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이의 봄 방학을 계기로 올 상반기 동안 <하루 한 장 나의 어위력을 위한 필사 노트>를 엄마와 함께 읽고 필사하는 시간을 갖기로 한 사연을 전한 적 있다.
오늘부터 시작한 아이의 필사 노트.
첫번 째 명문은 미하일 엔데의 <모모>였다.
필사는 글쓰기를 익히는 데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작문 방법이다.
이 책 <하루 한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와 같이 명문을 발견하면 그것을 베껴쓰거나,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 하나를 골라 통째로 베껴쓰면 글쓰기에 놀라울 만큼 도움이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작가들이 글쓰기를 시작할 때 필사를 했다는 인터뷰를 많이 만나는 것 만으로도 이를 증명된다고 할 수 있다.
필사라고 해서 한글자씩 한 단어씩 보고 쓰고 하며 무작정 글을 베껴쓰는 것이 아니다.
글쓰기에 도움을 주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데, 다음과 같다.
우선 글을 베껴써야 할 문장을 통째로 읽고 머리에 담는다.
그 다음 마치 내 머리 속에서 나온 듯 기억한 문장을 써 내려 가면 끝이다.
얼핏 쉬운 것 같지만 결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한 문장의 절반 정도라도 시작해서 점점 늘려 한 문장을 외우듯 기억해서 써내려가려고 애써야 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베껴써야 하는 걸까?
앞서 말한 내용 중에 그 이유가 숨어 있다.
바로 '마치 내 머리 속에서 나온 듯' 쓰기 위해서다.
한 단어를 따라 베껴쓰면 글자를 베껴쓰지만,
문장을 베껴쓰면 생각을 베껴쓰는 것과 같다.
이렇게 한 문장씩 베껴쓰다 보면 작가가 왜 이 단어를 골라 썼는지 알게 되고, 앞 문장과의 연결성을 이해하고 뒷 문장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자꾸만 반복하다 보면 작가만의 필법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내 아이의 필사에 이 방식을 권유하기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어른 즉, 부모의 필사에서는 채용할 만한 좋은 방법이다.
필감이 좋은 펜으로 한 문장씩 기억해 가며 슥슥 써내려가다 보면 마치 자신이 작가가 되어 자신의 작품을 써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데, 이 기분을 만나면 '필사의 맛을 알았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내가 경제동화 <행복한 부자 학교 아드 푸투룸>을 집필하면서 세 번을 내리 읽었던 미하일 엔데의 <모모>가 이 책의 첫번 째 글이라는 점에서 큰 점수를 줬다. 이 글을 읽다가 보니 다시 한 번 <<모모>를 읽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수험생인 게 참으로 아쉽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