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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상황, 다른 모습 - 한국 VS 미국 캘리포니아

by 리치보이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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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사실상 '비상계엄'이 시작되었다.


정규군이 투입되었고 고무탄일망정 시민 한복판에서 시민들을 향해 총을 쏘고 있다. 상점은 부서지고, 도로는 파헤쳐졌고, 곳곳에서 화재가 속출하고 있다. 이 장면을 보며 기시감이 들었다. 똑같은 상황, 전혀 다른 광경의 기시감, 6개월 전 우리의 비상계엄이 떠오른 것이다.


이번 비상계엄과 탄핵, 그리고 대선을 치르면서 가장 인상적인 모습은 '단 한차례의 폭력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반대편의 서부지원 폭동은 논외로 하자. 깜도 안 되는 짓이었으니까). 아침에 일어나면 제 볼 일을 보고 퇴근 후에 모여 시위를 했다. 외국인은 이 모습이 가장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시위를 했다 하면 모든 일을 접고, 모여 상점을 부수고 경찰차 한두 대를 뒤엎고 불을 질러야 하니까.


나는 이 인상적인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유가 뭘까?' 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리고 답을 찾았다. '너무나 잘 알아서' 였다. 우리는 지난 군부정권을 거치면서 '시위의 모든 것'을 경험했다. 그리고 시위가 갖는 장단점을 익히 알고 있다. 사실 과격 시위의 주된 목적은 '우리가 여기에 있고, 이런 저런 것을 주장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적을 향한 공격이 아니라 자신들에 대해 관심이 없는 나머지 시민들을 향해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동참을 호소하기 위해 일부러 소란을 피우고 때로는 과격하고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해 일을 키우고는 했다.


하지만 우리는 시민들이 시위를 하는 이유를 '너무나도 잘 알았다'. 그래서 굳이 과격하고 폭력적인 시위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또한 촛불혁명 등 이전의 시위형태를 통해 '비폭력적 시위'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익히 알고 있었다. 이번 '빛의 혁명'을 보다 진일보한 방법, 보다 평화로운 방법으로 성과를 톡톡히 본 시위였다.


두번째 이유 역시 우리는 '너무나 잘 알아서' 였다. 우리의 도발이 그들에게는 탄압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든 한 번 시작을 하면 끝을 보고 만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월남전에서 연합군 중에 베트콩이 가장 무서워한 군인은 한국군이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답이 될 것 같다. 비폭력적이면 단 한 차례의 소요가 없을 만큼 비폭력적이었던 것처럼, 만약 폭력적이었다면 전국이 들불처럼 일어날 만큼 폭력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와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것들을 다양한 학습과 성찰을 통해 익히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앞으로 어떠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마찬가지 방법, 오히려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비폭력적인 시위를 할 것이고, 좋은 결과를 얻어낼 것이다. 톨스토이 할아버지가 말한 '비폭력'은 '이런 유토피아가 올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상이었을지 모르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직접 경험하고 있다. 과거의 선조들이 우리를 돕고 있는 세상에서 말이다.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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