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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보이 richboy Mar 27. 2024

아이가 심심해지면 책을 찾기 시작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초등독서 로드맵(7)

"우리 아이는 정말 정말 책을 안 읽어요." 



부모님들의 이런 하소연은 ‘우리 아이는 만화책(학습만화)만 읽어요.’ 다음으로 많이 듣습니다. 

책을 읽으면 아이에게 좋다는 건 누구나 잘 아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이가 도통 책을 읽으려고 하지 않으니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도통 답을 찾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재미있다고 알려진 책을 사서 “얘, 이거 정말 재미있대, 한 번 읽어봐.” 하며 들이밀어 보기도 하고, 다른 애들이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 좀 달라질까 싶어 서점이나 도서관에도 데려가 보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아이는 여전히 꿈쩍하지 않고 관심조차 두려고 하지 않는다는 거죠. 정말이지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입니다. 공부를 등하시하고 성적이 떨어지면 혼내고 학원에 보내기도 한다지만 책읽기는 그럴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아이가 스스로 ‘책읽기를 하고 싶게 하는 영양제’라도 있다면 얼른 사다 먹이고 싶을 정도라는 겁니다. 



아이가 책을 읽지 않으면 차라리 놀이터에서 친구들하고 뛰어놀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운동이라도 하면 좋을텐데 놀이터에 가 보면 함께 뛰어놀 아이들이 없는 것이 현실이에요. 아이들이 모여서 논다는 것이 한 귀퉁이에 모여 앉아 게임을 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하기 바쁘죠. 거기에는 책읽기보다 훨씬 재미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게임과 인터넷은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개미지옥 같아요. 일단 스마트폰을 켜기만 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죠. 그러니 아이들이 책읽기를 할 이유도 없거니와 책을 읽을 시간을 낼 수가 없습니다. 





스마트폰 속에 든 SNS나 인터넷 세상 그리고 게임은 힘이 세도 너무 셉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른들도 ‘스마트폰 중독’으로 가정과 직장에서 곤란을 겪고 있는데 아이라고 별 수 있겠어요. 하지만 우리가 이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게임과 애플리케이션 회사들은 사용자의 시간을 빼앗으면 빼앗을수록 돈을 벌기 때문입니다. 사용자가 앱을 켤 때부터 돈을 벌기 시작하고, 그곳에 오래 머물수록 돈을 더 벌어들입니다. 



게임회사나 애플리케이션 회사들은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과학자와 인재들 수천 명을 뽑아서 사용자들이 1분 1초라도 더 오래 화면에 머무르게 하고 푹 빠져들게 하는 걸 목표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서 의도적으로 게임과 앱을 만들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앱을 켠다는 건 세계적인 천재들 수천 명과 내가 시간 대결을 벌이는 셈이라는 거죠. 어른과 아이가 그곳에 빠져드는 건 바로 그 때문입니다. 



게다가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사람의 뇌는 하루 종일 일을 하느라 게을러져서 활자를 읽으면서 상상하고 이해해야 하는 책읽기보다 눈으로 보는 대로 이해하는 게임이나 인터넷 보기를 더 좋아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이 나면 책읽기보다는 영상이 더 보고 싶어지죠(우리 뇌가 게으른 이유를 설명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 글에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제 아이 역시 취학 전 인터넷으로 영상 보기를 너무나 좋아해서 많은 걱정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해답이 없는 문제는 없어요. 제 아이는 의외로 쉬운 곳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제 아이는 어릴 때 입이 짧아서 좀처럼 먹으려 하지 않았죠. 잘 먹지를 않으니 체격도 왜소하고 키도 잘 크질 않았어요. 아이의 더딘 성장은 부모에게는 크나큰 걱정입니다. 아이에게 입맛이 살아난다는 영양제도 먹여도 보고 한의원에서 보약도 먹여 봤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억지로라도 밥을 먹여야 하니 급한 대로 동원한 것이 스마트폰이었습니다. 밥 때가 되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켜고 아이에게 영상을 보여주며 밥을 먹였습니다. 밥을 먹지 않으면 영상을 끈다고 하니 그제서야 아이가 밥을 먹기 시작하더군요. 엄밀히 말하면 영상에 취해 뭘 먹는지도 모른 채 아이는 밥을 입에 넣은 거죠. 이런 나쁜 습관을 들이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마냥 굶길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TV나 인터넷 영상을 보여주며 밥을 먹인 것이 2~3년 정도 지났나 봅니다. 이런 부작용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즈음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자꾸만 영상을 보려고 하고 도통 책을 읽으려고 하지 않는 거예요. 아예 쳐다보려고 조차 하지 않았어요.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아이 앞에서 재미있는 표정으로 책을 읽어도, 아이가 잠자기 전 책을 읽어줘도 들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말 그대로 ‘소귀에 경 읽기’였습니다. 1학년이 되었는데도 마찬가지였어요. 이대로 두면 큰일 나겠다 싶었습니다. 뭔가 특단의 조치가 있지 않고서는 ‘책을 읽지 않는 아이’로 남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훅’하고 느껴졌습니다. 



