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공부를 다시 시작하려고 마음을 굳게 먹었는데, 이를 딜레이 시키게 만드는 작품을 발견했다.
우연히 발견하고 좋아하는 배우가 등장해서 '잠깐만 볼까?' 하고 클릭했다가, 이제는 연신 빨아먹으면서 줄어드는 아이스크림콘을 보며 울어대는 어린 아이처럼 연신 '다음 회 보기'를 누르면서 남은 회차를 아쉬워 하게 한다. 최근 '시즌 4'가 나왔다는데도 말이다.
좋아하는 배우 '사라 오'의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두 말 하면 입 아프겠지만, 싸이코패스 역을 맡은 상대역은 대체 누구란 말이냐. 낯이 익다 했더니 최근 본 영화 '28년 후'에서 죽어가는 엄마 역을 맡은 배우였다. 아니다, 그 영화 말고도 난 그녀를 본 적이 있다 하며 연신 추적하고 있다. 나는 지금 넷플릭스 드라마 <<킬링 이브>> 이야기를 하고 있다.
대사와 표정 그리고 연기까지 거의 완벽한 싸이코패스, 이토록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악역은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이후 처음이 아닐까. 시간을 잊게 하는 탄탄한 스토리와 해괴망칙한 범죄의 도시로 대표되는 영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 MI6와 세기적 싸이코패스의 애증이 더해지는 케미는 뭐라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매혹적이다. 내게, 이 드라마는 얼마나 천천히 보면서 즐기느냐가 관건인 작품이다. 뜻하지 않게 얻어 걸린 걸작, 넷플릭스를 보는 묘미 중 백미는 이 점이 아닐까.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