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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보이 richboy Apr 10. 2024

봉준호감독이 직접 그린 만화 기생충 이 있다고?!


세상을 놀라게 한 세계적인 한국작품!



21세기 들어 국내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일 것이다. 나는 영화를 꽤 즐기는 편이지만 두 번, 세 번을 보는 작품은 많지 않은데, 영화 <기생충>은 세 번을 봤으니 작품성은 더 말할 게 없다. 관객의 평가는 차지하더라도 깐느와 아카데미에서도 '두 손 엄지척two thumbs up'을 했으니 두 말 하면 입 아프다. 


이렇게 놀라운 영화를 볼 때 마다 궁금해지는 건 '대체 이런 작품은 어떻게 만드는 거야?' 하는 기분이다. 가능하다면 작품을 찍을 때 청소를 하는 스텝으로라도 따라가서 그 광경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는 갈증을 느낀다. 


그런데 <기생충>이라면 가능할 것도 같다. 각본에 직접 참여한 봉준호 감독의 각본집이 출간되어서다. 더 놀라운 건 각본집은 그저 '부록'에 불과하다는 점. 봉준호 감독이 작품을 만들기 전 홀로 머릿속에서 상상하고 계획면서 직접 작품을 스토리보드로 '그려낸 것'이 있으니 그 스토리보드북도 함께 출간되었다.





시나리오 대신 그림으로 장면을 설명한다?



감독이 스토리보드로 남긴 그림들을 콘티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콘티란 영화 촬영을 위해 완성된 각본을 기본으로 장면의 구분, 연출자의 동작과 대사, 응향 등 필요한 사항을 그림으로 기록한 것인데, 쉽게 말해 스텝과 배우에게 영화에 앞서 만화로 보여주는 그림들을 말한다. 감독이 상상한 그림이 씬으로 나올 때  "컷, NG!" 를 반복하는 건 감독이나, 스텝, 배우들에게는 무척이나 힘든일이다. 무엇보다 NG!를 부르자마자 순식간에 '쓰레기'가 되어버리는 필름들과 시간들은 또 어떨 것인가!


그래서 감독은, 엄밀하게 말해서 상상한 것을 구체적으로 그림으로 그려낼 수 있는 몇 안되는 탁월한 감독은, 직접 콘티로 만들어 스토리보드를 스텝과 배우들에게 보여주면서 "내가 원하는 씬은 바로 이거야!"하며 말을 대신하며 엄청난 시간과 품과 돈을 줄인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과 봉준호 감독의 공통점



봉준호는 그것이 가능한 감독이었다. 봉준호에 앞서 콘티로 유명한 감독이 있었다. 영화감독의 선생님으로 평가받는 인물이자, 일본영화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黒沢明)다. 그는 유능한 각본가이면서 화가를 해도 될 정도로 콘티를 잘 그리는 감독이었다. 구로사와 감독은 이를 아주 뛰어난 그림으로 표현해서 배우와 스테프들에게 제공했다. 그의 콘티는 매우 구체적이고 정교해서 영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교과서처럼 여기면서 시나리오를 대신해서 사용했을 정도였다.





구로사와를 흠모했다고 밝힌 바 있는 봉준호 감독은 그의 작품만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구로사와의 '영화를 찍을 때 갖는 생각'도 사랑하고 그것을 따랐다고 나는 생각한다. 특히 무명시절 저예산의 작품들을 찍은 바 있는 봉준호는 '최소비용의 최대효과'라는 경제원칙에 따라 가장 효율적으로 내 생각을 영화로 만드는 방법을 '구로사와식'에서 차용, 직접 콘티를 만들어 영화 연출에 사용한 것이다. 





영화 기생충을 백 배로 재밌게 즐기는 방법!



나는 이 작품을 영화를 다시 한 번 본 후 각본집을 먼저 읽고 난 후 스토리보드북을 보는 방법으로 읽었다. 마지막으로 영화 <기생충>을 또 한 번 보는 것으로 마무리하면서 <기생충>을 완벽하게 소화했다(물론 개인적인 평가지만).


이렇게 읽다 보면 영화 속에서는 만날 수 없는 편집된 영화 원작의 스토리도 만날 수 있고, 맛깔난 대사들도 만날 수 있다. 이 맛이야말로 영화만 본 관객으로서는 절대로 이해하기 힘든, '<기생충>을 읽는 맛'이다!





현실에 없는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방법을 이 책을 통해 익혀라!



두 권의 책을 덮으면서 든 소감은 '세계를 놀라게 하는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목격하고 만끽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현실왜곡의 장'을 설파하는 것에 탁월한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평가된다. 콜라 회장을 영입하면서 "평생 동안 설탕물만 팔다 죽을 것인가?"라는 한 가지 질문으로 턱없는 연봉으로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었다(물론, 그로부터 애플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지만).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마치 눈에 보이는 듯 하는 능력'은 크리에이터, 즉 창조자에게 무척이나 중요한 능력이다. 아무나 할 수 없지만 만약 할 수 있다면 현대사회에서의 그 능력은 어마무시한 부로 되돌아온다. 그 점에서 '고객을 설득하는 일'을 잡job으로 하는 사람들은 잡스의 현실왜곡의 장을 배울 필요가 있고, 봉준호 감독의 '눈에 보이는 설득력'을 익힐 필요가 있다. 그런 능력의 무거움은 단순한 말빨이 주는 가벼움으로는 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뭔가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치열한 공부와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단 걸 봉준호의 이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다. '궁즉통'이라 했던가. 뭔가 절실하면 통하는 다른 무엇을 만날 수 있다는 뜻일텐데, 이보다 앞선 것은 내가 매일을 만나면서 겪은 경험들은 언젠가 꼭 필요한 기억과 기술, 그리고 능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만화를 그릴 줄 아는 영화감독은 세상에서 몇 안 된다).


난닝구를 입고 삽질을 하든, 도마 위에서 칼질을 하든, 하다 못해 정처없이 매일 삼만 보를 걷든, 지금 내가 무엇을 하든, 그것은 내 인생 속에서 꼭 필요한 순간에는 자산이 된다. 뒤집어 말하면, 내가 보내는 하루 속에 순간 순간들의 행동들 중에 '쓸데 없는 딴짓'은 없단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죽음을 앞둔 시기에 한 말 중에 '살아가면서 만나는 순간들은 점과 점이 되어 나중에는 선이 되더라'고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인생에 딴짓은 있어도, '쓸데없는 짓'은 없다. 봉준호의 만화(?)를 보면서 이 말을 만끽하기를...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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