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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봄 감자와 연애감정

by 리치보이 richboy

어제 아이의 국어 공부차 함께 <디딤돌 독해력>를 풀다가 김유정의 <동백꽃>의 지문을 만났다. 주인공인 나를 좋아하는 여자애가 봄 감자가 맛있다고 줬는데, 내가 필요없다고 받지 않자 애먼 우리집 암탉을 두들겨 패길래 나도 욱 하는 마음에 여자애의 수탉을 패대기 쳤더니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무척 당황하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나에게 괜찮다며 확 끌어안고 동백꽃 가득한 풀숲으로 뛰어드는 당돌한 여자아이가 등장하는 푸릇푸릇한 장면...하지만 읽기만 해도 가슴이 벌렁대던 나와는 달리 아이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100년 가까이 된 소설이니 문체가 낯설기도 하겠지만,



"왜 여자애가 감자를 줘?

내가 싫다고 했는데 왜 화를 내고 암탉을 때리지?

끌어안고 넘어지는 건 왜 그러는데?"



등등 문장 하나 하나 마다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답을 하기도 전에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을 정도였다. 아내의 말대로 '감수성이 영 떨어지는'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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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 후 아이는 엄마와 함께 필사노트를 폈다. 매일 필사를 하는가보다 했더니 생각날 때 마다 한다고 했다. 아이와 엄마는 시 한편을 서로 쓰며 두런 두런 이야기를 했다. 공부를 할 때는 매서운 학부모더니 필사를 할 때는 영락없는 엄마 였다. 그 효과가 어떨련지는 모르겠지만,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아이의 감수성이 뿜뿜 솟아오르기를... - richboy



https://brunch.co.kr/@richboy/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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