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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보이 richboy Apr 11. 2024

거실에서 TV를 치우면, 아이에게 공부습관이 생겨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초등독서 로드맵(13)

 

거실을 아이 공부방으로 만드는 것만큼 좋은 환경은 없어요 



제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이 되었을 때, 서재가 있는 제 방을 비우고 아이방으로 만들었어요. ‘아이방이 필요하다’는 아내의 강력한 요구 때문이었죠. 제 방에 있던 수많은 책이 담긴 서재들은 거실 벽면으로 강제퇴거를 해야 했습니다. 아내는 꽤 오랜 시간 손품을 팔아 고른 2미터가 넘는 대형 식탁을 거실 한 가운데에 놓았습니다. 거실에 있던 대형 TV는 떼어 안방 한구석에 몰아넣었고요. 며칠 사이 영화관을 대신하던 거실이 도서관처럼 변해버렸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한 가지 이상한 행동을 했어요. 아이방에 놔두어야 할 책상을 꺼내어 거실한쪽으로 옮긴 거에요. 아내에게 이유를 묻자 책 한 권을 제게 주면서 ‘이 책을 읽어보면 그 이유를 알 것’이라 하더군요. 그 책은 일본 국가공인 1급 건축사 야노 케이조가 쓴 <부자의 방>이라는 책이었어요. 


‘4,000명 부자의 방을 보고 알아낸 공간의 비밀’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은 인테리어와 풍수에 관심이 있다면 일독을 권하고 싶을 만큼 유익한 책이었는데요, 저는 특히 아이들의 방을 다룬 대목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자는 아이에게 자기 방을 갖게 하는 건 공부방 용도가 아니라 침실용이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어요.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근사한 방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사생활을 중시하는 미국 문화에 맞게 각자 방에서 시간을 보내는군’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상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 많


은 미국 가정에서는 부부와 아이들이 각자 침실을 갖는다. 하지만 미국인에게 침실은 정말로 ‘잘 때만 들어가는 방’이다. 깨어 있을 때는 모두 거실에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낸다. 또 식사를 한 뒤 각자 방에 틀어박히는 일도 없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거실이나 주방, 또는 식구들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 공부를 하고 숙제를 한다. 설령 자기 방에서 공부를 하더라도 방문을 닫은 채 외부와 완전히 차단하지 않는다. 잠을 자는 것도 아닌데 혼자 침실로 들어가면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하고 걱정할 정도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을 당연하게 여긴다. 

아이들에게 방을 따로 내어주는 문화 본래 미국에서 전파되었지만, 사용 방법이나 의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처럼 방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아무리 넓은 집이라도 가족이 불행해지는 불상사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집을 넓은 공간에 짓는다면 방을 많이 만드는 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부자의 방, 야노 케이조, 122쪽) 



보통 엄마 아빠들은 아이에게 방을 공부방이라 여기고 아이의 책상은 물론 아이의 모든 것을 아이방에 함께 넣어주고 있는데 그건 잘못된 공간 활용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고개를 끄덕이게 해요. 그래서 ‘나도 그렇게 해 볼까’ 생각하면 하나 걸리는 게 있는데 거실 한가운데에 TV가 있기 때문이에요. 아이의 책상을 거실에 놓으면 자녀들이 신경이 쓰여 TV를 제대로 볼 수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저자는 자녀가 공부하는 아이로 잘 키우고 싶다면 TV는 부모의 침실에 넣고 거실을 서재로 꾸며야 한다고 말해요. 


특히 엄마 아빠가 자녀를 감시의 대상으로 보고 수시로 아이방에 들릴 것이 아니라 가족으로서 공감의 대상으로 보고 거실에서 함께 어울려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해요. 사춘기 자녀를 둔 친구들로부터 자녀들이 자기 방을 마치 ‘자기만의 성’처럼 여기고 부모들이 자기방에 한발자국도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며 원통해 하는 소리를 적지 않게 들은 제게는 충분히 설득력을 지닌 말이었어요. 아이 방을 만들어 주면서 “이제부터 네 할 일은 여기서 하는 거야, 알았지?” 하고 부모가 먼저 약속을 하는 바람에 아이 방은 저만의 성역이 되어버린 거죠. 


아이에게 방을 만들어주되 개방된 공간으로 잠만 잘 수 있게 해야 하고, 거실은 서재 즉 가정 도서관처럼 만들어 이곳에서 공부하고 책을 읽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따라 아내는 아이에게 방을 만들어 주면서 “네 방은 만들어주지만 여기는 네가 잠을 자는 공간이야. 공부와 컴퓨터 사용은 거실에서 해야 하는 거야.” 아이와 라고 약속했어요. 


거실에서 TV를 없애고 서재로 만든 뒤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놀라운 변화가 생겼습니다. 일단 저녁부터 밤까지 TV를 보던 때 보다 가족끼리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그래서 전보다 가족의 근황을 더 잘 알게 됐지요. 그 후 4년이 지난 지금, 저녁시간이 되면 거실에는 TV 소음 대신 조용한 클래식 음악이 들리고요, 저녁을 먹으며 아이와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났어요. 아이는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거실에서 숙제를 하고 공부를 하고, 책을 읽어요. 공부를 마치고 자유시간이 되면 거실에 따로 놓인 컴퓨터 책상에 앉아 PC로 유튜브도, 게임도 합니다. 저와 아내 역시 거실을 서재로 만들자는 가족의 약속을 지키고 있어요. 아이가 거실에서 공부하고 책을 읽을 대 한쪽에서 책을 읽거나, 미뤄둔 집안일을 합니다. 


