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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보이 richboy Feb 15. 2024

초등 학부모가 신학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의대생은 초등 6년을 이렇게 보냅니다>북리뷰


의대열풍 속 대한민국



대한민국은 지금, 말 그대로 의대열풍 속이다. 

의대열풍은 학생과 정부로 크게 두 가지 관점으로 볼 수 있다. 


학생(학부모 포함)은 갈 수만 있다면 의대 지원을 희망한다. 

적성과 관심일랑 상관없다. 이유는 딱 하나, '고소득과 정년없음'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뭐라고 할 게 없다. 

몇 년 전 광풍이라 불리던 '공무원 준비생'과 별반 차이가 없고, 

그 이전에는 로스쿨이 생기기 이전 수십년 동안 이어졌던 '고시생 열풍'도 있었기 때문이다.  


12년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제대로 평가받으려면 성공과 고소득이 보장된 직업군으로 대학을 

가야 할텐데, 오늘날 대한민국의 그런 직업군은 '의사'를 배출하는 의대 뿐이다. 



고시생, 공시생 그리고 ... 의시생?


이런 현상에 '정부'는 '앗, 뜨거!' 하며 대책을 내놓았다. 

올해까지 3,058명이었던 의대입학생 정원 규모를  25학년도부터 2,000명을 더 늘린다는 것. 그래서 현역과 재수생을 포함한 수험생은 물론 SKY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의 재학생과 직장인까지 의대를 들어가기 위해 '수능시험'을 새로 준비하고 있으니, '의대 열풍'을 넘어 '의대 광풍'이라 불러도 부족할 정도다.


정부의 이런 결정은 '의사 태부족'이라는 만성적인 사회문제와 '입시 과열풍' 이라는 

교육문제  둘 모두를 한 번에 잡자는 건데, 기득권을 쥔 의사의 반발과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의사를 배출해야 하는 정해진 미래에 교수진과 수업공간 등 충분한 준비 없이 학생을 받아야 하는 대학이 

자칫 자질이 부족한 의사를 배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국민의 우려가 겹쳐서 이 이슈는 2024년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현실을 둘째로 두고 지금, 대한민국 학부모는 가능하다면 어떻게 해서든 자녀를 '의대'를 보내고 싶은

마음 뿐이다. 초등생을 위한 '의대반'이 생기기 까지 하더니, 이제 유치원까지 '의대반' 운운하고 있는 게 학군지의 현실이다. 그래서 점점 늘어나는 건 학원 수이고, 그만큼 학부모의 지갑은 얇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에 출판계가 가만 있을리 없다. 2~3년 전부터 학습관련서의 핵심 키워드는 '의대'가 차지했고, 급기야 이런 제목의 책까지 출간되었다. 오늘 소개하는 책 <어머님, 의대생은 초등 6년을 이렇게 보냅니다> 이다.





비학군지 지방 일반고 출신 의대생이 말하는 나의 초등생활!


이 책은 말 그대로 의대를 보내고 싶어하는 초등 자녀를 둔 학부모의 요구에 제때에 발 맞춰 나온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종류의 책까지 나왔군. 쯧쯔쯔...' 하고 혀를 찰 일이 아니다. 이 책은 수십 년 전 법대를 나와 사법고시를 패스한 사람이 써서 밀리언셀러가 됐던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의 의대생판이기 때문이다. 독자층이 두꺼워져서 나와야 할 책이 나온 것 뿐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지금껏 출간된 책들을 보면 저자가 교육전문가가 주를 이뤘다. 학군지의 학원을 운영하거나 학군지의 학생들을 담당하는 교육전문가들이 '내 눈으로 본 학군지의 학생들은 이렇게 공부합니다' 혹은 '내가 이렇게 가르쳐서 학군지 아이들이 SKY에 갔습니다'는 식의 내용으로 책을 썼다. 


해서, 독자들은 그저 '아~ 학군지는 이렇게 가르치는구나' 혹은 '아~ 학군지 아이들은 이렇게 공부했구나' 하는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읽었다. 한마디로 독자들은 '간접경험자의 글을 간접경험'하는 식이어서 타는 듯한 갈증 상황에 한여름 상온에 내놓은 콜라를 마시는 기분이랄까? 근본적인 해소는 할 수 없었다. 


