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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보이 richboy Jun 10. 2024

키보드 끝판왕 투명키보드-키붐 KiiBOOM 팬텀 81

초등 5학년인 내 아이는 독서록을 쓸 때, 컴퓨터에 쓴다. 



책을 완독하면 나와 함께 읽은 책에 대해 짧게 이야기한 뒤 컴퓨터를 켜고 한글 프로그램에 독서록을 쓴다. 이 방법은 아이가 초등 3학년때인 재작년부터 시작했는데, 독서록 쓰기 실력이 놀랄 만큼 향상되었다. 그 자세한 과정은 전에 쓴 바 있다. 아래 링크를 따라가면 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컴퓨터에 독서록을 쓰기 시작할 수 있었던 건 초등 2학년 겨울방학 때 '자판외우기'를 한 덕분이었다. 초등 3학년이 되면 학교에서 '컴퓨터 수업'이 따로 있어서 졸업할 때 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익히고, 나아가 코딩까지 수업을 하기 때문에 '선행학습' 차원에서 가장 기초적인 '자판외우기'를 한 것이다. 잘 알다시피 '자판외우기' 시간도 꽤 걸리고, 모두 외우기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자판을 외우고 컴퓨터를 배우느냐, 아니냐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래서 길고 긴 겨울방학 동안 매일 1단계씩 스스로 익힐 수 있도록 어르고 달래며 꽤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은 막연히 공부하라고 하면 무작정 투덜대고 본다. 내 아이도 마찬가지다. 나는 내 아이가 투덜거리는 것을 기본값으로 놓고 설득하기보다는(어린 아이라 설득도 만만치않다)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동기부여', 즉 당근을 준 것이다. 


아이가 책읽기에 싫증을 내면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괜찮은 '책받침대'를 사 주었다(아이가 고른 것). 글쓰기가 힘들다고 하면 글을 쓰고 싶은 연필을 사 주었다. 마찬가지로 자판외우기를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자판을 마구 두들기고 싶어지게 만드는 키보드를 아이가 직접 고르게 해서 사 주었다. 그동안 몇 개를 사주었는데, 처음에는 예쁜 디자인과 색깔을 지닌 팬시풍의 키보드를 고르더니, 점점 자판을 누르는 느낌과 누를 때 마다 들리는 자판 소리가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고르는 등 기능에 심취했다. 당연히 키보드를 바꿀수록 점점 고급지고 비싼 것을 골랐다. 하지만 나는 달리기에 심취할수록 기능 좋은 운동화(당연히 비싼)를 쓰는 것처럼 '컴퓨터 학원비라고 생각하면 싸다'고 생각했다.   


만 3년째 컴퓨터에 독서록을 쓰면서 독서록의 내용과 분량이 크게 늘었다. 수정과 편집이 쉬워진 덕분에 제마음껏 글을 쓰면서 독서록을 쓰는 시간도 점점 길어지면서 내용이 충실해졌다.  


지난 달 아이가 5월 5일 어린이 날, 갖고 싶은 게 있다고 말했다.

'도대체 뭘까?'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 "그게 뭐니?"라고 묻자 아이가 대답했다. 


"갖고 싶은 키보드가 있어요."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더 묻지도 않고 "오케이."했다. 

소개하는 키보드, 키붐(KiiBOOM) 팬텀 81 이다.






아이가 컴퓨터를 배우면서 자연히 키보드에도 관심을 두었는데, 유튜브에서 보고 '키보드 끝판왕'이라고 생각하고 오랫동안 사랑을 키워온 제품이라고 했다. 어린이 날 선물이고, 컴퓨터 학습에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아이가 '꿈에 그리던 것'이라는데 싶어 질러줬다. 






키보드가 도착한 날, 아이는 광분했다. 자판을 누르는 타격감이나 소리가 마음에 드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투명키보드에서 자체발광하는 수많은 불빛이 얼마나 화려한지 모른다며 눈이 휘둥그레지며 말했다. 영국 제품이라 자판 위에 한글이 각인되지 않았지만, 아이는 이미 한글 자판을 외우고 있어서 상관없었다. 


생전 처음보는 투명키보드는 보기에도 훌륭해 보였다. 하지만 더욱 놀란 건 키보드를 컴퓨터에 연결시켰을 때 였다. 






다양한 패턴으로 빛나는 수십 수백가지 불빛들이 눈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자판을 누르기만 하면 불이 들어오면서 색깔이 변하거나, 곧 사라져버리는 등 난리도 아니었다. 이 키보드를 사용하는 유저들이 자기가 만든 불빛 프로그래밍을 오픈소스로 올려놔서 다운로드를 하기만 하면 된다고 아이는 말했다.   







이 키보드 덕분에 아이의 컴퓨터 공부는 한 단계를 뛰어 넘었다. 자판속도도 분당 350타 정도로 더 빨라졌고, 한글이나 영어단어 검색을 조그마한 태블릿 대신 컴퓨터에서 하기 시작했고, 단어장을 만든다며 표를 그리고 두들기고 있다. 


아이가 관심갖는 것이라면 제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무시하지 않고 관심을 두려 한다. 

그리고 그 관심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한다. 

사악한 가격이지만, 이 키보드를 사준 것은 그 때문이었다.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면 됐지, 

아이가 그 덕분에 행복해 한다면 제값한 거 아닌가.'


하지만, 여전히 사악한 가격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ㅠ ㅠ


키보드가 연출하는 다양한 불빛들이 흥미로워 영상으로 담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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