TV는 아이가 잠든 10시 이후(초등 3학년까지는 9시에 재웠습니다) 안방에서만 보고 있어요. 처음 거실을 서재로 만들겠다는 아내의 말을 듣고 ‘당신 말대로 변하겠어?’ 하는 저의 생각이 ‘오~ 변화를 주니까 정말 변하네!’ 하는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EBS 영어 일타강사로 유명한 정승익 선생은 자신의 책<어머니, 사교육을 줄이셔야 합니다>에서 ‘아이의 공부습관은 먼저 집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집에서 공부 습관이 들지 않은 아이는 학원가서도 공부를 잘 할 수 없으니 공부 습관 없이 사교육에 돈을 들이지 말라는 주장이에요. 그러면서 아이의 공부습관을 들이는 방법으로 ‘거실에서 공부하는 부모가 되라’ 말해요. 부모에게 거실에서 TV보는 것을 포기하는 일은 정말 가혹한 일이지만 아이가 공부 습관이 들게 하려면 꼭 필요한 특급처방이라면서 책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습관은 만들어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한 번 만들어지면 뇌에 각인이 되기 때문에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좋은 습관은 더더욱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저녁이면 어김없이 거실에서 TV를 보는 습관이 만들어지면, 이 아이는 과연 공부를 본격적으로 해야 할 나이가 되었을 때 스스로 방에 들어가서 공부를 집중해서 할 수 있을까요? 저녁 시간이면 즐기던 여유로움과 재미를 포기하고 힘든 공부를 할 수 있을까요? 이 과정이 너무 힘들지 않을까요? 


저는 바쁜 아빠라서 저녁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적지만, 그래도 집에 있는 동안은 아이들과 같이 거실에 모여서 저녁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합니다. 이를 위해서 거실에는 TV를 없애고, 책장에 책을 가득 꽂아두었습니다. 


거실에 2미터에 달하는 대형 테이블을 놓아서 여기서 밥도 먹고, 공부도 하고, 이야기도 나눕니다. 소파가 있으면 더 편안한 소파에 앉을 것이기에 소파도 없앴습니다. 거실에 놓인 긴 책상에 모여서 아이들을 책을 보거나 해야 할 공부를 하고, 저는 옆에서 신문을 보거나 책을 봅니다."



거실을 서재로 만드는 일을 시작하는 건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좋습니다. 특히 아이가 공부를 시작하는 초등 저학년 때라면 적극 추천합니다. 그래야 아이가 공부습관이 들기 쉬울 테니까요. 초등 중고학년 자녀를 둔 부모라고 해서 ‘이미 늦었다’고 걱정할 건 없어요. 아이가 공부습관을 들이는 데 늦은 시간은 없으니까요. 


좋은 줄은 알지만 막상 거실에서 TV를 치우고 서재로 만들려고 하면 엄두가 나질 않아요. 하지만 아이가 공부를 잘 할 수 있다는데 부모가 무엇은 못할까요? 그래도 망설여진다면 거실에서 TV를 보는 가정의 아이들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 있어요. 이 글을 읽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라요.


"거실 공부의 장점을 한 번 더 강조하기 위해서 공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을 그려보겠습니다. 아이가 집에 왔는데 부모님은 거실에서 대형 TV로 재밌는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습니다. 아이도 옆에 앉아서 같이 보고 싶겠죠. 그런데 부모는 자녀에게 방에 들어가서 숙제를 하라고 명령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씩씩대면서 방으로 들어갑니다. 그렇게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책상에 앉았는데 도무지 공부를 하고 싶은 ‘동기’가 안 생깁니다. 거실에서 들려오는 TV소리에 신경이 쓰이고, 부모님이 원망스럽습니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으니 에너지 소모가 심합니다. ‘능력’이라는 것은 행동이 얼마나 수월하게 일어나는지를 따지는 것인데, 이런 상황이라면 공부라는 행동은 시작조차 하기 너무 힘듭니다. 그렇게 아이는 방에서 제대로 된 공부를 안 하게 되는 것입니다. ‘환경 조성’은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이 환경에서 아이가 공부를 잘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겁니다. 다만 거실 공부는 자녀 교육에 있어서 언제나 모범 답안이기 때문에 답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 굳이 오답을 선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어머니, 사교육을 줄이셔야 합니다, 정승익, 156쪽) 



초중고 부모들이 한 달 동안 지출하는 사교육비는 평균 70만 원정도 된다고 언론에서 이야기 하더군요. 70만 원 보다 더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가정이 더 많은 게 현실입니다. 이렇게 많은 돈을 사교육비로 지출하려면 부모는 여기저기 아끼며 덜 써야 하거나, 더 많은 일을 열심히 일을 해야겠죠? 하지만 아이가 사교육을 더 많이 받는다고 능사가 아닙니다. 먼저 아이가 가정에서 공부 습관이 들어야 학교 뿐 아니라 학원에서도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있어요. 


결국 공부 습관은 부모가 잡아줄 수 있고, 가장 좋은 방법은 거실을 서재로 만드는 일이에요. 그러려면 부모가 불편을 무릅쓰고 먼저 변화해야 해요. 부모가 변하면 아이도 변합니다.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증세다.”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에요. 내 아이의 공부습관은 부모의 변화에 달렸습니다. 



<<기억하세요>>

거실에서 TV를 치우고 아이 공부방으로 만들면 아이에게 ‘공부습관’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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