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는 타고나는가?
'마인드셋'이라는 책에서 저자 캐럴 드웩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마인드셋을 두 가지로 설명한다. 사람의 능력이 계발되고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성장 마인드셋'과 재능은 타고나며 변화하기 어렵다고 믿는 '고정 마인드셋'이 그것이다. 당신은 자신의 재능이 타고난다고 생각하는가 자신이 키워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결론은 계속해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성장 마인드셋을 가지고 자신을 성장시키고 고정 마인드셋은 그저 그 자리에 머무르며 자신을 '증명'하기에 급급하게 만든다.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퀸스 갬빗의 주인공 '베스 하먼', 그는 타고난 수학적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노력하는 체스 플레이어다. 과연 베스는 타고난 천재인걸까? 물론 높은 두뇌 능력을 가진 극소수의 소위 '천재'가 있겠지만 그 보물을 가지고 있다 해도 그것을 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어떻게 잘 쓰이게 하느냐, 내가 가진 스킬을 어떻게 갈고 닦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가 '천재'라고 부르는 세계 최고의 스포츠 선수들도 태어나자마자 골프치고 스케이팅을 잘 타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아주 오랜 시간동안 지루하게 반복되는 '연습'과 '목표'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 그 자리에 올랐다. 아쉽지만 퀸스 갬빗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실존 인물와 직접 인터뷰를 할 수는 없지만 베스의 인생 얘기가 담긴 퀸스 갬빗을 보다 보면 그가 타고난 천재로 쉽게 최정상에 오르지는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베스 하먼은 소위 '영재'로 태어나서 길러지기 위한 기반을 가지고 이 세상에 오지 않았다. 엄마는 정신적으로 불안했고 심지어 자신과 함께 세상을 떠나려고 했으며 결국 혼자 남겨져 보육원에 맡겨졌다. 그렇다면 체스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이나 클럽이 그 보육원에 있었을까? 베스의 체스 교육이라곤 제대로 된 체스 책도 없이 햇빛도 들지 않는 낡은 지하실에서 경비원에게 체스를 배운게 전부다. 하지만 어린 베스는 밤에 천장에 체스판을 그리고 상상하며 체스 룰을 익힌다. 그에게 '천재'적인 면이 있다면 그 상황에서도 체스에 대한 열정을 간직하고 나아갔다는 점이다. 물론 수학을 잘하고 두뇌를 잘 사용하는 점은 타고났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체스 세계에 들어가기 위한 목표만을 생각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베스 하먼을 단순히 '체스 천재'라고 부르긴 어렵다.
고향의 모든 체스 경쟁자들을 이기면서 더 큰 물에서 놀게 된 그는 실패도 맛본다. 고정 마인드셋의 자세로 실패를 경험했다면 베스는 어떻게 했을까? '내 체스 인생은 여기까지구나. 내 한계는 여기까지야.'라고 생각하며 고향집에서 남들과 비슷하게 살았을 수도 있다. 약물과 알콜 중독에 빠진 자신을 구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채로. 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체스 선수와 겨뤄 이기기 위해 다시 도전하고 용기를 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베스는 마치 기계같이 성공만 하는 상상 속 체스 천재가 아니다. 극 초반에는 베스의 천재적인 체스 실력에 그가 영재로 비춰지지만 역경을 딛고 도전하는 과정을 거치며 진정한 '성장'을 하는 그는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인물이다. 그 모든 어려움과 도전을 겪어낸 베스의 승리가 더 멋지고 그를 사랑하게 만드는게 아닐까.
이 작품 또한 '완벽'하지 않다. 새엄마와의 관계라든지 보육원 친구의 스토리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고 베스 하먼을 잘 이해할 수 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불완전 하기를 받아들인 한 인간의 성장과 그것을 고민하여 표현해낸 애니아 테일러 조이 배우의 연기를 볼 수 있기에 <퀸스 갬빗>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