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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을 잠깐 쉬게 할 '동굴'이 저마다 있다

by 리치보이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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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책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를 두 번째 필사를 하고 있다.


같은 글을 읽고 필사하는데 느낌은 전혀 다르다. 흘러간 물을 다시 만날 수 없는 것처럼 지나간 생각이 같을 리가 없다. 내가 그 때와는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작업을 하면서도 느낌은 다르다. 스스로 더 다져진 느낌이랄까, 몇 달간을 꾸준히 쓰다 보니 이걸 하지 않으면 하루를 시작하는 느낌도 들지 않아서 주말에도 쓸 정도가 되었다. 습관은 역시, 힘이 세다.


오늘 글은 나 라는 사람보다 내 영혼에 집중하라는 말처럼 들렸다. 눈에 보이지 않아서, 의식하지 못해서 전혀 생각조차 없던 내 영혼. 스스로는 생각한다고 하지만, 실은 내 몸에 실린 내 영혼이 육체의 나에게 말을 걸어온 것은 아닐까. 그래서 영혼과 어떤 관계인지, 영혼의 존재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는지, 그리고 영혼의 목소리를 얼마나 따르는지가 삶의 핵심이라는 톨스토이 할아버지의 말씀은 내 안의 나를 들여다보게 한다.


그걸 인식하고 나니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그래서 외로울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판단한 것이 아니라 내 영혼과 대화를 나눠 심사숙고 했다면 덜 불안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울러 영혼을 맑게 하고 살지우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명상은 그래서 필요한 것인가 하는 생각까지 이르게 했다.


이 책, 그리고 필사 덕분이다. 무엇보다 글을 쓰고 싶게 한 만년필 'BEGE' 덕분이다. 박종진 선생이 터치를 받은 덕분인지 만년필로 글을 씀에 전혀 어려움이 없다. 손이 가는대로 저절로 써 지는 느낌, 자꾸만 뭔가 쓰고 싶게 한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그 줄어듦이 서글어 우는 어린 아이처럼 말이다. 머잖아 '세종'을 출시한다고 하니 필히 마저 손에 넣어야겠다.


명상은 아직이지만, 필사하고 고민하며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 그와 유사한 것이 아닐까. 세상에서 잠시 떨어져서 나를 보듬는 시간을 갖고 있는다는 느낌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시간인 듯 하다. 속 시끄러운 세상 속에 '휴식공간'이 있다는 건,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친구도 자신 만의 방법으로 그런 '동굴'을 찾기를. 매일 거기서 잠깐이라도 머물 수 있기를...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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