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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보이 richboy Aug 12. 2024

인생의 목표가 생기면, 삶은 단순해진다




한숨을 돌렸다. 

지난 한 주 동안 공인모 특강이 쉬었다. 방학, 강사들도 쉬어야 하니까. 

더위가 극심했던 지난 주는 오히려 쉬지 않는 게 비정상 같았다. 

하지만 난 쉬지 못했다. 

밀린 공부가 정말 많아서였다. 

시험까지는 시간이 많다고 여기고 쉬엄쉬엄 강의를 들었다. 

네 시간 짜리를 들을라치면 독립운동이라도 한 것처럼 '수고한 당신, 쉬어라'는 식으로 

마구 쉬었다. 일이 생기면 강의를 빼먹고, 몸이 불편한 날이면 자체 방학을 했다. 

그러다 보니 강의가 100개가 넘게 밀렸다. 

이번 방학에 이 강의들을 거의 모두 들었다. 덕분에 더위를 많이 느끼지 못했다. 





부동산 공인중개사 시험은 여러므로 할 만하다. 

우선 절대평가이다 보니 시험만 잘 보면 합격할 수 있다. 

물론 예전 2만여 명을 배출하다 너무 많다는 업계 반발에 요 몇년 사이 시험을 어렵게 출제해서  

1만 5천명 정도로 낮췄다고 하지만, 누구 말대로 '나만 잘 하면' 합격할 수 있다. 

두번째는 강의들이 탄탄해서 왠만한 학원을 정해서 꾸준히 듣기만 하면 낙제점수를 면할 정도가 된다. 

관건은 항상성이다. 꾸준히 강의를 들어야 한다. 그래야 생소한 용어도 귀에 익고, 강사가 뭔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하는 일 없어도 바쁜 게 어른이 아니던가. 게다가 어른의 시간이란 게 하품만 해도 

10분이 지날 만큼 빠르게 흘러버려서 하루를 보내며 인강을 듣기가 쉽지가 않다. 

이 '인강을 꾸준히 듣느냐, 마느냐'가 합격 여부를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원의 강의 시스템을 겪어보니 강의만 들어도 4회독 정도를 한다. 들은 소리 또 듣고 

또 듣는다는 소리다. 한마디로 정신차리고 잘만 들으면, 강사가 시키는대로 잘 따르면 

합격은 따 놓은 당상이다. 

이 쉬운 걸 못하는 건, 어쩌면 너무 쉬워서 잘 따르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암튼, 그간 밀린 강의를 거의 다 따라잡고 보니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죽어라고 듣다 보니 듣는 것도 요령이 생기고, 감이 잡히는 듯 했다. 

2 주전 나는 '80일 이나 남았다고 생각하고 공부하자'고 다짐했다. 

이제 70일이 채 남지 않은 지금은 '아직 공부할 시간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문제풀이 강의를 하고 있다. 

그간 배운 것들을 문제로 만나는 것인데, 줄곳 이론만 배우다 직접 문제를 만나니 

긴장감도 높아지고, 맞고 틀리는 나름의 스릴이 있어 즐길만 하다. 

시험 준비에 몰두하니 다른 것들은 소원해졌다. 

OTT도 남의 일 같고, 요즘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는데 한 번도 들춰보지 않았다. 

시험을 마치고 나면 방콕하며 눈이 벌겋게 볼 작정이다. 




구입한 책들도 책상 한켠에서 나를 노려보는 듯 하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오늘 또 두 권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읽을 책은 늘어나는데 표지만 보고 있자니 좀 답답해진다. 

지난 방학이 좋은 기회였다면, 또 한 번의 기회는 추석 명절이 될 것이다. 

성묘며 차례 등에 나는 제외하기로 했다. 딱 올 한 해만 참아달라고 조상들께 빌 예정이다.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는 여러므로 내게 의미가 있다.

인생 후반기를 전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살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는 점이 제일이고, 

'이 나이에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회복이 두 번째다. 뭔가에 빠져 공부하는 다소 가학적인 

즐거움(?)은 덤이자 보너스가 아닐까. 

삶의 목표가 명확해지면 세상이 단순하게 보이는 법이다. 

지금 이 순간이 내게, 그렇다. - rich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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