아이가 2학년을 준비하던 겨울방학 어느 주말, 집 분위기를 바꾸는 대청소를 하면서 거실에서 TV를 없애고 거실 한가운데 커다란 탁자를 놓은 뒤 제 방에 있던 서재를 거실에 옮겨 놓았습니다. 아이를 심심하게 만들기로 한 겁니다(TV는 안방에 넣고, 아이가 잠든 이후에 보기로 아내와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거실에 있을 때 옆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한동안 우리집은 대혼란이었습니다. 아이는 저녁마다 영상을 틀어달라며 밥먹기를 거부했고요, 조용히 방에서 혼자 책을 읽던 습관이 있던 제게 거실에서 아이가 보는 앞에서 책을 읽는 게 처음엔 정말 힘들었어요. 심심해서 어쩔 줄 모르는 아이 때문에 주위가 산만해져서 좀처럼 책이 손에 잡히지도 않더군요. 저녁에 TV보기가 취미였던 아내의 금단현상도 장난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아이의 책읽기를 위해서는 참아야 했습니다. 아이에게 좋다면 뭐든 하는 게 부모의 마음이니까요. 저도 ‘집중해서 읽지 못할지언정 읽는 모습을 보여주기라도 하자’고 생각하고 아이와 함께 있을 땐 책을 읽었습니다. 



결국 아이는 여느 때처럼 태블릿을 켜고 인터넷 영상을 보며 밥을 먹었어요. 하지만 밥을 먹고 나면 아이가 다음에 할 것이 사라졌습니다. 식사를 마치면 인터넷 영상 보기도 안하니까요. 예전 같으면 엄마 아빠와 TV를 볼텐데 저희가 TV 대신 책을 읽고 있으니 아이가 ‘뭘 해야 하나’ 난감해 하더군요. 저는 아이 책을 거실 서재 한가운데 넣어두었을 뿐, ‘부모가 책을 읽으니 너도 이리로 와서 책을 읽으라’고 권하지도 않았어요. 아이는 정말 심심했더니 집안에 있던 온갖 장난감을 꺼내어 혼자 놀았습니다. 그렇게 하기를 일주일 정도 지났나 봅니다. 아이가 놀기에 지쳤던지 마침내 책을 집어 들더군요. TV와 인터넷을 치운 지 일주일만의 일이었어요.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 말은 틀림이 없었습니다. 



부모가 책을 더 많이 읽으면 자녀 역시 덩달아 책을 많이 읽는다는 학자들의 연구가 많이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부모가 책읽기에 별 관심을 두지 않으면 자녀들의 독서량도 늘지 않습니다. 자녀의 책읽기에는 롤모델이 있으면 좋은데, 그 사람이 부모라는 거죠.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 소파에 편하게 기대어 TV를 보는 것이 저의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대다수의 가정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하지만 현실에 문제가 있다면 변화를 줘야 바뀔 수 있습니다.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세이다’라고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말했습니다. 내 아이가 수천 명의 천재들이 만들어낸 앱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유일한 방법은 아이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않는 방법입니다. 아이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자연적으로 그만큼의 시간이 생깁니다. 그 시간은 아이가 무엇을 하든 ‘아이의 시간’이 됩니다. 아이의 몸과 두뇌와 마음이 자라는 시간이 되지요. 아이가 심심해지면, 그리고 부모가 책을 읽고 있으면 아이도 따라서 책을 읽습니다. 



올해 초등 5학년이 된 아이는 요즘도 혼자 밥을 먹을 때(피아노 학원을 가거나 수영교습을 받는 날)면 거실에 있는 컴퓨터를 켜고 유튜브를 보면서 밥을 먹습니다. 하지만 식사를 마치면 따로 말하지 않아도 제 스스로 컴퓨터를 끄고 숙제하고 공부하고 남는 시간에 제가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컴퓨터와 독서노트에 독서록을 쓰고 있습니다. 지난 해 여름부터 신문도 읽기 시작했습니다. 3~4년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아빠, 나더러 책 읽으라고 하면서 스마트폰 보고 있는 건, 너무 한 거 아냐?” 



며칠 전 저녁을 먹고 난 뒤 아이가 제가 한 말이에요. 저녁 식사 후 아이가 거실에서 숙제하고 공부하는 동안 제가 소파에 기대어 스마트폰으로 전날 쓴 이 책 원고를 수정하려고 읽고 있을 때 였어요. 저는 아이에게 글을 쓰고 있었다고 설명하고 싶었지만, 겉으로 보기에 저는 분명히 스마트폰에 빠져 있었어요. 



“아빠가 미안해. 안 볼게” 



저는 대답하고 얼른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아이가 책읽기를 원한다면 최후의 방법은 부모가 함께 책을 읽는 것 밖에 없습니다. 힘들지만 어쩌겠어요. 아이가 ‘책 읽는 아이’로 변신한다면 무엇이든 못하겠어요. '부모는 극한직업'이란 말이 달리 나오겠어요? 



뒤집어서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까요? '아이는 매일 부모를 용서하며 잠든다'는 말이 있더군요. 당신은 저처럼 TV를 보면서 아이더러 공부하라 하고, 책을 읽으라고 했다면 속으로 '쳇, 자기는 스마트폰 보면서....'하고 아이가 맘 속으로 부모를 흉봤을 겁니다. 나아가 '그렇게 좋다는 책 읽기를 자기들은 왜 안하는데?'라고 불평했을 겁니다. 아이에게 뭔가 권하고 싶다면, 이 말 기억하세요.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 그리고, '아이는 매일 부모를 용서하며 잠든다' 




<<기억하세요>>

“아이가 심심해지면 책을 찾습니다. 아이가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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