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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감독이 직접 그린 만화 기생충 이 있다고?!

by 리치보이 richboy


세상을 놀라게 한 세계적인 한국작품!



21세기 들어 국내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일 것이다. 나는 영화를 꽤 즐기는 편이지만 두 번, 세 번을 보는 작품은 많지 않은데, 영화 <기생충>은 세 번을 봤으니 작품성은 더 말할 게 없다. 관객의 평가는 차지하더라도 깐느와 아카데미에서도 '두 손 엄지척two thumbs up'을 했으니 두 말 하면 입 아프다.


이렇게 놀라운 영화를 볼 때 마다 궁금해지는 건 '대체 이런 작품은 어떻게 만드는 거야?' 하는 기분이다. 가능하다면 작품을 찍을 때 청소를 하는 스텝으로라도 따라가서 그 광경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는 갈증을 느낀다.


그런데 <기생충>이라면 가능할 것도 같다. 각본에 직접 참여한 봉준호 감독의 각본집이 출간되어서다. 더 놀라운 건 각본집은 그저 '부록'에 불과하다는 점. 봉준호 감독이 작품을 만들기 전 홀로 머릿속에서 상상하고 계획면서 직접 작품을 스토리보드로 '그려낸 것'이 있으니 그 스토리보드북도 함께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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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대신 그림으로 장면을 설명한다?



감독이 스토리보드로 남긴 그림들을 콘티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콘티란 영화 촬영을 위해 완성된 각본을 기본으로 장면의 구분, 연출자의 동작과 대사, 응향 등 필요한 사항을 그림으로 기록한 것인데, 쉽게 말해 스텝과 배우에게 영화에 앞서 만화로 보여주는 그림들을 말한다. 감독이 상상한 그림이 씬으로 나올 때 "컷, NG!" 를 반복하는 건 감독이나, 스텝, 배우들에게는 무척이나 힘든일이다. 무엇보다 NG!를 부르자마자 순식간에 '쓰레기'가 되어버리는 필름들과 시간들은 또 어떨 것인가!


그래서 감독은, 엄밀하게 말해서 상상한 것을 구체적으로 그림으로 그려낼 수 있는 몇 안되는 탁월한 감독은, 직접 콘티로 만들어 스토리보드를 스텝과 배우들에게 보여주면서 "내가 원하는 씬은 바로 이거야!"하며 말을 대신하며 엄청난 시간과 품과 돈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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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아키라 감독과 봉준호 감독의 공통점



봉준호는 그것이 가능한 감독이었다. 봉준호에 앞서 콘티로 유명한 감독이 있었다. 영화감독의 선생님으로 평가받는 인물이자, 일본영화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黒沢明)다. 그는 유능한 각본가이면서 화가를 해도 될 정도로 콘티를 잘 그리는 감독이었다. 구로사와 감독은 이를 아주 뛰어난 그림으로 표현해서 배우와 스테프들에게 제공했다. 그의 콘티는 매우 구체적이고 정교해서 영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교과서처럼 여기면서 시나리오를 대신해서 사용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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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를 흠모했다고 밝힌 바 있는 봉준호 감독은 그의 작품만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구로사와의 '영화를 찍을 때 갖는 생각'도 사랑하고 그것을 따랐다고 나는 생각한다. 특히 무명시절 저예산의 작품들을 찍은 바 있는 봉준호는 '최소비용의 최대효과'라는 경제원칙에 따라 가장 효율적으로 내 생각을 영화로 만드는 방법을 '구로사와식'에서 차용, 직접 콘티를 만들어 영화 연출에 사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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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을 백 배로 재밌게 즐기는 방법!



나는 이 작품을 영화를 다시 한 번 본 후 각본집을 먼저 읽고 난 후 스토리보드북을 보는 방법으로 읽었다. 마지막으로 영화 <기생충>을 또 한 번 보는 것으로 마무리하면서 <기생충>을 완벽하게 소화했다(물론 개인적인 평가지만).


이렇게 읽다 보면 영화 속에서는 만날 수 없는 편집된 영화 원작의 스토리도 만날 수 있고, 맛깔난 대사들도 만날 수 있다. 이 맛이야말로 영화만 본 관객으로서는 절대로 이해하기 힘든, '<기생충>을 읽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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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없는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방법을 이 책을 통해 익혀라!



두 권의 책을 덮으면서 든 소감은 '세계를 놀라게 하는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목격하고 만끽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현실왜곡의 장'을 설파하는 것에 탁월한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평가된다. 콜라 회장을 영입하면서 "평생 동안 설탕물만 팔다 죽을 것인가?"라는 한 가지 질문으로 턱없는 연봉으로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었다(물론, 그로부터 애플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지만).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마치 눈에 보이는 듯 하는 능력'은 크리에이터, 즉 창조자에게 무척이나 중요한 능력이다. 아무나 할 수 없지만 만약 할 수 있다면 현대사회에서의 그 능력은 어마무시한 부로 되돌아온다. 그 점에서 '고객을 설득하는 일'을 잡job으로 하는 사람들은 잡스의 현실왜곡의 장을 배울 필요가 있고, 봉준호 감독의 '눈에 보이는 설득력'을 익힐 필요가 있다. 그런 능력의 무거움은 단순한 말빨이 주는 가벼움으로는 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뭔가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치열한 공부와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단 걸 봉준호의 이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다. '궁즉통'이라 했던가. 뭔가 절실하면 통하는 다른 무엇을 만날 수 있다는 뜻일텐데, 이보다 앞선 것은 내가 매일을 만나면서 겪은 경험들은 언젠가 꼭 필요한 기억과 기술, 그리고 능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만화를 그릴 줄 아는 영화감독은 세상에서 몇 안 된다).


난닝구를 입고 삽질을 하든, 도마 위에서 칼질을 하든, 하다 못해 정처없이 매일 삼만 보를 걷든, 지금 내가 무엇을 하든, 그것은 내 인생 속에서 꼭 필요한 순간에는 자산이 된다. 뒤집어 말하면, 내가 보내는 하루 속에 순간 순간들의 행동들 중에 '쓸데 없는 딴짓'은 없단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죽음을 앞둔 시기에 한 말 중에 '살아가면서 만나는 순간들은 점과 점이 되어 나중에는 선이 되더라'고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인생에 딴짓은 있어도, '쓸데없는 짓'은 없다. 봉준호의 만화(?)를 보면서 이 말을 만끽하기를...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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