?


우선 저자들이 생각하는 국어 공부의 기본과 핵심 그리고 본질은 무엇일까?



"국어 공부의 기본은 읽기 능력입니다. 

형광펜 책상, 의자와 건강한 허리 등은 학습을 돕는 도구들이고, 이것 없이는 공부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또 국어 공부의 '핵심'은 성찰 또는 지적욕구입니다. 그때 그때 학습을 통해 우리는 교과서의 지식과 소통을 하며 학생 신분이나 인간성의 기본을 유지시킵니다. 이는 독서의 본질과도 맥이 닿습니다. 영원히 변하지 않을 독서의 '본질'은 '읽는 것'이죠.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킨들로 종이 없는 세상을 꿈꾼다 하더라도, 독서의 본질은 읽는 것입니다. 아이패드와 갤럭시 패드, 이북은 본질을 담기 위한 그릇일 뿐입니다." (본문 23쪽)



그럼 학생들은 국어를 어렵게 생각하는 걸까?저자들은 우선 수능 과목 변화로 상대적으로 수능 국어 영역이 어려워져야 변별력이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국어 내신 문제와 수능문제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서 번째는 국어 공부 부족이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야 국어 공부가 양적 질적으로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정작 그 때가 되면 무엇이 부족한지조차 몰라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 마지막 이유는 국어 기초가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국어공부는 사교육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지문과 문항을 이해하려면 읽기능력부터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독서는 학생 스스로 하는 것이지 학원 강사 등이 독서를 대신해줄 수 없다. 그리고 학생이 책을 읽지 않으면 토론도 논술도 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수능 국어 영역도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울러 저자들은 책을 깊이 읽도록 만드는 의도적인 독서 연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예를 들면 요즘 초등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슬로리딩 수업'같은 것인데, 책을 소위 '양치기' 하듯 닥치는대로 읽는 것이 아니라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깊이 읽으면서 학생 스스로 꼬리를 무는 생각을 발달시켜야 한다는 거다. 


이렇게 읽어야 하는 이유는 '수능 국어시험이 넓고 깊은 독서를 한 학생이 고득점을 받도록 출제되고 있어서'다. 그럼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 걸까? 저자의 말을 직접 옮겨보자. 


"고전 문학의 경우 한영외고는 <청소년을위한 한국고전문학사>를 독서 경시대회 선정도서로 학생들에게 강권합니다. 민사고의 경우 수업시간 부교재가 <살아 있는 고전문학 교과서>1권과 3권 입니다. 

현대시의 경우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는 대원외고 필독서입니다. 중학생 때부터 고전시가와 현대시를, 다양한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역사와 문학의 가교인 책으로 만나야 합니다. 

2020학년도 수능에 출제된 <자전거도둑>은 김소진이든 박완서든, 영화든 텍스트든 보고 읽는 '공부'가 필요합니다." (본문 57쪽)






아이를 읽히고 싶거든 먼저 읽어라!



대치동에서는 독서에 있어서도 수능 국어시험을 최종목표로 두고 초등학생 때부터 체계를 갖춰 읽어야 할 독서 리스트를 갖추어 놨다. 이 책 2부 '유아, 초등학생을 위한 발달 단계별 독서법'과 '중, 고등학생을 위한 창의융합독섭버'에서 구체적으로 리스트를 올리고 독서방법에 대해서도 학년별로 친절하게 적어 놨으니 따라가기만 하면 될 일이다. '대치동 국어학원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독서를 지도하고, 어떤 책을 권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이 책에서 빼먹을 수 있는 엑기스가 이 부분이었다. 





이 책은 "애들 책만 읽힌다고 국어 성적이 저절로 올라가나?" 하는 학부모의 투정 섞인 질문과 "대체 대치동 애들은 독서를 어떻게 시킨데?" 하는 부러움 섞인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속물 같은 질문이지만, 현실적이고 타당한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가뜩이나 얇아진 지갑에 애들 '국어 논술 학원'으로 '15~20만원'이 매달 지출되고 있어서다. 


그 점에 이 책은 속물(?) 학부모들에게 딱 맞는 해답을 줄 수 있는 책이다. 다만, 370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인데다, 정독을 해야 제대로 읽히는 책이라서 '과연 부모들이 완독할 수 있을까?'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에 대한 내 리뷰는 본문의 1/100 도 담겨 있지 않다. 다시 말해 '이 글을 읽고 흥미를 느꼈다면 꼭 책을 구해 읽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책리뷰와 요약영상을 보고 '책을 읽은 셈'치는 사람이 많은데, 아주 크나큰 착각이다. 심지어 책을 쓴 저자가 자신의 책을 설명한 영상을 보더라도 책 내용의 1/100 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이 사실 역시 저자의 책을 읽어본다면 저절로 알게 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 리뷰를 읽고 '오호~ 이거 괜찮을 것 같은데?' 라는 흥미가 생기면 꼭 구해서 읽으라는 것이다.


아이에게 책읽기를 권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거실에 있는 영화관만한 TV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으면서 "얘, 책 읽어!"라고 말한다면, "눼에~" 하면서 순순히 책을 읽을 아이가 몇이나 있을까. 저자들의 말대로 라면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내가 읽은 바를 말하게 하고, 토론하고, 글로 쓰게 해야' 온전히 독서활동을 한 셈이 된다. 그런 효과를 얻으려면 학부모가 먼저 아이가 읽을 책을 읽어보거나 최소한 아이와 함께 책을 읽어서 '내 아이가 무슨 책을 어떻게 읽었나?'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대치동 학부모라고 아이들을 국어 학원만 보내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공부할 때 책 읽고, 아이가 책을 읽을 때 또 <<대치동 독서법>>같은 책을 읽는다.  한마디로 '아이가 책읽기를 하기를 원한다면, 부모도 책을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좀처럼 책을 읽지 않던 내가 무슨 책이냐?"

고 학부모 독자가 퉁을 놓는다면,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말라."는 공자님 말씀으로 대답을 대신하겠다. 아울러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 금언을 덧붙이겠다. 



결론은 이것이다. 

"아이가 읽기를 원한다면 먼저 읽어라, 그 방법 밖에 없다!"

그리고 책을 읽는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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