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위장은 영혼의 손발을 묶은 족쇄와도 같다.
즐거움을 위해서가 아니라 허기를 없애기 위해
먹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
우리는 음식이나 값비싼 옷, 오락거리에
신경을 쓰지 않을수록 더 많은 자유를 얻게 된다.
육체를 돌보는 일은 필요할 때에만 하라.
육체를 즐겁게 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고안하지는 말라.
육체를 너무 보살피는 것은 자기 자신을 해치는 길이다.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레프 톨스토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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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위장은 영혼의 손발을 묶은 족쇄와도 같다"는 톨스토이의 말에 백 배 공감한다.
우리는 기뻐도 먹고, 슬퍼도 먹고, 심심해도 먹고, 즐거워도 먹는다. 힘들어도 먹고, 편안해도 먹는다.
그 뿐 아니다. 그 만큼 마신다. 콜라를 마시고, 술을 마신다.
그런 후에는 살을 뺀다고 약을 먹고 일부러 운동을 한다. 이 모든 활동에는 돈이 필요하다.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일을 더한다.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듯 인간은 이를 반복하면서 저를 죽이는 죽음의 쳇바퀴인 줄 모른다.
나는 식탐이 많았다.
어릴 때에는 어린 부모가 놀기에 바빠 할머니 밑에서 자라느라 또래 친구들이 즐겨 먹는 것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그렇다고 굶은 것은 아니다. 맛난 볶음밥 대신 놋쇠그릇에 고봉밥을 먹었다. 영화 <집으로> 처럼 안타까운 매일이 지속됐었다.
고등시절엔 하숙을 하느라 식탐이 늘었다. 조금만 늦게 먹을라치면 또래 룸메이트들이 폭풍 흡입을 해서 맨밥을 먹어야 했다. 안그래도 좋은 식성인데 이 시기에 폭발을 했다. 나는 기본값이 건강한 몸이었다, 아니 뚱뚱한 몸이었다.
7년 전 병을 얻었다. '너무 잘 먹어서 생긴 부자병', 대장암이었다. 고기, 특히 기름진 것들을 너무 많이 먹어도 병이 생긴다니...충격이었다. 수술을 받고 치료를 받으면서 '섭생' 즉, 먹는 습관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꼈고 건강한 음식을 잘 먹어야 한다는 걸 늦은 나이에 배웠다.
병이 완치되고, 더 이상 치료를 받지 않을 때가 되자 이제 조절할 때라고 생각했다.
배가 찰 때가 되면 숟가락을 놓았고, 아침 점심은 밥을 대신해서 다른 걸 먹었다.
아침엔 ABC 쥬스를 마셨는데, 비트 대신 '산 마'를 넣었다.
당근 한 개, 사과 반 개, 마 한 개. 물 100밀리.
갈아 씹어 먹듯 천천히 먹으면 속이 편해진다.
적당히 배도 부르다.
굶지 않아도 살이 찌지 않는다.
마이크로 바이옴 즉, 장내미생물은 내가 먹는 음식을 그대로 받아 먹는다.
이것들은 내 몸 전신에 퍼져, 심지어 두뇌에 까지 영향을 끼친다.
좋은 음식을 골라 먹으면 몸이 건강해지고,
후진 음식을 먹으면 몸이 후져진다는 뜻이다.
점심은 싱싱한 채소와 견과류, 올리브와 살사믹 소스를 넣은 샐러드를 먹는다.
채소를 배가 부를 만큼 먹으려면 냉면그릇으로 하나를 먹어야 한다.
나는 배가 불러야 살 수 있는 사람이라서 샐러드도 배가 부를 만큼 먹는다.
이것도 부족해서 치킨 너겟도 10개 정도 에어프라이어에 구워먹는다.
저녁에는 아무거나 먹는다. 먹고 싶은 건 무엇이든 먹는다.
그리고 많이 먹는다. 하지만 저녁 8시 전까지 마쳐야 한다.
이렇게 생활한 지 3년 째 10킬로그램을 줄였다.
마음 먹으면 5킬로그램 정도는 더 줄일 수 있다.
몸무게가 줄어드니 인생이 바뀌었다.
무엇보다 '나도 이럴 수가 있구나' 하고 계속 놀라게 된다.
입이 즐거우면 삶이 고달프다.
하지만 입이 심심해지면 삶이 풍성해진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