그 점에서 이 책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우선 저자가 여느 책과 달리 우리를 닮았다. 학군지에서 살지도 않고, 지방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했다. 게다가 극상위권의 집합소인 SKY에 입학한 것도 아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 의대에 입학했다. 저자에게는 안 된 말이지만, '내가 당신을 안다면, 내 자녀도 견줄 만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저자가 만만해진다. 비학군지 학부모 독자가 유독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첫장을 열자마자 저자는 '속지 마라, 초등 공부에 필수는 없다!' 라고 말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초등 교육에 관한 여러 콘텐츠를 보면서 제가 가장 인사 깊게 접한 말은 '필수'라는 단어였습니다. "초등학교 때 OO는 꼭 해야 한다.", "OO 안 해 두면 후회한다." 등 자극적인 단어가 들어간 내용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공부'에 있어서 초등 시기에 '필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수학 선생 공부를 안 한다고 해서 중학교 때 큰일 나지 않습니다. 영어 문법 공부를 덜 했다고 해서 중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일은 없습니다." (프롤로그, 6쪽)



초등 공부, 이렇게만 하면 너도 의대갈 껄?



사람들은 말한다. '초등 때 우등생 아닌 사람 있냐?'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우등생이 '한 때'가 아니라 중고등학생 때까지 쭈욱 이어진다면 정말 '의대'에 갈 지도 모르는 일이다. 초등생활이 의미가 있는 건 오랜 시간과 다양한 시행착오를 통해 '공부습관'을 기르는 최적의 시기이자, 공부 뿐 아니라 인성과 생활습관이 정착되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소위 '지방'에서 의대 합격을 이룬 자신의 초등생활을 통해 좋았던 점은 물론, 아쉬웠던 점과 부족했던 부분까지 가감없이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 책의 내용은 크게 


-초등 공부 원칙

-초등 생활 원칙

-초등 과목별 공부법

-의대생의 초등 생활 Q&A

-인터뷰 -의대생들이 말하는 '나의 초등 생활' 로 나눠져 있다. 


인상적인 부분은 후반부인 '초등 과목별 공부법'과 동료 의대생 15명이 대답한 '나의 초등 생활' 이었다. 

초등 과목별 공부법이 자신이 초등시절 공부했던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했고, 공부했던 교재와 추천 교재까지 언급하고 있다. 이런 내용은 소위 교육전문가들이 했던  "극상위권 애들은 어느 학원을 가고요, 얼마를 써요."라는 식의 신기루같은 말들과는 크게 달랐다.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실행가능한 것들, 특별하게 차이가 있다면 '성실성'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 부분은 '끊임없는 부모의 관심'과도 결부된다.


저자가 이 책 전반에서 여러 번 강조했던 부분은 '플래너 작성'이었다. 수능이라는 끝없는 마라톤 경주를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점검하고 계획해야 한다는 것. 얼렁뚱땅 '몇 시간을 공부했는가'를 살필 것이 아니라 계획했던 것들을 지워가면서 '오늘 하기로 한 부분을 다 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언급한 건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 플래너 작성 습관은 성실성을 키우고 나아가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체크할 수 있는 '메타인지 능력'도 길러준다는 저자의 주장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어설프더라도 도와주지 말고 학생 스스로 작성하게 하라'는 것이다(심지어 저자는 플래너를 구입하는 것 역시 학생이 문구점에서 제가 맘에 드는 것으로 고르게 하라고 했다). 


그 다음은 '모든 것을 아이가 결정하게 하라'는 점도 배웠다. 모든 것의 마지막 선택은 아이가 정하게 해야 아이가 불만없이 자라고 결국 스스로 일어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풀어야 할 문제집이 있다면 무조건 한 권을 사서 떠맡길 것이 아니라 세 권을 먼저 고른 후 마지막엔 아이가 선택하게 하라는 것이다. 제 아무리 좋은 교재라고 하더라도 정작 아이가 풀지 않는 데는 답이 없다. 하지만 '제 스스로 선택한 것'은 부모가 골라준 그것보다 더 많이 풀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자율성' 덕분에 저자가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설득력을 지닌 대목이었다. 



조바심을 줄여야 더 잘 보인다!



책을 덮으면서 든 생각은 학부모들이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좀 더 알고 싶어서 콘텐츠를 뒤지고 강연장을 좇지만 그럴수록 조바심이 더 생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모가 제아무리 조바심을 내 봐야 뭐하는가, 자식이 스마트폰만 들여다 보고 있는데...' 


저자는 의대에 합격하는 것, 아니 원하는 대학을 들어가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공부하는데 있음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말한다. 한마디로 의대가는 로드맵에 지름길은 없다는 것. 하지만 많은 사람이 있지도 않은 지름길을 찾아 다니다 지쳐서 떨어지는데, 그럴 바엔 우공이 한번의 삽질로 산을 옮기듯 성실하게 꾸준히 걸어가는 것이 최선임을 말한다. 읽다 보면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하는 책, 그가 전하는 수십 권의 초등시절 교재들은 덤이었다. 초등 학부모라면 신학기 전 꼭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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