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치보이 richboy Jan 20. 2024

이만기, 방종임의 다섯시간짜리 지상(紙上) 입시설명회!

<대한민국 교육 키워드 7> 북리뷰

대학입시는 어린 자녀를 둔 모든 학부모(not 부모)의 관심사다. 학부모의 이같은 관심은 자녀의 학년이 높아질수록 수위를 더해가는 것 같다. '자녀가 공부를 열심히 하기만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텐데 뭘 그리 유난이냐?'고 말할 법도 한데, 그런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대학입시 요강이 해마다 빈대떡 뒤집듯 바뀌는 바람에 자녀가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하더라도 아무 대학에 척척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준이 되는 대학입시 요강이 매년 바뀌고 게다가 지필시험인 '수학능력시험' 도 매년 바뀌는 건 마찬가지. 그래서 바람맞는 갈대마냥 학부모가 이리저리 갈피를 못잡고 있다. 


그래서 마음 급한 학부모는 수능이 끝나자마자부터 입시설명회를 찾아 다니며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어렵게 입시설명회를 찾아가도 전문가들이 하는 말의 절반은 처음 듣는 용어인데다 어려워서 '도대체 뭐가 뭔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학부모를 어렵게 하는 건 교육관련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그럴싸한 제목을 쫓아 한 번 들어볼라 치면 조회수만 올리려고 화제성이 있는 이야기만 해대니 맥락도 없고, 어려운 용어만 한가득이라 도대체 친절한 설명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이렇듯 뇌화부동 하는 학부모들 속에 나도 들어 있다. 초등 고학년 자녀를 둔 나 역시 '아니, 애 대학 보내려면 도대체 뭘 봐야 하는겨?' 하는 우려가 있어서다. 


그러던 중 찾아 읽은 책 <대한민국 교육 키워드 7>은 반갑고 친절한 책이었다.  '초중등 학부모가 알아야 할 핵심 트렌드'라는 부제로 알 수 있듯  이 책이 출간된 주목적은 '대학입시 설명회'조차 잘 이해되지 않는 학부모를 위한 입시가이드서라고 할 수 있다. 요동치는 입시제도 속에서 중심을 갖기 위해서는 읽어야 할 책이었다. 대민국 교육계 핵심 화두 7가지를 체계를 갖춰 설명하고 있어 전체적인 맥락을 잡을 수 있었다. 





이제 막 입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나같은 학부모들에게도 유익했던 책이었다. 세상에 떠 도는 입시관련 용어들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잘 정리 되어 있었다

입시용어사전도 부록으로 주고 있다는 데 나는 온라인에서 주문하면서 따로 고르지 않아서 읽지 못했다. 참고 바란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만약 내가 입시설명회를 간다면 이제는 입시전문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겠다' 였다. 

 

이런 책은 '저자가 누구인가?'가 관건이다. 정말 믿을만한 교육전문가의 말이어야 할텐데, 그 점에서는 아무런 걱정할 필요가 없다.  교육대기자TV의 진행자 방종임과 학부모들의 선생님이기도 했던 '입시통' 이만기 선생이 함께 참여해서 공저로 책을 낸 만큼 믿고 읽었다. 저자들이 뽑은 '대한민국 교육 키워드 7'은 다음과 같았다. 




가장 먼저 손에 꼽은 키워드는 단연 '의대 블랙홀'이었다. 

'사'자 선호사상이 만든 전통의 의대 인기와 대한민국 수험생이 '의치한약수'에 몰리게 된 현실, 그리고 그로 인해 의대를 가기 위해 부쩍 늘어난 N수생들과 재수생들의 사교육  트렌드까지 짚고 있었다. 


왠만한 '의대 입시전문서' 같은 양과 내용으로 책의 초반부를 가득 메우고 있었는데 의대에 관심많은 학부모에게는 한 눈에 살필 수 있을 만큼 디테일해서 유용한 부분이 되겠다 싶었다. 

