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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매일 읽는 이유...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레프 톨스토이

by 리치보이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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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글을 읽고 소감이 생기면 글로 옮겨적고 있다. 훌륭한 작가의 글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 죽음의 문턱을 넘어온 노인의 글이라 그런 것임을, 이 글을 읽는 친구들이 알아줬으면 한다.


인생의 마지막을 2년 남겨두고 완성한 이 책은 죽음과 가까워졌던 그의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1902년 봄, 톨스토이는 폐렴과 장티푸스로 몇 달 동안이나 사경을 헤맸다. 항생제가 없던 당시로서는 두 가지 모두 치명적인 병이었다. 살아난 것이 기적이라고 볼 수 밖에 없었던 그는 날마다 좋은 글귀를 읽는 것이 얼마나 유익한 습관인지 깨닫게 되었고, 건강이 회복된 후 명상을 통해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이다.


내가 서재 속에 숨어 있던 이 책을 되찾아 읽은 때도 나 역시 '죽다가 살아난 때' 였다.

항암제를 먹어가며 투병을 하고 있을 때는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좀비 같은 모습이었다. 항암제 때문에 정신은 멍~ 하고, 전신은 퉁퉁 부었고, 약간의 바람이라도 피부에 닿으면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자극을 받아 한 여름에도 마스크를 쓰고 전신을 꽁꽁 싸매야 했던, 그런 때였다. 암 제거 수술 후 '살았다'는 기쁨도 잠시, '원래대로 건강하겠다'는 생각으로 항암제를 때려붓던 그 시기는 '하루 하루 살아내기'가 너무나 힘들어서 '죽고 싶을 정도' 였으니, 실로 아이러니였다.


이 때 아픈 몸보다 나를 더 괴롭혔던 건 바로 '외로움'이었다.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었지만, 환자의 고독을 정상인은 이해하지 못한다.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물러나 병원이라는 모처에 자가격리된 자의 고독은, 차라리 죽음에 가깝다. 게다가 너무나 아프고 힘든데, 그래서 주저 앉아 넋이 나갈 정도로 울고 싶고, 투정을 부리고 싶은데 이를 받아줄 부모는 이미 이 세상에 없고, 내가 아빠가 되어 앉아 있으니 새벽녘에 홀로 흐느낄 밖에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런 나를 잡아준 책이 이 책<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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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서 완전히 나아 새롭게 살아가려면 나를 일으켜야 했는데, 이 책이 나를 도왔다. 한 줄 한 페이지를 읽을 때 마다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고 응원하고 가르쳐주었다. 힘들 때 마다, 외로울 때 마다 이 책을 펼쳐 읽노라면 어느새 늙은 노인 하나가 내 옆에서 곁을 주고 어깨를 내어주고 말을 거들어주었다. 그의 거친 숨소리가 느껴졌고, 투박한 손으로 글을 써내려가는 펜촉의 느낌이 느껴졌다. 짙은 죽음으로부터 살아난 그는 다시 죽기 전 마지막 생의 기운을 다해 진심을 담아, '사람이라면 살면서 이루고 느껴야할 것들'에 대해 글로 적었다. 이룬 것에 대한 자랑이라기보다는 이루지 못한 후회로 첨철된 것들에 대한 고백에 가까운 글들, 다름 아닌 100년 전 쓰러져 간 레프 톨스토이의 고백이라니, 그것을 내가 읽고 있다니... 한 줄 한 줄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기를 2년 후 정신이 들고 병이 나아갈 무렵, 퉁퉁 부었던 손이 글을 쓸 수 있고, 타이핑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자, 나는 이 책에서 받은 도움을 되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회복하는 1년 동안 나의 암투병기를 기록해서 쓴 책이 <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이다. 나처럼 졸지에 큰 병을 얻은 환자, 그리고 그 환자 옆에 있어야 하는 가족, 나아가 언젠가 큰 병이 걸릴지도 모를 모든 사람에게 "큰 병이라는 위기는 죽는 과정이 아니며, 새롭게 살아갈 '위험한 기회' 입니다."라고 말해주고 싶어서였다. 5년 후 완치가 되었고, 2년이 더 지나서 나를 수술한 의사가 인정하는 '최종 완치'를 받은 지금, 이제는 '새로운 나'로 살아가기 위해 이 책을 세 번째로 처음부터 다시 읽고 있다.


이 글을 읽는 친구여, 자네는 아파보지도, 늙어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난 젊어 봤고, 아파 봤다.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은 자네의 미래가 자네에게 말을 거는 것이라 여겨도 괜찮을 것이다. 마치 내가 나의 미래가 내게 전해주는 충고라고 여기고 이 책을 매일 읽는 것처럼...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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