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심란할 때는 몸을 바쁘게 해야 한다.
해서, SNS에 뜬 동네 마트 전단지를 보고 '가리비구이'를 하려고 한달음에 달려 1. 5킬로 그램을 사왔다. 위에 얹을 피자용 모짜렐라 치즈도 함께.
가리비가 양식으로 키운 거라 해캄이 별로 필요 없다지만 몇 번을 씻어도 씻은 물이 뿌옇게 변해서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결국 천일염 큰 수저로 두 스푼을 넣고 한참동안 해캄을 하고 한동안 거듭 씻었더니 '이제 구워 먹어도 되겠다'싶을 정도가 되었다.
찜통에 가리비를 잘 담고 물 1리터에 청주 50 밀리 정도를 넣어주고 한소끔을 끓이니 가리비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가리비 껍질 절반은 떼어 놓고 홍고추를 썬 것, 양파 잘게 썬 것, 마늘 다진 것, 모짜렐라 치즈, 꿀을 넣은 마요네즈 를 각각 종지에 담고 자기가 먹고 픈 대로 토핑을 해서 세팅을 하고 굽기 시작했다.
전기 후라이팬은 생각대로 잘 구워지지 않아 급하게 에어프라이어에 절반 씩 담아 7분 정도를 구웠더니 훌륭한 맛의 가리비 구이가 완성되었다. 구워지기가 무섭게 먹는 통해 미처 사진에 담지 못했다. 일요일 점심 식사는 이렇게 잘 떼웠다마는 치워야 할 그릇이 산더미라 한참 동안 설겆이를 했다.
늦은 오후 해운대 해수욕장 산책을 나섰다가 돌아오는 길에, 엘비스 프레슬리 복장을 한 아저씨를 발견했다.
자신을 '엘비스 최'라고 했다.
혼신을 다해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났다.
'저 사람의 직업은 어쩌면 고위 공무원일지 몰라.
아니면 경찰? 형사? 아냐, 판사일수도 있어.
그게 뭐가 중요해. 아무튼 무슨 직업이든 고위직을 할거야.
저 배를 보면 알아. 그런 사람들만이 갖는 사이즈이니까.
여튼,
일요일만 자신의 꿈을 위해 저렇게 버스킹을 하는 걸거야.
'아내에게는 잔업을 한다고 나왔을까?
아니면 골프?'
이런 생각을 하며 그의 노래를 들으니 들을 만 해졌다.
콩글리쉬의 엘비스 노래일망정 열정이 느껴진다고 할까?
아이가 시끄러워 죽겠다고 빨리 집에 가자고 하는 바람에 돌아섰지만,
귀 뒤로 그의 처절한 목소리가 계속해서 유독 크게 들렸다.
한참을 걷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가, 멋져보였다. -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