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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요즘 울화통이 치미는 결정적인 이유

by 리치보이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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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법률가로 뒤덮힌 것 같다.


뉴스를 비롯해 시사 오락 심지어 연예계까지 율사들이 나와 고주왈메주왈 법률을 읊어댄다. 뉴스를 해석하려면 법률가 출신이 등장하고, 연예계 사건 사고를 자세히 알려고 해도 변호사가 있어야 한다. 선남선녀가 출연해서 짝을 맺는 리얼드라마에서도 법률가는 빠지면 서운한 직업군이고, 드라마의 주인공 대부분은 재벌의 자식, 의사, 아니면 변호사, 검사다. 이런 현상은 꽤 오래 전부터 였다고 하지만, 이렇게 온 세상을 도배하듯 가득 메운 건 최근 1~2년 사이가 아닐까. 자주 보지도 않지만 TV를 볼 때 마다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어디 TV 뿐인가. 국회의원 절반 가량은 변호사, 검사, 판사 출신이다. 장관도 율사 출신, 심지어 대통령도 검사 출심이 아니던가.


TV에 가물에 콩나듯 변호사가 가끔 등장할 때도 있었다. 그 때만 하더라도 '변호사가 재판을 해야지, 그렇게 할 일이 없나?' 생각 했었고,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같은 프로그램에 등장하면 "오늘은, 저희가 귀한 분을 모셨습니다~!"라며 사회자가 설레발을 치기도 한 적이 있었다. 시청자가 법률가를 보는 것이 쉽지 않았고, 변호사가 대부분이었으니 그들이 나타나면 모두 TV 앞에 모여 귀를 기울이며 전문가의 이야기들을 들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프로그램에 법률가 한 명 없으면 안 되는 것처럼 생각할 만큼 많아지고 흔해졌다. 일이 생길 때 마다 고소 고발 하는 게 '선진국 증상'이라고들 하지만, 이건 너무 급변해서 마치 개화기 서양문물 들어오듯 급물쌀에 휩쓸려 점령당한 기분이 든다.


여기서 문제는 이들이 하는 말을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제 아무리 쉽게 말하고 풀어서 설명해도 지식을 조금 안다는 인간들이 고개를 몇 번 끄덕이고 말을 덧붙이면 다음 주제로 훌렁훌렁 넘어가 버려서 더 궁금해도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함이 해소되지를 않는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TV 뿐 아니다. 예전 같으면 충분히 해결하고 넘어갈 갈등상황 들이 고소 고발로 첨철되고 있다. 이런 경향성이 사회를 넘어 학교에까지 번져버려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학부모와 학교, 학부모와 선생 사이의 갈등을 너머 학생 사이에서 일어난 갈등이 학부모와 학부모 사이의 갈등으로 번져 급기야 고소 고발을 남발하고 있으니, 그런 소식을 듣기만 해도 속이 시끄러울 정도다.


경험한 사람만이 아는 것이 고소 고발이 아닐까. 직간접적으로 이런 일을 당해 본 사람은 이 일이 얼마나 속 시끄러운 일인지 알 것이다. 이런 일을 당하면 즐거운 일이 생겨도 즐겁지 않고, 심각해지면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닌 상황에 이른다. 그로 인한 시간적, 경제적 비용의 피해는 얼마나 큰 지 추산도 어려울 정도다.


무엇보다 뻔뻔한 거짓말로 범벅이 된 공식문서들을 대하고, 또 이에 대응해야 하는 사람들의 처참함은 그 무엇으로도 해결할 수 없을 만큼 상처로 다가온다. 이런 일로 배부른 건 법률가요 얇아지는 건 의뢰인의 지갑이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든 동기 중 하나는 글 모르는 백성들이 입는 법률적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억울한 일을 당한 백성이 "아니, 어르신 그런 법이 어디 있데유?" 하고 하소연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어딨긴 어딨어, 이놈아. 한 달 전부터 저 벽에 붙은 방이 안 보이냐?"


법률이 존재해도 읽을 줄을 모르는 백성에게는 없는 것과 다름 없다. 나아가 읽을 줄 알아도 해석할 줄 모르면 글을 읽어도 읽은 것이 아니다. 잠깐만....이 쯤에서 뭔가 기시감이 들지 않은가?법률은 존재하지만 읽지 못하고, 제대로 시비를 해석해 주는 사람도 별로 없고, 그런 애매모호한 해석에 시비를 가려야 할 사람들이 잘 못 집행한다?


이런 잘못을 가리고 처벌해야 할 사람들이 그런 일을 했다?

그런데 이런 부조리를 이렇게 수많은 법률가들이 존재하면서도 자행되고 있다?


내가 세상에 널리고 널린 법률가에 대해 불평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사회의 안녕을 위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이 법률가의 일이거늘, 본말이 전도 되어 세상이야 뒤집히든 말든 국민들 속이 뒤집히든 말든 법전 한 구석에 처박혀 있는 문구들을 따다가 마치 부정을 위한 부정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자니 널려 있는 법률가가 무슨 소용이냐 싶어서다.


제 아무리 많아도 소용이 없으면 '아무 짝에 쓸모 없는 물건'에 불과하다는 게 세상의 이치가 아니던가.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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