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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제...그리고 당근주스

by 리치보이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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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어른의 49제를 지내러 광주행.하늘과 땅 사이 구천을 떠돌며 머물던 혼령을 위로하는 49제로 장인께서 편안히 잠드시길 빌었다. 숙소로 담양온천에 머물렀다. 탁 트인 넓은 야외온천이 좋은 이곳을 한 번 들린 후 이곳에 올 때마다 찾게 한다. 조용하고 한가한 이곳은 정말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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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명물이라는 쌍교숯불갈비에서 푸짐한 저녁을 먹었다. 소문대로 정말 맛있었다. 고기를 구워서 내와서 수고를 하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게 편히고 좋았다.

20 여가지 밑반찬도 하나 하나 훌륭했다. 나는 밥집은 밥이 맛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밥맛도 좋았다. 반공기씩 나눠먹고 마지막으로 들깨수제비도 함께 나눠먹었다. 안 먹었으면 후회할 뻔 한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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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한 잔 더 하려고 로컬마트에 들렀는데 이 술을 발견, 호기심에 한병 샀다. 이름은 대통주, 500ml 짜리인데 16,000원 정도 했다. 와인 오프너 같은 뾰족한 걸로 직접 구멍을 뚫어서 먹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달작지근한 맛과 대잎향 그득한 술맛이 무척 좋았다. 알콜도수는 15도, 몇 병 더 살걸 그랬다 하고 후회했다.

당신을 기억하는 이야기를 두런두런 하며 잔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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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총총한 밤, 술잔을 기울이며 가는 밤을 아쉬워 하는 중이다. 주말 밤이 지나는 중이다.



숙소를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전에 점심을 먹으로 '창평' 이란 곳을 들렸다.

난생 처음 들리는 곳은 늘 설랜다. 오늘도 그랬다.

창평국밥거리가 유명한 지 사람들로 가득했다.


줄이 가장 긴 곳에 서서 국밥 한그릇 말아먹고 싶었지만,

아이들 먹을 메뉴가 없어 뒷골목 백반집에 들려 생선구이와 두부전골을 먹었다.

나는 백반집을 들어가기 전까지 국밥집에 고개 돌리기를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


로컬 백반집은 어딜 가도 선방한다.

갈치와 가자미를 비롯한 네 가지 종류의 잘 구워진 생선구이는 푸짐했고,

손두부인지 속이 꽉 차고 찰기 있는 두부 전골은 지난 밤 부어라 마셔라 했던 숙취를 씻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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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집을 나와 잠시 산책 삼아 창평임시시장을 들렀다.

마치 5일장인 듯 천막을 치고 앉아 집에서 키우던 농산물을 꺼내어 팔고 있었다.

산 닭을 파는 장면도 정말 오랜만이었고,

가는 곳마다 시식코너를 넉넉하게 두어 손님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수십 년 동안 잊고 지냈던 푸근하고 넉넉한 장터 분위기가 새삼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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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저것 정말 맛있겠다."

손가락 두 개 길이로 통통하게 살이 진 당근 뭉터기를 보고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그라믄, 사다 먹으면 될 것인디!"

'우리 어머니 살았으면 저 정도겠다' 싶은 연세의 아주머니가 밉살스럽다는 듯 내게 퉁을 하고는 웃었다.


'그래, 그라믄 되것네' 하는 마음이 들어 달라고 했다. 가격은 오천원.

당근 줄기와 잎사귀를 똑 똑 따내어 비닐 봉지에 담는데 족히 스무 개는 넘어 보였다.

아주머니는 따로 몇 개를 더 넣어주었다. "안 주믄 서운한께로.." 하면서.


집에 도착하면 이 녀석을 가지고 먹고 싶은 게 있었다. 바로, 이것!

당근 주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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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와서 매 끼 마다 든든히 먹었으니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을 굶어 속을 비워야겠다' 했었는데, 통통한 당근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오늘 저녁은 너다!


집에 도착해 여장을 풀고 당근 하나를 깨끗이 씻고, 껍질을 얇게 벗겨내고

사과 반 개 껍질 채로 함께 도깨비 방망이로 갈아버렸다.

제 아무리 수분이 많다 해도 물을 추가하지 않으면 곤죽이 되어버린다.

50ml의 물을 넣고 함께 갈면 더 잘 갈리고 마실 때 목에도 잘 넘어간다.

250ml 정도 되는 이 녀석을 꿀떡꿀떡 마셨더니 속이 금방 든든해지고 편해졌다.


남은 녀석들도, 매일 이렇게 마시리라 생각했다.

창평에 있던 장터를, 그 아주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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