이 부분에 대한 내 관심사는 '의대 선호는 언제까지일까?'하는 의문이었다. 내 아이가 수능을 보려면 아직 8년이나 남았는데, 그 때까지 이런 광풍이라면 '난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였다. 


정부에서는 이런 의대광풍은 물론, 현장에서는 의사수 부족 현상에 따라 '의대정원수'를 대폭 늘린다는 방침인데, 저자들은 '정원이 확대된다고 해도 의대 쏠림이 쉽사리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었다. 오히려 정원이 늘면 대학을 다니는 도중에 의대에 가려는 양상이 더욱 심화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100등까지 의대 원서를 낼 수 있었는데, 의대정원수가 확대되면 130등까지도 원서를 내는 분위기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정원수를 확대하면 할수록 쏠림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의사 증원으로 인한 10년 이후의 상황을 예측해 본다면 의사대우는 지금처럼 '의사가 태부족'인 상홍보다는 못할 것은 자명할 터, 지금과 같은 광풍에 올인할 만큼의 아웃풋이 나올까 하는 우려는 씻을 수 없었다.    




고교학점제와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아직 관심사 밖'이라 주마간산 식으로 읽으면서 패스. 

집중해서 읽은 부분은 키워드 4, 2028 대입 개편 중에서 '새로운 대입 개편이 초중등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 부분이었다. 요약해 보면 내신에 불리했던, 자사고 특목고가 다시 유리해지고, 지역별로 이번 개편에서 가장 수혜를 보는 곳은 '대치동 등 소위 학군지(중계동, 평촌, 목동, 문당 등 포함)'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앞으로의 대입 개편은 '내신의 위력이 다소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밖에 저자들은 고교에서 수능 과목을 배우는 고1, 2 학년 비중이 확대될 가능성  

    고교에서 선택과목 선택의 고민거리 등장 가능성  


    고교에서 교육과정 편성을 편법으로 할 가능성  


    고교에서 1등급을 못받으면 자퇴할 가능성  


    고교에서 내신으로 승부했던 지방 학생들이 불리할 가능성  


    고교에서 종래의 문제풀이 수업 성행 가능성  


    고교에서 (채택된다면) 심화수학으로 인해 민간 교육 증가 가능성  


    평가원에서 수학 난이도 상향 조정 가능성  


    평가원에서 출제 자료가 빈약한 통합 사회, 과학을 융합형으로 낼 경우 탐구 부담 가능성  


등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새 대입제도의 성패 전망은 고교 학점제가 어느 정도 시행되고 대학들의 전형 계획이 윤곽을 보이는 2026년은 돼야 어느 정도 드러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이 말은 뒤집어서 말하면 새 대입제도를 통해 피해를 보는 학생들은 여전히 존재할 것 같다는 말이 아닐까 .


그 다음 키워드는 국제 인증 교육 프로그램인 IB(인터네셔널 바칼로레아) 였다. 

오래 전부터 교육개혁의 과제로 언급되던 IB는 이 책을 읽은 후론 '한 발 더 현실로 다가선 느낌'이었다. 물론 세계적인 추세이고, 오지선다형 시험에 비해 훨씬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시험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의 최대 약점은 '학생들에게 IB를 가르칠 역량있는 교사의 발굴과 수험생들의 객관적인 평가방법'이었다. 

그런데 2023년 현재, 국내에서 총 32 학교가 IB 프로그램을 운영중이고, 학교는 물론 지방 교육청에서도 앞다퉈 도입을 계획중인 것을 보면 수년 내에 대학 입시에서도 가시적인 모습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다. 

특히 저자들은 IB 키워드에 있어 초중등 특히 초등학생이 준비해야 할 내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었다. 




