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끊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강제로 흡연금지를 당했다고 해야겠다.
대학시절부터 나는 소문난 체인스모커였다.
연애냐 흡연이냐 가늠했던 여성들을 적잖이 돌려보낼 만큼
담배피우기를 좋아했던 나는 15년 전
어느 날 담배를 뚝, 하고 끊었는데
그리고 10년이 훌쩍 넘도록 단 한 대도 피우지 않았는데,
어느 사건이 있던 그 날 이후
괴롭고 심란할 때, 힘들 때,
그리고 정말 심심할 때 한 두 대씩 피우곤 했었다.
그러다 최근 아내에게 들킨 것이다.
어찌나 실망스러워하던지, 내 그 꼴을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아서
입에도 대지 않기로 했다.
담배를 버린 지 이제 보름쯤 되었는데,
그 녀석이 생각날 때 마다 꺼내드는 게 바로 이것이다.
이른 바 '잠 깨는 껌'인데 어찌나 매운지 운전하며 졸릴 때 한 두개 씹으면 정신이 번쩍 드는 껌이다.
장거리 운전을 할 때 종종 애용했는데, 나중에는 '담배생각 날리는 껌'으로 대체하고 있었다.
얼핏 보면 자일리톨 껌에 검정색 코팅한 것 같고,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경험하면 식겁할 맛이다.
지난 유럽 여행 때 장거리 운전을 맡았던 프랑스 기사에게 두 개 줬더니 '미친 맛'이라며 화를 내더니
그 다음 날 또 다시 달라며 손을 벌리게 하는 그런 맛이다.
이 매운 껌도 익숙해지면 평범해지는데, 그럴 때 갯수를 하나씩 늘리면 된다.
아무튼 남들은 담배를 끊고 뭘 자꾸 먹어서 살이 진다고 하던데,
나는 담배 대신 이 놈을 씹으며 담배생각은 물론 입맛을 잃고 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공부할 때 껌을 씹으면 기억력에 좋다는 말은 맞는 것 같다.
담배를 안피워 정신은 맑아진 듯 하고, 하루 종일 껌을 씹으니까
졸립지도 않고 공부도 더 잘 된다.
물론, 한 두시간 마다 한 대씩 피울 수 있다면 공부가 더 잘 될 것 같지만...쿨럭~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담배는 끊는 게 아니라 영원히 참는 거라고.
누군지 그눔 참 말 잘했다 싶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