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가 꿀벌을 벌집에서 몰아내듯
과음과 과식은 영적인 힘을
우리에게 몰아내 버린다.
과식하고 있다면 나태하지 않을 수 없다.
과음한다면 금욕하기 어렵다.
등불을 들고 어둠 속에서
길을 찾아 헤매는 사람이 있다.
그가 헤매다 지쳐서 등불을 꺼버리면
아무 방향으로나 걷게 된다.
흡연과 음주로 지적 능력이라는 불빛을 꺼뜨리면
우리도 바로 이렇게 된다.
인생의 방향을 잃어버리게 된다.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레프 톨스토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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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은 지금. 오늘 염색을 하다가 느낀 건데 머리가 풍성해졌다.
3개월 전, 단골 미용실 원장님께서 내 머리 정수리 쪽을 커트하면서 '머리숱이 점점 적어진다'고 걱정된다는 투로 말했다. 담배를 피우느냐는 말과 함께. 그건 나도 느꼈던 건데 10년을 넘게 피우지 않던 담배를 피우면서 가장 눈에 두드러지게 나타난 변화는 모발이었다. 지난 해 부터 유독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면서 '어휴, 이러면 안 되는데...' 했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금연을 하고 늘어난 건 체중 2킬로와 풍성해진 머리. 아, 안 피운만큼 두둑해진 지갑!
음식이든 술 담배든, 적당하면 오죽 좋겠냐마는 한 번 즐기기 시작하면 계속 즐기게 된다는 게 문제다. 그러다 중독이 된다면, 술이 나를 마시고 담배가 나를 피우는 형국이 되고 만다. 문제는 그렇게 빠져 있으면 인식조차 못할 뿐 더러, 혹이라도 누가 충고나 조언을 할라치면 확~ 하고 짜증이 날 만큼 날카로워진다. 중독자의 리액션이다.
한 발, 딱 한 발만 물러서서 제 3자가 되어본다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거기서 나오기가 정말 어렵다. 나도 아주 기분 좋은 날, 술에 불콰해진 덕분에 한 대 두 대 피운 뒤로 몇 해를 피우지 않았던가. '이건 아닌데...' 생각하지만 발걸음은 편의점을 향하고 손은 지갑 언저리에 얹어져 있는 자신을 피할 수 없었다.
"그가 헤매다 지쳐서 등불을 꺼버리면
아무 방향으로나 걷게 된다.
흡연과 음주로 지적 능력이라는 불빛을 꺼뜨리면
우리도 바로 이렇게 된다."
좋다, 다 좋은데 톨스토이 어르신의 말씀대로 이것들이 과하면 '온전한 생각을 하는 나'를 되찾기가 힘들다는 거다. 힘들어서 한 잔, 즐거워서 한 잔. 심심해서 한 대, 배불러서 두 대 피우고 마시다 보면, 맨정신의 나는 찾지 못하고 흐리멍텅해진 상태 대로 일상의 루틴이 되어버린다는 게 큰 문제다.
이 역시 아무리 이야기해 봐야 소용없다. 그걸 스스로 느끼지 못하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없어서다. 이를테면 담배를 끊으면 당장 숨쉬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편하고 시원해진다. 입맛도 살아나고 잠을 자고 깨기도 한결 쉬워지고 좋다. 술은...워낙 잘 마시질 않아서 평을 하기가 어렵다. 나는 술을 일년에 다섯 번 정도 마시는데, 좋은 사람을 만날 때다. 가족이거나 친구거나 특별한 사람을 만나면, 술자리를 피할 수 없는 날이 생기면 아예 일상의 스케줄일랑 셔터를 내려버리고 부어라 마셔라 진탕 마신다. 다음 날 숙취에 고생을 하지만, 걱정없다. 한 두 달 동안은 한방울도 마시지 않을테니까.
먹고 마시고 피우려거든, 차라리 온전히 맘껏 즐겨라.
만약 그걸 만끽하지 못하고 일상이 된다면, 그 때는 병적인 수준이다. -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