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는 것 없이 많이 바란다. 설령 하더라도 사흘을 넘기지 못한다.
이를 두고 옛말로 '도둑놈 심뽀'라고 했다.
당장 나만 해도 그렇다. 부동산 중개사 시험에서 1차만 합격했을 때 분기탱천(?) 해서는 2차 시험이 내일있다면 바로 달려가서 시험을 칠 것 처럼 하고 기출문제집을 사고, EBS에 등록하더니 막상 책이 오고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상황인데 해야 할 공부는 하지 않고 교재들을 애써 모른 척 하고 놀고 자빠졌다(정확히 들어맞는 표현이 아니던가). 세네카와 라이언의 말대로라면 나는 지금 스스로를 기만중인 것이다.
이맘 때면 얼마나 좋은 핑계가 있지 않은가. '올해를 보내고 내년부터!' 말이다. 정작 그 때가 되면 구정 지나면...이라고 할테고, 학생도 아니면서 3월 신학기가 되면...할 게 뻔하다. 그래서 뭔가 맘을 먹었거든 눈 질끈 감고 '오늘부터' 시작해야 한다. 시험 이후 놀망졸망 하며 빈둥댔더니 뱃살이 부쩍 늘어서(체중증가는 덤이다) 지난 주 어느 날 갑자기 운동을 시작했다. 철봉에 매달리고, 플랭크를 하고, 한겨울에 걷기를 하는 중이다. 뱃살은 돌덩이로 두들겨 맞은 듯 아파 죽겠고, 새벽녘에 찬바람을 거스르며 걷기는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그렇지만 막상 하고 나면 '다행이다' 싶은 맘이 든다.
누군가 말했다. "할까 말까 망설이는 일이 있걸랑, 당장 해라. 그럼 거의 대부분 잘한 짓이다!" 라고. 그 말은 틀림이 없는 말이다.
우리는 못한다고 말하지만 실은 안하는 게 대부분이다. 내일 한다고 말하지만, 내일도 안할 게 뻔하다. 친구여, 원하는 게 있걸랑 스스로를 기만하지 말고 당장 시작하자. 그렇지 않고는 결코 이루지 못한다. 새해부터 계획하고 있걸랑 "지금부터 하면 왜 안돼?" 하고 자문할 일이다. 안 될 이유는 단 하나도 없단 걸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이렇게 말하다 보니 당장 미뤄둔 2차 시험 공부를 오늘부로 다시 해야겠다. 그렇지 않음 내일은 또 다른 이유로 그 다음 날로 미룰 것 같아서다. 어느 유행가 노랫말처럼 '내가 나를 못 믿는데' 어찌 내일을 기약할 쏘냐.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