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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비와 엘비스 최 교수님

by 리치보이 richboy Mar 09. 2025

마음이 심란할 때는 몸을 바쁘게 해야 한다. 


해서, SNS에 뜬 동네 마트 전단지를 보고 '가리비구이'를 하려고 한달음에 달려 1. 5킬로 그램을 사왔다. 위에 얹을 피자용 모짜렐라 치즈도 함께. 


가리비가 양식으로 키운 거라 해캄이 별로 필요 없다지만 몇 번을 씻어도 씻은 물이 뿌옇게 변해서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결국 천일염 큰 수저로 두 스푼을 넣고 한참동안 해캄을 하고 한동안 거듭 씻었더니 '이제 구워 먹어도 되겠다'싶을 정도가 되었다. 


찜통에 가리비를 잘 담고 물 1리터에  청주 50 밀리 정도를 넣어주고 한소끔을 끓이니 가리비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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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비 껍질 절반은 떼어 놓고 홍고추를 썬 것, 양파 잘게 썬 것, 마늘 다진 것, 모짜렐라 치즈, 꿀을 넣은 마요네즈 를 각각 종지에 담고 자기가 먹고 픈 대로 토핑을 해서 세팅을 하고 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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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후라이팬은 생각대로 잘 구워지지 않아 급하게 에어프라이어에 절반 씩 담아 7분 정도를 구웠더니 훌륭한 맛의 가리비 구이가  완성되었다. 구워지기가 무섭게 먹는 통해 미처 사진에 담지 못했다. 일요일 점심 식사는 이렇게 잘 떼웠다마는 치워야 할 그릇이 산더미라 한참 동안 설겆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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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 해운대 해수욕장 산책을 나섰다가 돌아오는 길에, 엘비스 프레슬리 복장을 한 아저씨를 발견했다. 

자신을 '엘비스 최'라고 했다. 



혼신을 다해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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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의 직업은 어쩌면 고위 공무원일지 몰라. 

아니면 경찰? 형사? 아냐, 판사일수도 있어. 

그게 뭐가 중요해. 아무튼 무슨 직업이든 고위직을 할거야. 

저 배를 보면 알아. 그런 사람들만이 갖는 사이즈이니까.

여튼,

일요일만 자신의 꿈을 위해 저렇게 버스킹을 하는 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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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는 잔업을 한다고 나왔을까?

아니면 골프?' 


이런 생각을 하며 그의 노래를 들으니 들을 만 해졌다. 

콩글리쉬의 엘비스 노래일망정 열정이 느껴진다고 할까?


아이가 시끄러워 죽겠다고 빨리 집에 가자고 하는 바람에 돌아섰지만, 

귀 뒤로 그의 처절한 목소리가 계속해서 유독 크게 들렸다. 


한참을 걷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가, 멋져보였다. -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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