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부터 지금까지 온라인에 수천 편의 북리뷰를 썼다. 게다가 주로 경제/경영/자기계발서/ 를 위주로한 비즈니스 북리뷰를 썼다. 대학졸업과 동시에 IMF를 맞아 실직한 후 시대에 등떠밀려 '창업'을 한 덕분(?)이었다. 창업이 백두산 등정이라면, 수성 즉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에베레스트 등정과 같다. 수많은 사건과 사고, 내외적인 환경적 변화로 잠시도 쉴 틈이 없고, 긴장의 끈을 놓칠 수가 없다. 경영자가 힘든 건 그 때문이고, 그 누구도 알아줄 수 없는 경영의 어려움과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는 경영상의 난맥들은 혼자 어깨에 짊어지고 가야 할 그리고 틈 날 때 마다 머리속 저 편에 숨겨두었다가 꺼내어 풀어야 할 수학자의 난제 같은 숙제들이다. 그래서 경영자는 흔히 늑대에 비유된다. 숙명적으로 외로워야 하고, 외로울 수 밖에 없는 자리가 경영자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북리뷰어인 내가, 틈틈이 찾아 읽는 북리뷰가 있다. 일간지에 주로 격주간으로 실리곤 했는데, 한 달 만에 실리기도 하는, 그런 때면 '작가가 한창 바쁠 때인가보다' 하고 미루어짐작하곤 했다. 그러다 다음 주에 불쑥 지면에 리뷰가 보이면 '반가운 옛친구' 보듯 꼼꼼이 문장을 훑는 리뷰. 그가 소개하는 책은 어김없이 훌륭하고, 책을 읽은 소감은 현재 맞딱뜨린 자신의 경영과 버무려져 멋들어진 경영일기가 된다. 그 이는 바로 내가 오랫동안 구독했던 콘텐츠 정기구독 서비스 <퍼블리>의 박소령 대표다. 신간이 이토록 반갑기는 실로 오랜만이다.
그가 <퍼블리>를 매각하고 책을 냈다. 일간지의 북리뷰가 경영일기였다면, 이 책은 회사를 10년간 회사를 창업하고 경영한 대표의 외로운 경영사일 것이다. 한 줄 제목이 책이 하는 말을 꿰뚫는다. <실패를 통과하는 일>, 그렇다. 회사는 성공을 이끌어가는 곳이 아니라, 수많은 실패를 딛고 한 걸음 나아가는 곳이 아니던가.
수천 편의 북리뷰를 쓰면서 아쉬워했던 점은 '왜 우리나라 경영자는 책을 쓰지 않는가?' 였다. 쉽게 생각할 때 '경영자가 한가하게 책을 쓸 시간이 어딨냐?'고 퉁을 놓을 수 있고, '경제적으로 얼마 안되는 책 인세를 따진다면 최악의 판단이 아닐까?'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맞다, 다 맞는데... 그럼 외국의 경영자는 시간이 넘치고, 연봉이 적단 말인가.
그 점에서 나는, 국내 경영자가 쓴 책이라면 우선 반갑다. 모든 작가가 경험하는 바 이기도 하지만, '작가가 된다는 것'은 그 어디서도 전하지 않은 솔직한 자기고백이 수반되어야 하는 바 수많은 미술학도 앞에 선 누드모델 못잖게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기 때문에, 회사를 알리고 자신을 알리는 데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책의 서두에서 비즈니스북 리뷰를 하는 저자 역시 그 점에 대해 언급했다. 아울러 경영자로서, 특히 '한국 사회의 맥락'에서 고려했을 때 결코 쉽지 않더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대목을 만난 후 앞으로 펼쳐질 책 내용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책이 도착하자마자 만사를 젖혀두고 책을 읽고 있다. '극사실주의 사업 노트'라는 책 소개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지금껏 어디서도 만나지 못한 경영자의 솔직한 고백들에 책을 읽다 보면 마치 경영회의에 우연히 참석한 말단직원처럼 잔뜩 긴장하게 된다. 평소보다 더 빨리 벌렁거리는 심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고백의 힘은 놀랍고 무섭다. 토하듯 말하다 보면 무겁던 고민의 무게가 한결 가벼워지고, 나아가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실타래에 실마리를 발견하게 된다. 고백을 끄집어 낼 수 있게 하는 용기는 결국, 한계단 더 나은 나로 만들어주는 추진력이 된다. 그의 다음 스텝이 궁금해지는 건 그 이유 때문이다. 필경 전보다 더욱 리마커블한 역사를 만들지 않을까.
이 책을 훑어 리뷰하기는 쉽지도 않을 뿐 더러 굳이 리뷰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훌륭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자가 쓴 책이라는 자체로 이 책은 읽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에 몸 담고 있는 독자라면, 특히 스타트업이나 자영업 등에 종사하는 '외로운 늑대'라면 필독할 일이다. 잘 하지 않던 일인데, 리치보이가 장담을 하니,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이야기를 만날 테니 얼른 장바구니에 담기를.
내 블로그를 찾는 친구들이 그럴 수도 없고 그럴 리도 없겠지만, 내 말이 의심스럽다면 <올 댓 비즈니스>를 검색해 그가 쓴 북리뷰들을 먼저 읽어보기를. 채 한 편을 다 읽지 않고 이 책을 주문하게 될테니 말이다.
지금까지, 온라인 1세대 북리뷰어 리치보이가 사랑하는 북리뷰어 박소령의 책 <실패를 통과하는 일>의 리뷰였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