'꺼내는; 교육이란 지식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자동차 운전지식을 바탕으로 운전을 하는 것처럼 머릿속의 지식에 머무는 게 아니라 꺼내 적용하는 것이죠. 앞으로 중고등학교의 수행평가는 말로 발표하는 프레젠테이션이나 글쓰기의 비중이 분명히 늘어날 것입니다. 


현재 중학교에서는 지필평가가 수행평가보다 비중이 높지만, 앞으로는 이 비중이 점차 역전될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2028학년도 대입 개편 시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앞으로 내신에서 서술, 논술형 평가가 크게 늘어날 예정입니다. (본문 239쪽)



쉽게 말해, 초중등생이라면 IB를 대비해 글쓰기와 말하기에 대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지난 주부터 새로 교재를 구입해 아들녀석과 함께 논술 공부를 하고 있는데, 시의적절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했다. 관심 있는 분은 아래 블로그 링크를 따라 살펴보시길...).



저자들은 초중등생 자녀들의 IB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 역시 제시하고 있었는데 우선 말하기 부분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말로 표현하는 능력은, 개념에 대한 원리를 말과 글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과목별로 교과서의 차례를 복사해 두었다가 개념과 원리를 설명해 보는 것이죠. 말로 연습할 때는 카메라를 앞에 두고 녹화하는 습관을 기르는 게 좋습니다. 시간을 정해 발표하고 녹화한 것을 보면서 스스로 평가해보기를 추천합니다. 아직 초등 저학년이라면 5~10분 큰소리로 책 읽는 연습을 함으로써 말로 표현할 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게 좋습니다. (본문 239 쪽)



학교생활이나 학원 등 아이들의 학습에 있어 발표는 거의 개발되고 있지 않은 상황,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구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한편 모든 학부모의 관심사이기도 한 '글쓰기'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글쓰기는 단계적으로 꾸준히 해야 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키보드나 스마트폰 자판을 치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연필을 잡고 완성된 문장을 쓰는 것에 취약합니다. 따라서 매일 10~20분이라도 조금씩 글을 써보는 연습이 필요한데,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일기 입니다. 다만 글쓰기 실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매일 다른 콘셉트로 일기를 쓰는 게 좋습니다. 

초등 글쓰기와 관련한 다수의 책을 쓰는 송재환 동산초 선생님은 제자들에게 요일벌 글쓰기를 추천합니다. 월요일에는 한 주 동안 있었던 일을 쓰는 '생활일기', 화요일에는 읽은 책의 독후감을 쓰는 '독서일기', 수요일에는 감정카드를 보고 단어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적는 '감정일기', 목요일에는 하루 동안 있었던 감사한 일을 적는 '감사일기', 금요일에는 단어를 보고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낱말일기' 등입니다. (본문 240쪽)




끝으로는 학부모의 관심 뿐인 챗GPT 교육과 가장 우려하고 있는 문제인 '부모, 교사의 권위상실'에 대해 이야기 했다. 어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문제들, 배움도 많았지만 행간에 깊은 한숨들이 저절로 나오게 하는 현실적인 고민들도 적지 않았다. 



나는 이 책을 구입하면서 "대한민국 성인 둘 중 한 명은 1년 동안 책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데, '내 아이 대학을 보내겠다고 이런 책까지 읽어야 하나'..."하는 자괴감이 솔직히 앞섰다. 정말 걱정인 건 지금이 가장 덜 치열할 것이라는 점, 내년 후년엔 점점 더 할거다.

하지만 정말로 꼭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돼지엄마나 어설프니들이 하는 말을 듣느니 차라리 다소 수고를 하며 읽더라도 이런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서울에 살지 않아서, 학군지에 살지 않아서 정보력이 부족하다고 발을 동동거리는 학부모라면 이 책을 꼭 읽어봐야 할 일이다. 서울도 아니고, 학군지도 아닌, 지방에 살고 있는 난 이 책을 '이만기, 방종임의 입시설명회'에 참석했다고 생각하고 읽었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돈이 인간성을 지배하게 두지 마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