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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보이 richboy Mar 10. 2024

49제...그리고 당근주스




장인어른의 49제를 지내러 광주행.하늘과 땅 사이 구천을 떠돌며 머물던 혼령을 위로하는 49제로 장인께서 편안히 잠드시길 빌었다.  숙소로 담양온천에 머물렀다. 탁 트인 넓은 야외온천이 좋은 이곳을 한 번 들린 후 이곳에 올 때마다 찾게 한다. 조용하고 한가한 이곳은 정말 매력적이다.





광주의 명물이라는 쌍교숯불갈비에서 푸짐한 저녁을 먹었다. 소문대로 정말 맛있었다. 고기를 구워서 내와서 수고를 하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게 편히고 좋았다.

 20 여가지 밑반찬도 하나 하나 훌륭했다. 나는 밥집은 밥이 맛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밥맛도 좋았다. 반공기씩 나눠먹고 마지막으로 들깨수제비도 함께 나눠먹었다. 안 먹었으면 후회할 뻔 한 맛이었다.





숙소에서 한 잔 더 하려고 로컬마트에 들렀는데 이 술을 발견, 호기심에 한병 샀다. 이름은 대통주, 500ml 짜리인데 16,000원 정도 했다. 와인 오프너 같은 뾰족한 걸로 직접 구멍을 뚫어서 먹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달작지근한 맛과 대잎향 그득한 술맛이 무척 좋았다. 알콜도수는 15도, 몇 병 더 살걸 그랬다 하고 후회했다.

당신을 기억하는 이야기를 두런두런 하며 잔을 기울였다. 





별이 총총한 밤, 술잔을 기울이며 가는 밤을 아쉬워 하는 중이다. 주말 밤이 지나는 중이다.



숙소를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전에 점심을 먹으로 '창평' 이란 곳을 들렸다. 

난생 처음 들리는 곳은 늘 설랜다. 오늘도 그랬다. 

창평국밥거리가 유명한 지 사람들로 가득했다. 

줄이 가장 긴 곳에 서서 국밥 한그릇 말아먹고 싶었지만, 

아이들 먹을 메뉴가 없어 뒷골목 백반집에 들려 생선구이와 두부전골을 먹었다. 

나는 백반집을 들어가기 전까지 국밥집에 고개 돌리기를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 

로컬 백반집은 어딜 가도 선방한다. 

갈치와 가자미를 비롯한 네 가지 종류의 잘 구워진 생선구이는 푸짐했고, 

손두부인지 속이 꽉 차고 찰기 있는 두부 전골은 지난 밤 부어라 마셔라 했던 숙취를 씻어줬다. 




백반집을 나와 잠시 산책 삼아 창평임시시장을 들렀다. 

마치 5일장인 듯 천막을 치고 앉아 집에서 키우던 농산물을 꺼내어 팔고 있었다. 

산 닭을 파는 장면도 정말 오랜만이었고, 

가는 곳마다 시식코너를 넉넉하게 두어 손님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수십 년 동안 잊고 지냈던 푸근하고 넉넉한 장터 분위기가 새삼스러웠다.  





"아이고, 저것 정말 맛있겠다."

손가락 두 개 길이로 통통하게 살이 진 당근 뭉터기를 보고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그라믄, 사다 먹으면 될 것인디!"

'우리 어머니 살았으면 저 정도겠다' 싶은 연세의 아주머니가 밉살스럽다는 듯 내게 퉁을 하고는 웃었다. 

'그래, 그라믄 되것네' 하는 마음이 들어 달라고 했다. 가격은 오천원.

당근 줄기와 잎사귀를 똑 똑 따내어 비닐 봉지에 담는데 족히 스무 개는 넘어 보였다.

아주머니는 따로 몇 개를 더 넣어주었다. "안 주믄 서운한께로.." 하면서.


집에 도착하면 이 녀석을 가지고 먹고 싶은 게 있었다. 바로, 이것! 

당근 주스였다.





'여행을 와서 매 끼 마다 든든히 먹었으니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을 굶어 속을 비워야겠다' 했었는데, 통통한 당근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오늘 저녁은 너다!

집에 도착해 여장을 풀고 당근 하나를 깨끗이 씻고, 껍질을 얇게 벗겨내고 

사과 반 개 껍질 채로 함께 도깨비 방망이로 갈아버렸다. 

제 아무리 수분이 많다 해도 물을 추가하지 않으면 곤죽이 되어버린다. 

50ml의 물을 넣고 함께 갈면 더 잘 갈리고 마실 때 목에도 잘 넘어간다. 

250ml 정도 되는 이 녀석을 꿀떡꿀떡 마셨더니 속이 금방 든든해지고 편해졌다.

남은 녀석들도, 매일 이렇게 마시리라 생각했다.

창평에 있던 장터를, 그 아주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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